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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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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운전만 하세요, 욕은 내가 할테니까요.


BY 낸시 2005-01-04

붉은 신호등을 보면 여편은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아직 새로 산 자동차에 익숙하지 못한 남편 때문이다.

예전 것은 오토매틱이고 새로 산 자동차는 스틱이라고 하였다.

여편은 그 때 운전을 하지 않을  때니 그게 무엇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스틱은 남편을 곤혹스럽게 하는 모양이다.

붉은 신호등에 멈추었다 다시 출발하려고 하면 시동이 꺼져 움직이질 않았다.

뒤에 선 운전자는 연신 빵빵거리고 남편은 당황해 어쩔 줄을 몰랐다.

당황하니 손도 발도 맘대로 움직여 주질 않는지 시동이 쉽게 걸리지 않는다.

참을성을 잃은 뒷차의 경적소리는 더욱 요란하다.

남편은 성미가 급한 사람이다.

차분히 자기 차 시동 거는 일에 전념하질 못하고 뒷차 운전자 욕하느라 더욱 바쁘다.

 

몇 개의 신호등을 그렇게 지나고 나니 신호등만 보면 괴롭다.

시동이 꺼지는 것도 문제지만 남편이 욕하는 소리를 듣는 것은 더욱 괴롭다.

더구나 뒤에는 아이들이 타고 있는데 여편은 아이들에게 남편의 욕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욕도 욕 나름이지 남편이 사용하는 욕은 아이들에게 들려주기엔 너무 상스럽다.

"시팔 좆 같이..." "시팔 개새끼..."

흔한 욕이지만 그 의미를 아이들이 안다면 아빠를 어떻게 볼 것인가?

남편에게 욕은 하지 말고 시동 거는 일에나 전념하라고 부탁을 해보지만 남편은 들은 척도 안한다.

여편은 욕하는 것을 즐기진 않는다.

사람은 자기가 쓰는 말에 따라 등급이 정해지는 것임을 알기에 가능하면 욕은 입에 올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자기에게 악역이 주어지면 내키지 않아도 그 역할을 해 내야 한다는 것을 안다.

남편에게만 악역을 맡기는 것은 공평한 일이 아님도 안다.

그리고 지금이 자기가 악역을 맡을 때라고 판단했다.

 

 

다시 붉은 신호등에 걸려 자동차의 시동이 꺼졌을 때 여편은 차분한 목소리로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이번에는 우리 일을 나누어서 합시다.

욕은 내가 할테니 당신은 운전에나 신경쓰세요.

둘 다 하려면 너무 바쁘잖우..."

그렇게 말한 여편은 뒷차의 운전자가 빵빵거리기를 기다려 자기가 맡은 역할을 수행했다.

"쪽박이 깨져서 빌어도 못 먹을  녀석아, 좀 참아. 자꾸 빵빵거리면 울 서방님 당황해서 더 힘들잖아~."

그 다음 신호등에서도 욕은 자기가 맡았다.

"미련 곰탱이 같은 녀석아, 운전할 때 성깔 부리면 안전운전에 지장있는 것도 모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