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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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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녀석을 논산에 버려두고...


BY 그린미 2004-09-21

 떠날때는 셋이서 떠났는데 돌아올때는 뒷좌석이 비어 있었다.

아들녀석이 앉아있던 자리엔 먹다남은 우유팩이 그대로 바닥에 굴러 있었고

애지중지하던 카메라폰도 고스란히 내 손에 쥐어져 있었다.

 

"엄마, 저 괜찮아요...그러니 엄마도 울지 마세요..."

제법 어른스러운 티를 낼려고 하얀덧니 드러내며 싱긋 웃어 보였다.

그러나 내손을 놓고 연병장으로 뛰어가면서 힐끗 돌리는 눈자위가 벌겋게 덧칠이 되어 있었다.

 

터져 나오는 울음 삼킬려고 목줄기에 힘을 주었다.

눈물샘이 미어 터질것 같아서 회색빛 하늘에 눈길을 던져도 보았다.

 

밤새 내손 만지작 거리고 얼굴 부비던 여리디 여린 녀석이.....

어느새 나라의 부름에 불려가야 하는 나이가 되었는지 지나간 숫자 헤아리기엔 현실을 부인

할수가 없었다.

 

연병장에 모인 우리 아들들......

한번이라도 더 볼려고 고개 빼고 아들 찾느라고 연병장 안에까지 뛰어든 어머니...

아들이름 부르며 어깨 들먹이는 연세드신 어느 막내의 어머니....

내옆에서 연신 코를 풀어대며 울먹이던 앳딘 소녀도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무엇이 우리의 아들들을 떼어 놓는가.

한순간의 이별이 왜 이렇게 긴 세월같이 느껴지도록 처절할까...

 

돌아오는 차안에서 난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묵묵히 운전대만 잡고 있는 남편의 표정도 일그러 졌으리라....

와이퍼를 피해서 줄기차게 차창을 때리는 빗줄기 행렬에 눈앞이 흐릿했다.

눈물 탓인지 빗물 탓인지 모를 뿌연 안개가 시야를 막는다.

 

대한민국의 어머니들은 참으로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금쪽같은 아들 나랏님 부르심에 찍소리 못하고 품에서 떼어 내줘야 한다


그러나,

그냥  대한민국의 아들이면 누구나 다 가는 군대가 되어야 하는데

돈있고 빽있고 특별한 자리에 특별나게 대우 받는 사람들은

통발에 미꾸라지 빠져 나가듯 슬슬 다 기어나가고

힘없고 돈없는 우리의 아들은 24개월을 고스란히 나라에 충성해야 한다

 

충성을 하는건 좋은거다.

그러나 그 충성이 형평성을 유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종주먹을 휘두르고 싶다

속된말로 '언넘은 군대 가고 싶어서 가냐고..........'

법을 알기를 우습게 아는 뭇 대단한 인간들......

우리는 '용서'라는 이름으로 너그러워지고 싶지 않다....이 부분 만큼은........

 

근래에 터지고 있는 병역비리와 군내부의 추잡한 뇌물 사건들......

별이 떨어지고 별이 감옥소에 가는 이 답답한 현실에

그래도 한줄기 빛이 되고있는 우리의 아들들에게 한가닥 희망을 걸수 있어서 다행이다.

 

아들들아.......

너희들은 비록 까마귀 골에 있더라도 언제까지나 백조로 남아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