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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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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정(母情)


BY 그린미 2004-11-27

어미의 마음은 항상 낭떠러지를 뒤로하고 서 있는 기분이었다.

한발만 뒤로 물러서면 깊이를 가늠할수 없는 천길 아래로 꽂히고 말것 같은 불안함에

가슴은 언제나 마짝 마른 가랑잎 소리를내며 시리고 차거웠다.

 

유난히 눈물이 많고 웬만한 일에는 속으로 쑤셔놓고 삭히는 재주를 결혼초부터 배워온 터수에

드러내놓고 왈가왈부 한 적은 없었다.

 

두아이를 키우면서 여느 어미차럼 품안에 보듬어 안고 저리도록 애틋한 맘 주어준 적도 없었다.

그런 여유는 이미 어미가 부릴수 없는 사치스러운 모정이라고 여겼었다.

 

아이들은 항상 어른들 차지였다.

아비도 어미도 내아이라고 드러내 놓고 소유권 주장할 만큼 야물지를 못했다.

오히려 당신네 아이라고 떠 안기면 입이 귀에 걸리도록 좋아하시던 어른들이었으니....

 

엄격한 가정룰 속에서 아비와 어미가 아이들을 공유할수 있는 시간은 잠잘때와 수유시간이 전부였다.

딸아이는 젖 떼자마자 빼앗겨 버렸고 아들녀석은 그나마도 어미곁에 머무는걸 허락 받았지만

어미 마음은 뭔가를 놓치고 사는 억울한 맘이 딸아이를 볼때마다 스물거렸다.

 

어미는 아이들에게 거의 병적으로 집착하게 된 동기도 여기서 비롯 되었다.

내 품에서, 내손안에서 내 양껏 조물거려주지 못한 아쉬움이 아이들이 커감에따라 비례해서 표출되었다.

 

그러나, 어미는 겉으로 드러나는 극성은 될수 있으면 자제를 했다.

영악스러운 아이들에게 혹시라도 오해할 소지를 남기는게 아무래도 반길일은 아니기에 ....

 

그래서 아이들은 어미가 차갑고 딱딱한 스테인레스 표면같다고 느겼을지도 모른다.

안으로 구겨넣은 저리도록 애틋한 맘을 읽어주기엔 아이들이 어렸었다.

 

어미는 아이들에게 맨손으로 뺨한대 때린적 없다

커가는 딸아이보고 그 흔하디 흔한 '지지배,가시나'소리 입에 담은적 없다.

오락실 드나드는 열살짜리 아들녀석 종아리를 스물다섯대를 때리던날 밤 혼자서 몰래 울었다.

 

비교적 온순한 아이들이라고 치켜 세우면서도 한치의 어긋남도 용서하지 않은 불같은 어미에게

아이들은 불평없이 자라 주었다.

 

무덤덤한 아비에게 묻어나는 은근한 사랑이 아이들이 커가면서 겉으로 드러났을때

어미보다는 아비를 더 살갑게 대해주었던 영악함에 어미는 키운 보람을 느꼈다.

그래서 아비가 가족속으로 들어왔을때 어미는 멀찍이서 아비의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아이들이 시간을 앞질러 웃자란 티를 냈을땐 참으로 불안했었다.

어미의 상식을 뛰어넘은 아이들의 사고에 어미의 주장을 편다는건 어불성설이었다.

차츰 아이들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서운함이 배어나왔다.

 

어미가 구심점이 되어서 주위만 둥그랗게 원을 그려 주기를 바라는게 욕심이라는거 알지만

어미는 아직도 무언가를 더 해 주어야만 비어있던 맘이 채워질것 같았다.

필요이상의 관심이나 간섭이 아이들에게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줄 뻔히 알면서도

어미에게는 미처 떨어지지 않은 설탕시럽의 꼬리 만큼이나 길게 여운이 남는다.

 

아이들은 더이상 어미의 손이 필요치 않았다.

그냥 버려 두어도 스스로 제길 찾아서 씩씩하게 두팔 흔들며 휘젓고 갈수 있건만

어미는 아직도 불안하고 못 미더워 손을 내밀어 잡아주고 싶어진다.

 

그러나,

누군가가 그랬다.

부부는 살아갈수록 점점 가까워지는 사이고

자식은 점점 멀어지는 사이라고......

 

몸과 마음이 멀어진들

어미의 맘은 항상 아이들이 내 뿜는 숨결만이라도 느끼고 싶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