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에 이어 소방차, 그리고 앰뷸런스가
요란한 경적을 울리며 도로를 질주한다.
경적소리가 어두운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 갈 즈음 이번에는 난데 없이
나타난 헬리콥터가 집 앞 상공을 선회하며 부족한 잠을 설치게 한다.
어디서 무슨 사고가 발생하였는지 모르겠지만 월요일 아침부터 왜 저렇게
호들갑을 떨어야 하는지 한국인의 정서로는 이해되지 않는다.
이것 뿐만 아니다.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조용한 마을의 정적을 깨뜨린다.
소리의 크기도 한국 경찰의 두배 정도는 족히 되고도 남을 것이다.
혹시 곤하게 잠든 아이들을 깨울까 나는 걱정인데 그들은 그런 염려들은
전혀 개의치 않아 보인다.
물론 공공질서를 위한다면 소수의 희생은 필요하겠지만 이른 아침부터
고막을 찌르는 듯한 사이렌 소리를 접할 때마다 짜증부터 난다.
이러한 경험은 나 혼자만이 아니다. 여기 교민들도 처음에는 다 경험했던
일이란다.
얼마 전에 베트남 여행을 다녀 온 적이 있었다.
하노이 시내를 들어서는 순간 입이 딱 벌어져 어떻게 형언할 수가 없었다.
도로마다 오토바이가 그렇게 많은 광경을 처음 접했기 때문이었다.
잠시 동안 오토바이 경기장에 와 있거나 로드 쇼를 보고 있는 착각에
빠졌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그 작은 오토바이 위에 두 세 명이 보듬고서 거리를
달리는 모습은 비 오기 전 이사를 가는 개미 떼의 모습과 흡사했다.
그리고 그 오토바이 행렬이 사거리에서 신호 대기가 끝나고 움직이게
되면 벌집 수 십 개를 한꺼번에 쑤셔 놓은 듯한 소리처럼 소란스럽기
그지 없었다.
처음엔 그 광경이 하도 신기하고 우스워서 그들의 행렬을 쳐다보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는데 차츰 그 모습들이 눈에 새겨질 즈음에는 시각 공해,
청각 공해로 다가왔다.
이런 상황인데도 경찰들은 거의 단속을 하지도 않으며 별로 눈에 띄지도
않았다.
이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이 소란스런 소리를 매일 들으며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한편으로는 고막도 어지간히 튼튼한 사람들이라는
생각도 했었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웃고 있는 나의 마음을
읽었는지 안내하던 가이드가 오토바이가 많은 이유를 설명하였다.
하노이의 부실한 대중교통 시스템으로 말미암아 시민들은 어쩔 수 없이
오토바이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단다. 또한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면 더운
아열대 날씨를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으며 목적지까지도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 오토바이는 이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게 가이드의
설명이었다.
교통 경찰들도 단속보다는 계도 차원으로 속도 위반 정도만 단속한단다.
이렇듯 베트남 경찰들은 국민들이 삶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타는
오토바이가 약간의 교통 법규를 어겼다고 해서 수선을 피우거나 호들갑을
떨면서 단속하지 않았다.
우리 나라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베트남 경찰과 단속 강도가 크게
다르지 않는다.
단지 신참 전경들에게만 걸리지 않는다는 단서를 단다면.
그런데 이 곳 미국은 좀 상황이 다르다. 어느 운전자가 교통 법규를
한가지라도 위반했을 때에 단속 현장을 보면 참으로 가관(可觀)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호떡집 불이 난 것처럼 무지 수선스럽고 호들갑을 떨면서
단속한다.
엇 그제 동네 빨래방을 가면서 어떤 여자 운전자가 속도 위반으로
교통경찰에게 단속을 당하는 현장을 목격하였다.
운전자가 여자인지라 부드럽게 단속을 하여도 될 것 같았는데 요란한
사이렌과 번쩍이는 경광등 그리고 한 두 사람의 경찰로는 단속이
불가능했는지 근처에 있는 동료까지 불러 오느라 단속하는 시간은 고무줄
늘어지는 듯하였다.
여자는 급한 볼 일을 보러 가다 단속에 걸렸으면 꼼짝없이 낭패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맘이 상해서 단속하는 경찰에게 인상을 써도 안되며 경찰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운전석에서 움직여서도 안 된단다.
한마디로 함정 단속에 걸려도 생글생글 웃어야 한다는 것인데 한국에서
이렇게 웃으면 경찰이 자신들을 비꼬는 줄 알고 더 비싼 딱지를 끊을 것이다.
그 날 뜻하지 않게 덫에 걸려 운전석에 순한 양처럼 앉아 있던 여자가 급한
볼일이 없었기를 기원하며 귀가하였지만 경찰의 호들갑스러움은 아직도
생생하게 귓전에서 잠자리처럼 맴돈다.
이 곳의 경찰들이 왜 그렇게 단속을 하는지 그 속은 아직도 모르겠지만 나는
유추를 해 본다.
아마도 2001년의 9.11 테러사건 이후로 단속 방법이 진화(?)되었을 것이고
덩치가 큰 놈들이 겁이 더 많다는 속설이 맞는 것 같다.
그래서 미리 호들갑을 떨지 않으면 상대를 제압하기 어려우니 궁여지책으로
나온 발상이 아닐까 싶다.
한국에서는 골목마다 누비며 "계란이 왔어요!~ 공장에서 바로 나온 계란이
왔어요!~ "
라는 확성기소리가 소음 공해였는데 이 곳은 경찰의 호들갑스러움이 소음
공해이다.
가을 바람인 냥 경찰의 사이렌 소리가 창문을 넘나들 때면 한국의 조용한
아침이 가끔은 그리울 때가 있다.
언제나 시도 때도 없이 호떡집에 불이라도 난 것처럼 수선을 피우며
질주하는 경찰의뉴저지 포 트리에서 인연 사이렌 소리를 동네 개 짓는 소리로
치부해 버릴 수 있을까?
이런, 또 한 다스의 사이렌 소리가 고막을 찢고 멀리 달아난다. 저런 x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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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 포 트리에서 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