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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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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끝!!


BY 도영 2004-12-26

실로 22년 만에 질질 끌던 게임이 끝났다.
한판 승부는 아니 였지만
한판 승부의 화끈한 묘미 보다 오랜 세월 밀고 땡긴 끝에
이겨먹은 판정승의 묘미는 ..
아 뭐라 할까..
산행중 ..심한 갈증에 ..꽝광 얼린 생수가 녹아 내입안을
가득 채운 그맛이랄까.

드디어 22년동안 살아온 남편을 이겨? 먹었다.
내 시선에서 바라다본 남편의 핸디캡은 음주후에 떠들어서 술 깨기다.
평소 성품은 나물랄 데가 없지만
시아버님의 음주 형태를 고대로 물려 받은 남편은
술을 마시고 집에 오면 두어시간은 주께야< 번역=떠든다>잠이 드는데.
내가 누구인가.
시아버님의 술 세계의 영향 으로 치명타를 입고 부르르 떤적이 한두번이 아닌데
남편의 알콜 섭취후에 잠안자기 음주 형태는
내 입장으로서는 새끼 손톱 ..반의반만의 여유도 받아줄 공간이 허용이 되지를 않었다.

하여..
남편이 술을 마시고 들어 오는 날은
남편에게 만만히 보이지 않으려고
눈도 내리 깔아도 보고 헐크처럼 무섭게도 보여 보고
삶의 지쳐 힘겨워 하는 척도 해보고.
세상 다산 표정으로 내일이면 폭삭 꺼져 ..후`~불면 날아갈 재 처럼
허망하고 동정심 자극할 연기도 해보면서 22년을 살아오다보니
어느덧 남편은 오십줄에 들어 섯고
내나이는 지나가는 똥개도 외면 한다는 사십대 중반의 나이로 접어 들었다.

때는 바야흐로 년말.
송년회가 즐비하고 따라서 술 마시는 횟수도 많아진 남편은
어제 역시 알콜을 거 하게 마시고 둔탁한 발소리를 내며
아파트 계단을 올라서고 있었다.
평소 약속 한데로 술 마시는 날은 각방을 쓰기로 합의한바.
나는 안방에서 자는척 하고
마침 방학을 맞아 집에온 대학 2학년 올라가는 둘째놈이 컴퓨터를 하다
지 아빠를 맞이하고 잠시후..

""아후...아빠요 주무세요..내일 말씀 하시고 제방에 들어가 주세요..""

아들의 앙살 떠는 소리가 들려오고 .
나는 안방 침대에 누워서 사태를 지켜보다 나와보니
대각선으로 보이는 컴퓨터방에 아들을 쳐다보며 하나도 재미없는 말들을 하고 있었다.
평소 땡삐 같은 둘째 아들은 아버지의 떠듦에 적응이 안되어서
신경질적으로 컴퓨터 자판을 두둘기며

""아빠!주무시소마!!'"를 연발 하는데 피식 웃음이 나오는것을 참고

""복달 아빠..아 한테 와 이러는겨?고마 하소..나. 속.디.집.어. 지기전에...나.도.는.거. 보고 싶지 않으면..고마 하고 자소마..'"

비록 나즈막 한 소리지만 똑똑 끊어지는 말투를 일부러 골라 햇다.
왜냐면 나의 이런 톤을 남편이 제일 무서워 하기에...ㅎㅎㅎ
한마디 내던지고 문을 닫고 돌아서는데
반대편 문닫는 소리가 콩..들려오고 거실은 조용 하니 냉장고 소리만이 웅웅 거렸다.
설마..둘째 놈 화장실 문닫는 소리일거야..
내 말 한마디에 들어준 역사가 없는데..설마하고 문 틈새로 실눈을 뜨고
거실을 살펴보니 남편은 거실에 없었다.

그순간....환희 의 물결이 휩싸이고.
내 말 한마디에 문을 콩 ..닫고 들어가 자는 남편이
얼마나 대견 하고 고맙고 흐믓 하고 웃음이 큭큭 나오던지...
드디어 남편은 고집을 버리고 22년만에 나의 바램을 첫마디에 들어 준거였다.
그동안 왈개도 보고 달개도 보았는데 내 말한마디에 남편이 자러 들어 갔으니.



아싸!! 년말 보너스인가?
나도 모르게 엄지와 중지로 똑 소리를 내며 게임 끝!!을 외치니
때맞춰 안방 커튼이 살랑 거리며 판정승의 기쁨을 함께 하는듯 했다.
이튼날 ..남편에게 그 댓가로 아침 선물?<상상에 맡김>주고 출근 시킨후

느즈막 일어난 둘째 아들..
""와 엄마 막강 하데요.'"
""몰마..""
""이럴수가..엄마의 말 한마디에 아빠가 마..문 탁 닫고 들어가시데 웃스워 혼났네.헤헤`~""
""우습긴..험험...하긴 나도 아빠 문닫는 소리에 웃기긴 하드라...ㅎㅎ""
""근데 엄마 아빠가 한마디 하며 들어 가시던데...헤헤""
""뭐라고 ?""
""에이..집에 들어오니 마누라나 아들이나 똑 같네..잔다자..""
아들과 나는 즐거운 함박 웃음을 터트리며 점심밥을 먹고 있었다.

아...이래서 부부는 살듯말듯 하다가도
이런 묘미가 있어 수십년 세월을 유지가 되고 지탱이 되나부다.
활활 타는 애정은 없지만
은은한 모과 향 같은 향이 있기에 부부란 이름으로 살아가나보다.


**22년만에 음주 문화를 바꿔준 남편에게 이글을 받칩니다.





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