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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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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를 당해도 기분은 좋다.


BY 雪里 2004-12-26

남편은

시골로 들어 오면서 내게 몇가지 언약 같은걸 했었다.

병의 원인이 불분명하니 의사의 말마따나 모든게 스트레스 때문인 이유도 한몫했다.

 

별것 아닌,

그냥 생활속에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들에게

본인은 피해를 본다고 느꼈었는지,

쳐다 보고만 있어도 스트레스를 주는 물건이라고

텔레비젼을 아예 안가지고 온것이다.

 

그렇잖아도 같이  화면 앞에 앉으면 채널을 자주 돌려대며

자기 보고싶은 화면만 쫓아 다니는 통에 나도 스트레스가 쌓이는데

얼쑤 잘됐다 싶어 이곳으로 옮겨오면서부터는

아침에 일어나면  아예 라디오를 틀어 놓는다.

 

그러나 이것조차도,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 대고 있는 남편이 밉지만

몇마디 하다 그냥 남편이 맞추어논 주파수에서  

바깥 소식을 전해 들으며 지내온 것이다.

 

귀로는 듣고 손으로는 일을 할수 있으니 좋고,

다시 옛날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니 젊어 진것 같다면서

라디오예찬을 펼쳐가며

가끔씩 겟날 모임에 가면 이방인이 되어서

화제속에 섞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었지만

내가 먼저 아쉬움을  건져내기는 싫었기에 

끈덕지게 테레비젼 얘기는 입에 담지를 않았었다.

 

그런데 결국 참을성 약한 남편이 두손을 들었다.

마누라한테 해 놓은 말은 있고 자존심이 좀 걸렸는지

조심스런 행동이 보이기 시작한것이다.

 

그동안 남편은 어쩌다 아들들에게 전화 할 일 있으면 

늘상 나를 통하곤 했었는데,

엊그제부턴 내게 아들 전화번호만 물어볼 뿐,

자근자근 아들과 긴 통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무슨일이냐고 물으니, 부자지간 할 얘기란다.

아들이 전화를 걸어 아빠를 찾는다.

내게 얘기하면 안되느냐고 물으니 아빠에게 할 얘기란다.

 

어라~!, 우리집에도 왕따같은걸 키운단 말이지?

남자들끼리만 뭉쳐서 여자를 왕따 시킨다?

 

그렇다면 나도.......

샤워하러 간다고 화장실 들어가서 통화내용 엿듣기.

먼저 잔다고 침대에 들어가서 전화 하는듯 하면 문앞에 귀대고 몰래 듣기....

 

이틀만에 감을 잡았지만 모른체 하고 있다.

돈이 있어야 모든게 이루어 질텐데

어디 돈 꼽쳐둔거 있으면 혼자 해 보라는 식이다.

 

왕따를 당하고 있으면서도 기분이 나쁘진 않다.

어느새 아들들이 다 커서 아버지의 상담 역할을 해 주고 있는 것이다.

구세대가 되어서 자꾸 기계치가 되고 있는 부모들에게

신세대의 아들들이 힘이 되어 주고 있는 것이다.

 

마누라에게 이야기 해 봤자

집에 있는 작은 TV를 가져다가 보라고 할게 뻔 하니까

아들과 합작해서 화면이 커다란 TV를 살 모양이다.

 

아마 오늘저녁쯤이면 모든 자수를 할 것이고

돈을 달랠게 뻔하다.

 

어떤 꼬투리를 달고서 돈을 내 줄까?

아예 한번 슬쩍 튕겨 볼까나?

 

건강때문에 갑자기 백수가 되어 시골에 들어왔는데

여름동안은 바깥을 돌며 일거리를 찾았지만

추위에 약한 사람이 방안에서  바깥만 내다보고 있는것도 얼마나 답답할까!

 

이미 내 마음은 남편이 원하는걸 허락해 놓고 있으면서

아들들 하고만 먼저 속닥거린 죄목을 달고서

얼만큼 뜸을 들여야 좋을지  계산을 하고 있다.

 

지금도 남편은 거실에서 서울에 있는 큰 아들과

시내집 에 있는 작은 아들과  번갈아 가며 긴 통화를 하고 있다.

 

내가 모르는 줄 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