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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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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을 찾아서 - 3) 화려한 날의 시작


BY 라메르 2004-12-02

띠리링, 띠리리리링....

아침 일찍부터 전화다.

".........."

다시 띠리링........

핸폰 열어 귀에 대면 바람소리 뿐.

"뭐야?  니 버버리쥐~ "

"아니." (코맹맹이 소리 누군지 알 수 없다)

"이쒸 전화했음 말을 해야쥐 말을.....  "(악을 좀 썼다)

플립을 꽝 닫으려는데

"자, 자, 잠깐..... 어메다. 별일없나 해서...

"아까 전에도 엄마였수?"

"응~  긴장 풀어 줄라고."

"오히려 긴장됐네욤. 그리구 출근 전인데 뭔일은 바빠. 끊어."

"썩을 녀..../ ㄴ (ㄴ은 플립 안으로 사라짐)

시계를 보다 출근 준비를 서두르는 신이 맴이 급하다.

급할 수 록 돌아가라는데..... 돌아 가면 지각하겠지?

급하게 신으려 해서 그런지 스타킹 잘 안 올라가고 다리 중턱

에서 걸려 잡아 당기면 올이 튄다.

급할 수 록 돌아가라는데 천천히 했으면 올이 나가지 않았겠지?

그럼 시간이 절약되는 거야?

"몰라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으쒸 벌써 몇 개 째야?"

스타킹이 세 개 나 올이 튀었다.

신이 가방을 죄다 뒤져 보지만 새 스타킹은 눈씻고 비벼봐도 없다.

쓰레기통에 쳐 넣었던 거 다시 꺼내 보지만 도저히 신을 수 없다.

해서 룸메이트 서랍을 뒤져보니 후줄그레한 거 몇 개가 있다.

아직 인사를 나눈 적은 없지만 어쩌 건냐?

신이가 슬쩍 실례를 했다.

그런데 룸메이트한테는 팬티스타킹이 하나도 없다.

"으쒸~ 빤쓰스타킹 좀 키우지. 어째 한 개도 없냐?"

허긴 허락없이 신는 주제에 뭔말이 그래 많냐 그런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그 중 성한 걸 골라 끼워 보는데.....

밴드스타킹의 밴드는 허벅지를 넘지 못하고 자꾸 미끄럼질이다.

궁리끝에 동전 두 개를 양옆에 넣어 밴드를 꺾어 고정시켰다.

어렵사리 스타킹을 신은 신이 헐레벌떡 병실로 향했다.

마침내 엄마가 위험하면 우얄꼬? 걱정하던 정신병동 앞에 섰다.

엄마한테는 큰소릴 팡팡쳤는데.....

막상 와 보니 맥박이 빨라지고, 무신 지랄로 오금이 달달 떨린다

병동 출입문은 육중한 철문이다.

철문을 보니 영화에서 본 교도소 같다.

그때 택도 없는 생각이 신이 마음을 부채질 했다.

'에라 모르겄다. 튀어 버릴까?'

'뭐? 튀어?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신이의 마음 속은 갈등으로 일렁였다.

그때 신이보다 한 걸음 앞서 걷던 간호과장이 출입구의 벨을 눌렀다.

띠--, 띠리리---- 하는 기계음에 안에서 자물쇠 열리는 소리가 철커덕

하고 들렸다.

신이의 갈등도 저 만치 달아났다.

이제 완죤히 코꼈네^#^

출입문은 바깥의 철제문과 안쪽의 쇠창살로 된 이중문이었다.

문이 열리자 열쇠 꾸러미를 든 흰 가운을 남자가 두 사람을 향해 가볍게

목례했다.

가운의 남자는 보호사다.

그의 뒤로는 회색 츄리닝을 입은 남자 환자들이 우르르 몰려 왔고

신이 그녀를 보는 그들의 집중된 시선이 부담스럽다.

"오~ 섹쉬~ ~ "

"와~ 쥑이는데 ~ ~ ~ "

"우 우 우...휫~ ~ ........."

그들이 내뿜은 휘파람소리는 여기저기로 퍼졌다.

바짝 긴장한 신이 간호과장뒤에 바짝 붙었다.

바른 자세로 걸으려는데 걸음걸이가 뛰뚱거린다.

그렇게 한걸음씩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마냥 걸음을

옮기는데 갑자기 뒷덜미에 검은 그림자가 일렁였다.

순간이었다.

"으악!! "

신이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지익....하는 이명소리에 섞여 아이스케키 하는 소리가

들린 것도 같고, 쩔렁하며 뭔가 떨어 지는 것도 같았고,

쿵쿵거리며 누군가가 저 만치 달아 나는 소리를 들은 것도 같다.

정신이 들었을때는 간호사실 옆 휴게실이다.

신이의 인기척에 휴게실에 온 주임 간호사

"깨어 났군요? 많이 놀랐지요? 하며 간호사실로 안내를 했다.

동료가 될 그들은 따듯하게 신이를 맞아 주었다.

"환영식 거하게 치뤘다 생각해. 맘에 담아 두지 말길."

하며 어깨를 도닥여 주는 사람은 작은 체구에 카리스마가 넘쳐 보이는

수간호사였다.

신이의 첫날 첫 업무는 병실순회로 시작되었다.

"자 그럼 라운딩합시다." 하며 앞장서는 수간호사를 따라 7-8명의

직원이 일렬로 섰다

신이는 무리의 맨 꽁지에서 졸졸거리며 따라 나섰다.

烈(열)이 간호사실 문을 막 빠져 나갈 즈음에 뒤쪽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야~ 문열어 이 XX들아.  니들 문 안 열어주면 다 뒈진데이. 쾅, 쾅쾅!!"

"특히 새로온  가스나 나 나가면 니 죽는다."

烈(열)은 방향을 바꿔 보호실로 향했다.

보호실은 사방이 쇠창살로 둘러쌓인 성냥곽 같은 작은 공간으로

사고를 내거나 해를 가하는 사람을 격리시키는 공간이다.

그곳에는 젊은 남자 한명이 갇혀 쇠창살을 발로 걷어 차고 있었고

들어 오는 무리들 중 수간호사와 눈이 마주치자

날뛰던 그는 언제그랬냐는 듯 꼬리를 살짝 내리고 애원했다.

"선생님요. 나가게 해 주소. 진 여기 들오는게 아닌데 억울합니더." 한다

"그러게 아이스케키(치마를 걷어 올림)를 왜 해요?" 하는 수간호사의

질책에

"누가 아이스케키를 했다구 그라요?"

"그럼 왜 달아 났지요? 연섭씨."

"-----------"

"그럼 반성하고 계세요."

"아니 내가 죄가 없는 거는 저 여자가 잘 알깁니다." 하며 연섭은

신이를 쳐다 본다.

신이 멍하니 연섭 쳐다 보는데

"시침떼지 말고 말하거라. 이래도 아이가?" 하는 연섭의 손바닥엔

백원짜리 동전 두 개가 놓여 있다.

"아니 이건 뭔가요?" 하는 수간호사의 물음에

"동전 아잉기요."한다.

"누가 몰라서 물어요? "

"누가 입에라도 넣었음 어쩌려구....이 위험한 게 어디서 났지요?"

"전 그냥 주웠을 뿐이라예. 구체적인 건 저 여자한테 물어 보이소."

연섭은 턱으로 신이를 가리켰다.

모든 시선이 신이에게 쏠리자 그녀는 얼굴 벌개졌고 버벅거리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상황을 알아 본 후에 다시 들르겠어요." 하며 동전을 수거 해 퇴장을

하는 수간호사와 무리들의 등뒤에다 연섭은 의기양양해 떠들어 댔다.

"참 알 수 없는 여자인기라. 낸 동전을 봉창이나 지갑에 너어가 댕기는

사람은 봤시도 그걸 빤쮸안에 너어가 댕기는 사람은 첨봤네.헤 헤."

연섭은 신이 엉덩이를 뚫어져라 보며 재밌는지 말을 재탕했다.

"빨간 빤쮸안에 동전은 얼매 행복했을꼬? (콜록콜록)....우 헤 헤 헤.

정신없이 보호실을 뛰쳐 나온 신이 허벅지 아래로 줄줄 내려가는 스타킹을

올리려다 문득 동전 두 개가 아이스케키할때 빠져 나갔음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