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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86

★고.해.성.사 ★


BY 이쁜꽃향 2005-01-04

오늘밤엔 미사 전에 첫 고해성사가 있단다.

말로만 들어 왔던 고해성사...

그 동안의 자신의 죄를 낱낱이 고해 바치고

그에 대한 죄값(?)을 치루어야하는 시간이 점점 다가 오고 있다.

 

카톨릭 신자가 되기 전까진

그런 형식적인 걸 뭐하러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해왔었는데

막상 내가 그 입장이 되고 보니 심히 긴장이 되는 건 사실이다.

어떻게 해야 되는지도 잘 모르겠고 어느 선 까지를 죄로 보아야하는지

또 어느 선은 죄가 아닌 건지

뚜렷한 선 그음이 표시된 어떤 지침도 아직은 잘 모르겠고...

 

난감하여 수년 전에 이미 세례를 받은 여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언니! 자기가 알고 있는 죄는 모두 고해야 돼.

알고도 고하지 않는 것은 더 큰 죄야~'

 

그러니까...그 '죄'라는 게 대체 어느 한계까지냐구...

얘, 그렇담 바람 피우는 사람들은 뭐라고 고백한대??

 

'그대로 다 말해야지, 안하면 죄가 더 커진다니까...'

 

얼랠래...그 고해성사를 모두 들으셔야하는 신부님도 참 난감하시겠구만...

 

고해성사를 다 들으신 신부님이

그 죄에 대한 보속-죄에 대한 벌? 반성?-을 내려주시면

그대로 해야한다는 설명이었는데 아무리 들어도 아리송하기만 하다.

그나저나 내가 지난 해 동안 저지른 죄가 어떤 것들이었나...

 

'언니! 메모를 해 가지고 가라고 대모님이 전화하셨던데요...'

같은 날 세례를 받은 약사 후배의 말이 생각 나 메모지를 꺼냈다.

 

때마침 다행히도 걱정이 되셨는지 대모님께서

이메일로 고해성사에 대하여 적어 보내주셨다.

죄의 종류는교만죄, 인색죄, 음욕죄, 분노, 질투, 탐욕, 나태 등이라는데...

 

그렇다면 내 죄가 너무나 많은 것 아닌가...

자존심 강하고 거만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으니

그 교만이야 불 보듯 뻔한 일이요,

때로는 손해 보기 싫어 마음 속으로 손익을 따질 때도 있었을 터이니 인색죄요,

내게 상처 준 이들을 마음 깊이 원망하고 미워하였으니

이 또한 분노와 질투, 탐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게다가 피곤하다는 이유로 아들넘의 청을 번번히 거절하였으니 나태죄에다

직무유기죄까지 아닐런지...

또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이기적이었고 자신의 입장만을 고집하였던가...

 

이러다간 수첩 한 권을 다 써도 그 죄가 모자랄 판이니 어쩌면 좋단 말인가...

심판(?)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는데

아직도 내 죄를 다 찾지 못하여 안절부절하는 모양새가 과히 가관이다.

 

이러는 내가 우스운지 한 친구는 너털웃음을 웃으며 한 마디 던진다.

'세상에 죄 안 지은 사람 있으면 어디 나와 보라고 해~'

 

그래도 마음이 편치않은 걸 어떻하나...

다시는 지난 날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그런 어리석음을 두 번 다시 행하지 않겠다고 새해 다짐했던 날이 바로 엊그제인데

지난 날의 죄를 낱낱이 들춰내자니 잊어버리고 싶었던 아픔들도 되살아나네...

내 목소리를 신부님이 다 아실지도 모르는데...

내 죄를 어떻게 속속들이 전부 다 까발려 고할 수가 있을까...

 

어찌하오리까...

 

다만 마음 깊이 기도드리는 건

지난 날 제가 지은 죄를 모두 용서하여 주소서...

혹시라도 제가 모르는 사이에 저로 인하여 상처 받은 이들이 있다면

그들에게도 은총을 내려 주소서...

새 날들에는 어리석음을 모두 씻고 새로이 거듭 나게 하여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