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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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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어정쩡 한 날....


BY 그린미 2004-10-10

당숙님 생신이라캐서 아침도 안먹고 옆지기랑 일찍 촌으로 출발혔다.
여기서 잠깐,
울 아들녀석하고 같은 날이라서 잊어버렸다는 변명은 결코 통하지 않는 날...

현관에 어지러이 널린 신발 사이사이에 내 신발 쑤셔넣고
토종어른들 주욱 앉아 계시는 거실에다가 대고 무조건 허리 굽히고 머리 조아렸다.

그러나 인사치레가 여기서 끝나면 좋은데 뒤바뀐 절차가 남아 있다.
날아 갈듯이 절 드리고 앞앞이 안부 챙겨 묻고, 건강 걱정 해 드리고.......
그리곤 주방으로 횅하니 가보니 이미 젊은 동서들 하고 시누이들이 주방차지 다했다.

팔걷고 설거지 통에 손 담구는 시늉을 하자니 아랫동서가 기겁을 한다.
"형님, 오시느라고 고단 하신데 그냥 앉아 계시이소....."
30분만에 도착한 생신집인데 고단하다고 쉬란다.
젊은 새내기들끼리 쑥덕거릴 사연들이 있는것 같아서 못 이기는척 도로 거실에 가니 역시  내가 끼일데가 없다,

토종 어른들 족보 얘기 하시고 웃대 어른들 공과를 논하고 계시는 자리에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 마냥 멀건히 엉덩이 붙히고 앉아 있기도 곤혹 스러웠다.

슬며시 일어나서 조카들 티비 보는자리에 웅크리고 앉아서 만만한 조카녀석 볼태기를 쥐고 흔들었다.
이녀석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큰엄마가 때린다고 고자질 한다.

넘고 쳐지는 세대 사이에 내가 끼어서 말 건넬 말동무 하나 없다.
토종 어른들 틈에 섞여있는 남편에게 눈짓을 하면서 밖으로 나왔다.

"왜?"
눈짓에 끌려나온 남편이 다짜고짜 본론을 묻는데 또 할말이 없다.
"심심해서........."
"........머?........"
남편눈이 우사에서 여물먹고 있는 소하고 사이즈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심한 눈으로 째려 보더니 다시 안으로 들어간다.

"이 나이에 벌써부터 끼일데가 없다니..........."

그래서 할일없이 꼬랑지 흔드는 백구(개)하고 놀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