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모두가 잠들고 나니 이제 오롯이 저만의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베란다 문을 잠그려다말고 스산한 늦가을 바람을 들이켜 봅니다.
찬공기가 폐속 깊이 들어와 시원하다 싶더니 이내 몸이 웅크려집니다.
가을이 언제왔었나 싶더니 이제는 저만치 달아나려 합니다.
너무너무 힘들었던 2004년이 이제 서서히 저물어가려 합니다.
먼 훗날 옛날을 떠올리며 얘기할때 아마도 2004년은 진한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을까 합니다.
젊은 나이에 강남권 진입도 했고 사랑스런 둘째도 낳아 완벽한 4인가족도 이뤘는데
상황은 왜 그리 어렵게만 풀리는지...
이제 조금씩 꽁꽁 묽인 매듭도 풀려가고 생활의 여유도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삶이 참으로 많은 교훈을 저에게 줍니다.
교만하지 말고,인내하고,열심히 살고,마음의 여유를 가질것을 ,그리고 기타 등등
제 마음 그득한 그림들을 어떻게 펼쳐보일수 있을까요?
상하고 지친 제 마음은 누구에게 어떻게 위로받을수 있을까요?
그래도 열심히 살았노라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노라고 감히 얘기하고 싶습니다.
예전에 그랬듯이 툭툭 털고 언제 그랬냐는듯 씩씩하게 살아야겠지요!
옷깃을 세우게 하는 찬 바람에 남편이 스산한 가을을 느끼지 않았으면 합니다.
남편의 어깨가 너무 무거워 보여 지었던 눈물이 남편을 슬프게 하지는 않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금 잠자리에 들면 남편을 가만히 안아줘야겠네요.
아!
이 가을 괜시리 센치메탈해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