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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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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본 짧은 2년.


BY 수련 2004-12-21

일년이 지나고, 이년이 지났다.


지나고 보면 빠른 것 같지만 그 과정을 거치는 동안은 사람들은
많은 喜怒哀樂을 겪는다. 하지만 나의 2년의 세월은 드러내어
떠벌릴 날들은 결코  아니었다. 유종의 미를 거두는 그 날까지는.

 

두 아이들의 대학을 마치면서 나의 내면 깊이 잠재하고 있던 그 무언가가 꿈틀거렸고,
'늦었다고 생각할 때 다시 시작하는 용기'를 겁없이 내고 말았다.
가족들의 격려와 우려의 시선을 받으면서 일년을 보냈고,
중도 포기할 줄 알았던 우려를 너끈히 씻어내고, 오뚜기처럼 일어서는 나에게
다시 가족들의 격려에 힘입어 또 한 해를 보낸다.
대학 일 학년, 이 학년을 무사히(?) 마친 아내에게 박수를 쳐주고,
힘들어했던 엄마에게 어깨를 주물러주던 아이들이 엄마의 늦은 대학생활에
많은 힘이 되어주었다.

 

유년시절부터 연년생인 오빠에게 뒤지기 싫어하는 악동이 되어
초등학교를 같이 들어가 내내 오빠를 난감하게 만들다가
같은 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정작  대학의 문 앞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안의 가장노릇을 하는 엄마의 힘든 세월에
차마 억지를 부리지 못하고  내 발걸음은 멈추어야했다.

 

결혼을 하고 26년의 세월은 '나'라는 존재를 남편과 아이들 속에 묻어버렸고,
남편의 사회적인 성공과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독립되어 나가면서,
'나'를 찾고자하는 미립자가 작용하여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서서히 공부에 대한 갈증이 고취되면서 혼돈에 휩싸였지만, 현대인답지 않게
봉건적이고 보수적인 남편에게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해 오랫동안 망설이다
용기를 내어 공부하고 싶다고 했더니 의외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물론 집에서 공부할 수 있는 사이버대학 이기 때문에 승낙을 한 줄 안다.


나이는 생각지도 않고  마음은 젊어 여느 대학생들처럼 엠티도 가고싶고, 동아리모임에도,
학교의 여러 행사에 참석을 하고싶지만 기꺼워하지 않는 남편의 눈치에 접어야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이 나이에도 공부할 수 있다는 것만도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시험기간 때에는 친구들의 모임도 부담스러워 공부한다고 빼 달라고
실토를 하고싶어도 차마 두려워 입을 열다가도 꽉 다물어버렸다.
'애들 다 키워놓고 편히 쉴 때인데 뭐 하러 사서 고생하니? 그 나이에
공부해서 뭐 할건데 그만둬라' 하며 비틀거리는 나를 주저앉힐까봐
 핑계거리를 대며 얼른 빠져나오면서 

졸업하는 날에는 밝힐 수 있으리라 스스로 위로를 했었다.

솔직이 많이 힘들었다. 여러과목의 리포트를 작성하고나면

손목이 시리고 어깨,목이 아파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를  며칠씩 받기도했다.

 

낮에 모임이나 볼일을 보고 온 날에는 늦은 밤까지 공부하면서

자정을 넘기기 일쑤였고, 까다로운 남편의 식성때문에 반찬을 소홀히 할 수 없어

아이들이 없어도 부엌에서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올해부터 가꾸어 온  텃밭에도 하루만 걸러 나가보면 풀이 심술맞게

무성히 자라 나를 얼마나 맥빠지게 하던지.

 

비록 컴퓨터로 공부하는 대학생활이지만

온라인으로 공부한다고 해서 결코 소홀할 수 없다는 것을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험기간 때마다 뼈저리게 느꼈다.

 평소의 안일한 게으름이 리포트를 작성하면서

얼마나 큰 타격이 된다는 것을 깨우쳐 한 학기를 넘기면서
 다음 학기의 새로운 각오로 허리를 곧추세우고 집중하며

공부에 임하는 자세가 되었다.

 

 

열흘만 있으면 2004년의 달력의 자리에

2005년의 새 달력이 차지할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묶어놓고
내 년 한해도 계속 채찍질하여 내쳐 달려나가는 힘찬 말이 되고자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