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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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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성형수술하고 싶다.


BY 후지 2005-01-21

작년 봄부터 였을까?

자꾸만 오른쪽 눈꼬리에 손이 올라가곤 했다.

눈물이 삐적삐적 나오는가 싶더니 어떤 때는 눈물 자국 만큼이나 눈꼽이 껴 있었다.

황사 때문이려니 생각했었는데 자꾸만 눈물을 닦아내야 하는 것도 성가시고,

손으로 훔쳐대는 횟수가 잦다보니 눈꼬리가 짓물렀는지 아파오기까지 했다.

병원에 가봐야 한다는 마음만 있었지 쉽사리 병원 문을 열지 못하고 선그라스와 손수건만  열심히 챙겼었다.

한참 후에야 그것이 눈이 쳐지면서 생기는 현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응급처치로 오른쪽 눈꼬리에 있는 눈썹 몇 올을 내 손으로 과감히 뽑아냈다.

그러니 괜찮아졌다.

세상사는 이치는 한박자 더디게 깨우치는 사람이,  늙어가는 단계는 이리도 앞서가나

싶으니 야속하기도 했다.

 

내 눈이 이러저러 하다고 소문을 내고 다녔더니 드디어 전문가 한 분이 등장하셨다. 

어느 날 갑자기 쾡한 눈을 하고 나와선  눈꺼풀 수술을 하면 괜찮아진다며 성형수술을

강력히 권하는 헬스클럽 아줌마 한 분이  그 분이셨다.

"날 봐요. 눈 수술하니 예쁘죠?  눈이 쳐질땐 얼른 수술을 해야해요. 나이 더 먹어봐.

수술하고 나면 귀신같지. 나 정말 예뻐졌죠? 그쵸?"

예쁘다고 말해주기를 목뽑아 기다리는 그 아줌마에게 '예쁘다'라는 말이 목구멍에

걸려 쉽사리 나오질 않았다.

"켁켁..... 예. 쁘. 네. 요. 켁켁...."

하긴, 멀리서 보면 이목구비가 뚜렷하게 보이긴 했다. 10여 미터 떨어져 있을 때에는.

그러나저러나 이 아줌마를 보고 눈꺼풀 수술을 하자고 마음 먹기는 불가능할 것 같고,

식구들의 열화같은 호응이 있으면 그리 해보마 결심했다.

식구들은 한결같이 "아니되옵니다."란다.

"눈꺼풀 수술 말고도 '찝기'라는게 있는데 눈꼬리만 살짝 들어서 찝어준대네."-나

"찝기건 꼽기건 글쎄 안돼. 그냥 살어."- 남편

"엄마, 생긴대로 살아요. 갑자기 수술하면 얼마나 이상한데."- 딸년

"나도 엄마 수술한 모습 상상하니 그렇네. 엄마같지 않으면 어떡해?"- 아들 놈

가족들의 열화같은(?)  반대로 지금도 이 모양 이 꼴이다.

하긴, 나 또한 수술한 후의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가 질리니 결국엔 이렇게

살다가 한많은(?)  이 세상을 하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눈만 손대서 될 일도 아니란 생각이다. 한번 손을 보자면 온몸 구석구석 다 헤집어도

모자라다는 걸 나는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저 사람은 코를 했네, 저 사람은 눈을,  저 사람은 주름살을...

거리를 다니다보면 동행한 아줌마들은 누가 무슨 수술을 했다며 잘도 집어낸다.

그 사람들에게 일일이 묻지 않았으니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턱이 없지만

수술을 했다고 믿을 만큼 우리나라에서의 성형수술은 일반화 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말이다, 그렇게 일반화된 사실이 나에겐 왜 '일반화'되지 않냐구요? 왜???

 

내 오른쪽 눈꼬리가 다시 말썽이다.

눈이 더 쳐졌는지, 뽑았던 눈썹이 다시 돋아 났는지 모르겠다.

다시 오른쪽 눈꼬리가 직직거리며 성가시다. 아프기도 하다.

오늘 저녁 다시 시도해 보련다. 넌즈시 말이다.

 

"나 눈꺼풀 수술할래. 눈이 또 말썽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