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세월을 놓치고 삽니다.
어느 날 문득 내 안의 세월 속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가슴 한 켠을 봅니다
이 무슨 억지며 해괴한 마음인지
공허한 마음이 둥지를 틉니다
아둥바둥 삶을 짚의 줄기로 이엉 엮듯
베틀 밟아 피륙을 짜아 내듯 하였는데.....
내 키를 훌쩍 넘은 아이들이 담장을 성큼 성큼 넘나 듭니다
선문에 그저 애정이 빠져버린 물음표달린 한마디 소리뿐입니다. ..응? 응! 으응~...
선답이 그립습니다.
어미거미가 생각납니다
어미의 피와 살을 먹고 자란 아기거미가
짝을 찾아 나설 즈음엔 거미어미는 빈 껍질뿐이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冬天 하늘에서 휘익 불어오는 껍대기 死骸를 업어 줄 바람 한 줄기
이왕이면 아주 다스하고 보드러운 순풍
봄나라 대려다 줄 하늬바람이었으면 ... ...
못내
인생의 달이 떠 다니는 파란 하늘에
긴 마음이 그려집니다.
문득
구십을 꺽어 살아온 채 반생의 세월에서
내 안의 늙지도 젊지도 않은 영혼 하나 봅니다
아직도 꺼지지 않는 군불을 지피려는 영혼
새벽의 창을 향한 파란 하늘에 나머지 반생의 세월을 지피는 業
낮 달 띄운 인생의 파란 하늘에
또 하나의 긴 마음이 그려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