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아부지라예" "응" "아침 잡수셨어예" "응 먹었다."
"엄마는 예?" "절에 갔다." "아부지는 오늘 어디 안 가십니까?" " 응 좀 있다가 간다."
"날씨 따시지예?" "응 따뜻하더라." "아침에 운동 갔다 오셨어예?" "응 갔다 왔다."
거의 매일 부모님과 통화를 하다시피 한다.
우리 아버지는 참 부지런하신 어른이다.
몇년 전부터 , 다리의 관절이 안좋으셔서
아버지 나름대로 개발하신 체조로 건강을 관리하고 계신다.
그리고 가끔씩 가까운 곳에 산행을 하신다
산행이라면, 제일 먼저 아버지가 생각이 날 정도로,
내가 아주 어릴적부터 아버지는 규칙적인 산행을 하셨다.
지금 연세가 80이신데도
굉장히 건강하고 활기차게 사신다.
그런데 이분이 다음해에는 꼭 당신의 문집을 내겠다고 하신다.
당신이 살아 온 길이 산넘고 물 건너
만만치 않으리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이분이 내가 모르는 그 무엇......., 무슨 생각을 하고 사셨을까?
무엇을 어떻게 쓰실까? 내심 궁금해진다.
지난 추석에는, 대구 팔공산 자락에 산을 사셨다고 했다.
그래서 아들 하나, 딸 넷 오남매가 모두 함께 그 곳엘 갔었다.
거기서 아버지께서 "내년부터 포도나무 다 패내 뿌리고, 잔디 심고 조경 할란다"
하시길래 "거라이소,아버지 마음에 들게 멋지게 꾸미가꼬, 유택에 들어가서 사시면
안 됩니꺼" 하니 "그래, 보이 어떠노" 하시길래
"예, 좋습니더, 자손의 영화가 있겠심더"하고 말씀드렸다.
아주 흡족해 하셨다.
아버지는 당신의 삶을 하나 하나 정리하며 마무리를 준비하시는 것 같다.
아버지는 향교나 성균관 등 유림에서, 조상의 훌륭하신 업적을 밝혀 내어
후손들에게 귀감이 될 우리 뿌리찾기 사업으로
책도 펴 내시고, 지역사회의 청소년 선도등
능동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계신다.
6 .25 참전 용사로 국군 묘지에도 가실 수가 있는데,
사병으로 참전하셨기에. 따로 유택을 구입하셨다고 한다.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가만히 나를 되돌아 보게 한다.
내가 아버지 연세만큼 살지 안 살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내 나이 80이 되었을 때,
저렇게 당당하고 호기롭게 자서전을 낸다고 할 수 있을까? 하고.
늘 부족하고 어리석은 자식을 일깨워주시는 아버지! 큰 스승님 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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