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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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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BY 큰돌 2004-12-02

아침 일찍 일어나 옥인 앞뒷 마당을 오가며 분주히 바쁘게 다니고 한손엔 언제나 처럼 빗자루가 들려있다.

진흙별돌로 만들어 쌓은 변소간옆에 창고가 허름히 겨우 하늘을 가린채 문은 비스듬히 비껴져 잘 닫혀지지 않는 창고가 오늘 옥이에 부지런함을 보이게 한다

지붕에 거미줄은 그냥 바람에 날리고 구석에 쥐들이 놀라 마치 쫒겨나는 셋방살이 마냥 이리저리 옥이보다 더 바쁘다

여기저기 쌓인 쓰레기 같은 책들도 한곳에 쌓아서 놔야 하고 깨진 거울 도 버려야 하고 언제적 자루인지 크고 작은 것들도 모아서 돌돌말아 묶어서 책 위에 놓고 쥐 구멍도 막고 까맣게 깨져서 뭉개지고 진흙과 같이 섞여서 거무튀튀한 흙들도 바짝 쓸어서 모아 버리고 문도 고치고 쥐들이 모아논 먹다만 과일과 마른 무 말랭이 그리고 고추 알지도 못할 마른 잎들 등등......

한나절을 치우고 모우고 하니 옥이 콧구멍이 까맣다

"킁~휭~"

옥인 나와서 빗자루를 던지고 하늘을 처다본뒤 신문지로 휑 하니 코를 푼다

가끔씩 하늘을 보는게 옥이한텐 제일 좋고 맘대로 할수 있는 몇가지중에 한가지다

하늘은 높고 깨끗하다

옥이가 청소하는중에 하늘도 바람이 청소를 햇는지 파란 하늘이 그대로 옥이 눈에 들어온다

가을 하늘 ..........깨끗하다

옥이가 치운 창고도 깨끗하다

창고를 치운건 거기에 도 한해겨울을 나야하는 연탄이 들어온다 그래서 치운것이다

이제 조금 있으면 연탄이 차로 올것이다

까맣고 구멍이 숭숭 뚫린 둥굴고 까만 연탄

하루 두장이면 밥하고 물 데우고 지게며 김치 볶음까지도 해내는 정말 기차게 따뜻하고 없어서는 안될 겨울에 난방이다

그연탄을 저 큰길가에 연탄장사가 내려놓으면 옥이가 다라에 6섯장씩 담아 머리에 이고 여기 창고에 샇아야 한다

하루종일 혼자서 나중에 동생들이 오면 돕겠지만.............

암튼 바람에 땀을 식히고 옥이는 청소며 설거지 그리고 빨래까지 다하고 기다린다

연탄이 옥이를 기다리게 한다

빨리 오면 옥이가 편할텐데 하지만 그건 옥이가 혼자 생가하는것이다

옥이가 생각하는건 세상에서 아무도 생각해주지 않는다

옥이는 그래도 불편해하지도 불만도 누구한테 표현해 본적이 없다

도시락에 계란 후라이 얹어 가는게 국민학교 졸업전 옥이의 소망이고 꿈이었지만 누구하나 알아준적도 그리고 말을 했다가 그날 도시락만 못 싸갖고 간일도 있다

옥이는 그래서 말을 안한다

혼자 삭히고 생각하고 뒤란가서 샌디한데 말하는게 최선이다

점심때가 다 되어서 연탄이 왔다고 아줌마가 말을 해 주신다

옥이는 떨어진 신발을 신고 다라를 들고 뛴다

얼른 나가서 연탄을 빨리 창고에 갖다 놔야 한다

뛰어나간 옥이 눈에 까만 연탄이 키보다도 높게 쌓여있다

"후~이걸 언제 다 갔다 놓지 많다 진짜 "

옥인 갠시리 좋기도 하고  힘이 벌써 들기도 한다

목장갑 낀손으로 덥석 집어 다라에 한장 한장 놓는다

머리에 수건을 돌돌 말아 얹고 다라를 인다

"이구 혼자서 어찌 하냐 옥이가 이집 장사여 장사 뭐든지 잘해 나두 저런 딸하나 있엇음 좋겟어 요즘 애들 같지 않어 쟨 옥이 엄마 복이지 머 ~"

동네 아줌마가 다라를 들어 머리에 이주며 혼자 소릴 한다

옥이가 시~익 웃는다

아줌마도 따라 웃는다

"좋기도 허것다 이것아 아줌마가 한말이 듣기 좋냐?"

옥이보고 아줌만 더 웃어주며 얼른 가라는듯 등어리를 쳐준다

옥인 아무 응대도 없이 그대로 간다

무겁고 머리 돌리기가 힘들어서 그냥 가는것이다

뒤란 샌디가 컹컹 짖어댄다

옥이는 보지도 않느다 무거워서 볼수가 없다

그냥 창고로 들어가 아까 쌓아논 책위에 다라를 내리고 "후~우"

하고 긴 한숨을 내 쉰다

그리고 이내 손으로 다라를 잡고 한다리로 무릎으로 다라를 받친 다음 두 손으로 연탄을 집어 창고 구석서부터 쌓는다

하나하나 까만탄이 이제부터 옥이손에 의해 착착 쌓여져 간다

궁뎅이를 탁탁 털고 일어선다

아마도 궁뎅이가 더럽다고 생각이 든건지 아님 앞이 더러운데 장갑이 더 더러워서 차라리 보이지 않는 뒤를 턴건지 그건 옥이만 알것이다

아무도 옥이가 하는일에 관심도 없고 말을 건네지도 않는다

동네에 옥이 혼자 일을 한다

한장 두장  큰길에 연탄이 없어지고 창고엔 반대로 그득히 까맣게 쌓여서 컴컴한 창고가 더 어두워 보인다

얼마나 지났을까

옥이 걸음이 처지고 이마에 땀이 흐르고 다라가 땅에 질질 떨어져 끌릴때쯤 일이 끝나고 다리가 후들거리고 큰길엔 엄마가 한 손으로 빗자루질을 한다

"혼 났다 혼자서 에미가 병신이라 니가 혼나는구나 담뱃집에 들어가 물 먹어라 엄마가 (보름달)당시 유명했던 카스테라 일종의 빵)을 너 주려고 아줌마 한테 말 해놨으니까 가서 먹어라 애들오기전에 오면 못 먹는다 "
엄만 고개 숙이고 말을 한다

'엄만 안먹어 ? "

"어여 가서 먹어 먹으램 말 하지 말고 애들 학교서 올때 댔잔아 또 뺏기지 말고 어여"
엄만 한손으로 들어가란 시늉을 한다

옥인 좋아라 들어간다

'옥이 오는구나 여기있다 먹어라"

담배집 아줌마는 기다리기라도 한듯 빵을 내밀고 우유도 준다

"엄마가 물 먹으래요 '

옥이는 흐르는 땀을 팔로 쓱 닦으며 처다본다

처다보는 눈빛이 맑고 밝다

"아줌마가 주는거니까 먹어 갠찮아 얼른"
아줌만 우유든 팔을 흔든다

옥인 "고맙습니다 "고개숙여 인사하고 받는다

'인사도 잘하네 옥인 그래 체할라 천천히 먹어라"
아줌마가 웃으며 건넨 칭찬에 옥이는 날아갈듯 기쁘다

일년에 몇번있는 칭찬이 오늘있는것이다

연탄때문에 빵도 먹고 칭찬도 듣고 옥인 나무의자에 앉아 먹는 자기 자신이 얼마나 부잣집 딸같던지 유리창에 비친 옥이 모습이 이뻐보인다

까만머리를 뒤로 질끈 묶어 내리고 팔꿈치가 쑥 나온 뻘건색 도꼬리에다 무릎이 낡아서 구부리면 살이 보이고 피면 안보이는 나일론 자주색 바지 ...........

하지만 지금의 옥인 귀한 빵에 우유까지 들고 칭찬을 듣고 얼마나 귀한가

엄마가 빗자루질하고 옥인 먹으며 놀고 ................

옷과얼굴이 까맣게 범벅이 됐지만 오늘의 옥인 귀한 대접의 하루다

행복이 그득히 옥이 얼굴에 넘처 흐른다

애껴~애껴서 빵을 먹는다 꿀맛같아 저절로 넘어가지만 참으며 천천히 먹는다 정말 달다 종이에 묻은 빵껍질을 옥이가 이로 질근질근 씹어 삼킨다

저문 하늘에 벌써 달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