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을을 타나?
맘이 얄궂다 .뭐라 표현할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무진장 외롭고 적적하고.... 뭐 하여튼 심란하다...
하루 종일 있어도 전화벨도 울리지 않는다 왠지 요즘 따라 뜸하다.
내가 잘못 산건가? 에구~ 나도 몰겠다.
모두들 뭐하고 어딜 갔는지 내 존재를 필요로하는 사람이 없나부다.
어찌하여 그네들은 이 인간 진주를 몰라본단 말인가? 히~
진짜 가을인가부다. 하늘은 높고 푸르지, 뭉게 구름은 둥실둥실 떠있지,
햇살도 무지 따사롭다. 나뭇잎 한잎 한잎위에서 반짝이는 햇살이
내 가슴을 마구 쏘아댄다 .으~ 쓰린다...
이 좋은 가을날에 뎅그라니 나홀로 집에 갇혀 있을 순 없지 그래 나가자 무작정.
"열심히 일한 그대여 떠나라" 누가 그랬던고?
"외로운 여인이여 무작정 나가라"
이것 저것 잴 것도 없이 배낭에 물 한병, 켄커피 하나, 검은콩 송송박힌 백설기 한덩어리
넣어 집을 나섰다...
무진장 외로운 나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어주고 있는 나의 애마
ㅡ 그래, 사람으로 칠라치면 살 만큼 산 노인네ㅡ 고물차에 시동을 걸었다.
페달을 밟자 금새 시내를 빠져나왔다. 야~~달려달려~~ 마구 질주했다.
우리동네를 지척에 두고 있는 명산 팔공산을 향해 돌진했다...
산기슭 순환도로에 오르자 막 물이 들기 시작한 단풍들이 길가에 줄지어 늘어서서
나를 환영하고 있다. 목요일 오전 이른 시간이라 도로엔 차가 없다.
드문드문 한 대씩 지나간다. 내 세상인 듯 구불구불 오르막 내리막을 주저없이 맘껏
달렸다. 좌우 앞에 보이는 숲들을 열심히 눈에 담고 또 담았다.
숲님들에 안겨 흠뻑 취한채 금새 수태골 등산로 입구에 닿았다...
신발과 옷차림을 정리, 여미고 배낭을 들쳐멨다.
오르기시작, 어~ 근데, 산속이라 그런지 공기가 성겅하니 차갑다.
바람도 제법 분다. 등산로에 사람이 없다. 아~저쪽 전방 백미터 앞에 뒷모습으로 보아
4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홀로 올라가고 있다...
우쒸~ 내가 잘못 왔나?
생각외로 분위기가 썰렁하다. 숲속길로 접어들자 스산하기까지 하다.
나뭇가지가 바람에 사각거리는 소리 그리고 내 발자욱 소리뿐 적막감이 감돈다.
으스스~~
그래도 저 앞에 아저씨 등판이 나무에 가려 보이다 말다하는 것이 위안이 되었다.
적어도 나 혼자는 아니다.' 에라이~ 몰겠다, 누가 잡아 갈려면 잡아가라'
흠흠!! 헛기침으로 맘을 다잡고 '이제부터 자연을 만끽하자 자연과 함께 무념무상'.
오르고 또 올랐다.
가을햇살은 산 속 우거진 숲사이에서도 어김없이 그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
조르르 졸 졸 ~ 물 흐르는 소리에 나무가지들을 헤치고 눈길을 꽂았다.
바위틈 사이를 흐르는 유리처럼 투명한 골짜기물에 앙징맞은
샛빨간 단풍잎이 동 동 떠 있다...
발자욱 소리에 흠칫 놀라 위를 쳐다보니 벌써 하산하는 등산객이 열심히 내려오고 있다.
휴~ 안심이다 그래도 등산객이 있긴 있나부다. 사람이 이렇게 반가울수가!
홀로 산행하다 젤 무서운게 사람하고 맞딱드리는 거라 하던데 난 무지 반갑다.
나 홀로가 아니라는 이 안도감!.
흠흠~~싱싱하고도 산뜻한 공기를 길게 들이쉬며 한발 한발 오른다.
저 앞에 빨간 조끼 등산복이 언뜻언뜻 보인다.
아~ 여자 등산객이 하산하나보다 . 배낭도 없이 빈손으로 하산하는 차림으로 보아
아침산책 삼아 산을 오르는 이동네 아줌마 인가 보다 .부지런도 하셔라~
드문드문 등산객이 보이니 이젠 진짜 안심이다.
어랴!~ 산 중간쯤에 다다르니 드문드문이 아니라 여기저기 등산객들이
마구 흩어져 있다. 후~ 괜히 무서워했네. 조금만 더 오르면 곧 정상이 보이겠지
힘은 들지만 한걸음 한걸음 정상을 향해 오르고 또 올랐다...
와~ 하늘이 보인다.
이제 다 왔다.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 저 높을 곳을 향하여' 전진 또 전진.
아~~~~~~~~ 이 시원함 ,상쾌함 ,뿌듯함!!!!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싯귀가 생각난다.
이 맛을 느끼기 위해 산자락부터 내 숨소리는 그렇게 헥헥~ 그렸나 보다.
탁~~트인 시야엔 푸르른 하늘에 맞닿은 봉우리들이 굽이굽이 늘어져 있고
뭉게구름도 듬성듬성 걸쳐져 있다.저어기 우리동네도 희미하고 조그맣게 보인다.
바위에 걸터앉아 하염없이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팔공산 정기를 맘껏 받았으니 이젠 하산해야지.
정상이라 바람도 한층 세고 한기가 느껴졌다. 아쉽지만 가을산 풍경은 가슴에 담고
하산하기로 했다.
등산하기엔 이른 시간에 왔나부다 . 내가 하산할때 이제 등산객들이
무더기 무더기로 떼지어 올라 온다. 단체로 올라오고들 있었다.
아~ 홀로 그것도 여자의 몸으로 홀로인 사람은 나 혼자 뿐이었다.
밀려드는 이 외로움~
이 외로움은 어딜가나 따라다닌단 말인가?
홀로 일때 외로움보다 무리속의 외로움은 무지 더 외롭구나!
외로움이란 놈을 떨쳐버릴려고 왔는데 여기까지도 그 놈은 따라왔나부다.
다음엔 꼭 누구하고든 같이 와야지.
하지만 난 안다.
언젠가 문득 또다시 외로움을 느낄때 메낭 들쳐메고
느닷없이 홀로 산에 오르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