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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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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어 버려라!


BY 낸시 2004-11-23

삼 십 년 전 처녀 시절 이야기...

내가 살던 고향은 산 좋고 물 좋은 곳이었다.

배산임수의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었으니 뒷산이 병풍처럼 둘러치고, 마을 앞에는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시내가 있고...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마을 앞의 맑은 물이 말썽이었다.

여름이면 인근 도회지 사람들이 몰려나와 물놀이를 즐긴다고 여기저기 벌거벗은 사람들이 널려있으니 지나가는 마을 여인네들은 곤혹스러운 때가 많았던 것이다.

그나마 다리가 나무를 엮어 흙을 위에 부어 만든 것이었을  때는 사정이 나았다.

다리위로 지나가는 사람들과 물이 가까우니 목욕을 하는 사람들이 다리위로 지나가는 사람 눈에 띄지 않는 곳을 찾아 가능하면 다리와 먼곳에 자리를 잡곤 하였다.

그런데 온 마을 사람들의 소망인 시멘트로 된 큼직하고 멋진 다리가 놓여지고 부턴 상황이 달라졌다.

다리에서 먼 곳에 자리를 잡던 물놀이 인파가 다리 밑으로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햋볕을 가려주고, 갑자기 소나기라도 오면 피할 수도 있고, 벌거벗고 목욕을 해도 다리 밑에 있으면 가려지기도 하고, 제법 길고 높은 다리는 다리위를 지나가는 사람과 적당한 거리감도 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물놀이를 온 사람 중에는 정신이 이상한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길영이 엄마도 당했다고 하고, 성애 언니도 보았다고 하고, 언니 친구 이순이도 당했다고 하고...

여자 혼자 지나가면 벌거벗고 목욕하던 놈이 다리 밑에서 밖으로 나와 소리쳐 불러 자기 좀 봐 달라고 한다 하였다.

무심코 소리나는 방향을 바라보면 못볼 것을 보기 마련이라고...

모두들 더러운 똥물을 뒤집어 쓴 것 처럼 기분이 나쁘다고, 여름에 혼자서 다리를 지나가려면 끔찍하다고 하였다.

아줌마들도 끔찍한데 아가씨들은 정말 못당할 짓이라고들 하였다.

모두들 수근수근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들 하였다.

 

 

나라고 예외일 수 는 없었다.

어느날, 다리 위를 혼자 지나는데 밑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 소문에 듣던 바로 그 일이구나, 짐작이 되었다.

싫은 생각, 미운 생각이 들지만 어쩔 수 없다.

행여 못 볼 것을 볼쎄라 눈길을 옆으로 돌릴 수도 없다.

못들은 척 앞만 보고 다리를 지나 갈 수 밖에...

 

집에 와서 생각하니 분한 생각이 든다.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도 못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조약돌도 외면하고 다리를 지나다녀야 하다니...

피라미가 해질녁에 은빛으로 뎌기저기서 팔딱팔딱 뛰는 것을 바라보면 얼마나 마음이 평화로워지는데...

그런 사람들이 없을 때는 그런 것들을 보고 듣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이었는데...

그 위를 지날 때는 콧노래가 절로 나올만큼 즐거웠었는데...

뭔가 잘못되었다.

아니 나는 옷 잘 갖추어 입었고 벌거벗은 것은 그쪽인데 왜 내가 부끄러워 절절매야 한단 말인가?

 

얼마 후 해 질 무렵 다시 다리를 지나게 되었다.

멀리서 살펴보니 벌거벗은 사람은 없는지 아무도 눈에 띄지 않았다.

모처럼 해질 무렵 노을과 물고기들이 뛰노는 냇물과 조약돌이 어울려 빚어낸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바람의 방향을 찾아 바람이 실어오는 향기로운 냄새에 취하기도 하고...

다리위를 지나는 내 발걸음은 춤이라도 추듯 가벼웠다.

다리  중간 쯤 지나고 있을 때였다.

내 기분을 엉망으로 망가뜨리는 소리가 들린 것은...

"어이, 아가씨~, 아가씨~!..."

그 때 난 성깔에 서슬이 퍼렇던 때다.

내 좋은 기분을 망가뜨리면 꼭 되갚아 주곤 하던 때다.

못들은 척 지나갈까 하다가 그냥 지나가기엔 너무 화가 났다.

다리 난간을 붙들고 소리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다리 아래 제법 나이 줄이나 든 중늙은이 축에 낄만한 남자가 서 있다.

벌거벗은 채 제 물건을 흔들고 서서 의기양양 나보고 봐 주란다.

다리가 높아서 다리 위와 아래는 제법 거리감이 있다.

이쯤에서 바라보는 일은 위험할 염려는 없다.

바라보아 주기로 했다.

이 늙지도 젊지도 않은 아저씨, 새파란 아가씨가 바라 봐 주니 기분이 째지게 좋은지 입이 귀에 걸렸다.

처녀적엔 제법 미인 소리를 듣던 나니 그녀석 기분이 엄청 좋았을 것이다.

난 화가 엄청나면 오히려 느긋해지는 사람이다.

지긋이 바라봐 주었다.

한참을 뚫어지게 관찰하고 말해 주었다.

씹어밷듯이 천천히 또박또박 한마디 한마디 힘주어 말해주었다.

할머니가 손주녀석을 꾸짖듯 말해주었다.

"야, 그것도 물건이라고 달고 다니냐?  남에게 보여주려거든 물건 같은 것을 보여 줘야지...아무리 봐도 니거는 아니다.  떼어 버려라!"

이 말에 그 나이 지긋한 그 아저씨 얼굴에 번지던 그 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