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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야기]복권이 맺어준 사랑...


BY 정상영 2004-09-21

저의 남편이 모방송에서 드라마로 재구성되어 방영되던 '결혼이야기'라는 프로에 보냈던 사연이였는데 채택을 눈앞에 두고 안타깝게도 프로그램 개편에 따라 그만...

 

그때 남겨놓은 글을 이곳에서 다시한번 나눌까해서 올려봅니다.

 


제목 : 복권이 맺어준 사랑....

안녕하세요? 저는 대전에 살고 있는 정상영(30세)이라고 합니다. 현재 (주)빙그레 대전지점에서 근무를 하고 있고요. 이제 결혼한 지 만 2년이 되고, 8개월 된 딸아이(희원)의 아빠이기도 합니다. 제 아내(조미경,31세)와의 웨딩스토리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1. 입사 前
저는 어렸을때부터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자라왔습니다. 초등학교때부터~대학때까지 가톨릭과 관련된 일이라면 누구못지 않게 열심히 참여하고 활동을 해왔고, 대학교(충남대학교,경제학과 졸업) 3학년말쯤 과연 내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 고민 끝에 신부가 되기로 하고 남은 대학 1년 가톨릭대학교 편입준비를 했고 그 결과 합격통지서를 받았습니다.(2000년1월) 그러나, 합격후 할머니와 홀어머니, 철부지 동생을 생각하니 장남으로서 도저히 집안일을 모른체하고 신학교에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인간적인 한계를 못 벗어난 거죠. 한 열흘 방황하다가 뒤늦게 취업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2. 빙그레 입사 및 첫 만남
2개월 정도의 구직 활동 후 운 좋게 (주)빙그레에 입사(2000년 3월)해 대전으로 발령받아 영업관리직에서 일을 하게되었습니다. 대전에는 크게 대리점을 관리하는 대전지점과 할인점등을 직접 관리하는 대전직판이 별도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끔씩 지점과 직판 직원들이 만나서 내기 볼링도 치고, 저녁도 먹고 그렇게 모임을 갖고 있었는데 입사 첫날이 바로 그날이어서 저녁에 볼링장에서 직판직원들을 처음 만났고, 그 중에 경리직원으로 재직중에 있었던 지금의 제 아내를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신입사원이라 긴장을 해서 그런지 다른 직원들의 일부로만 느껴졌지 가슴에까지는 오지 않았습니다.(예를들면 첫눈에 반하고 그런거 말입니다.) 연상(1살)이기도 하구요. 그때까지만 해도 전 볼링도 거의 쳐 본적이 없는데 그날따라 얼마나 잘 되던지 평균 Average가 180은 나온 것 같습니다. 물론 평소에는 100넘기기도 어려웠고요...

3. 여자로 보이기 시작함
첫 만남 이후로 회사에 조금씩 적응해 갈 무렵 새로운 모임이 하나 생겼습니다. 지점과 직판 직원들 중 젊은층(처녀,총각)들끼리 모여 놀러도 가고, 술도 먹고 친분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모임이 잦아질수록 제 눈에는 미경씨가 자꾸 들어오기 시작하는걸 느꼈습니다. 말 한마디, 얼굴 표정 하나하나 등 제 마음을 조금씩 설레이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관심을 끌기로 마음먹고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문자도 자주 보내고 미경씨도 싫지는 않은지그만큼 답장도 잘 해주고 얘기를 하다보면 서로 통하는 점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에게 나에 대한 존재를 머릿속에 깊숙이 심어줄 수 있는 기회가 왔습니다. 새로운 지점장님 집들이에 가서 노래를 할 기회가 생겼는데 이때다 싶어 전 벌떡 일어나 ‘두만강’의 전주부분(빰~빰빰~빰빰빰빰~빠바밤빰~ 빰빰빠바빠바밤)을 부르면서 혁대를 풀렀습니다. 그리고 의자위에 혁대를 놓고 한 발을 그 위에 올리고 노를 젓는 흉내를 하면서 ‘두만강 푸른물에 노젓는 뱃사공~~’하면서 걸죽하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뒤로 넘어가면서 웃던지 그 한곡으로 전 스타가 되었습니다. 한참후에 일이지만 미경씨는 그 날 집에가서 잘려고 누워있다고 갑자가 내 모습이 생각나 잠도 못자고 한참을 혼자 웃었다고 합니다.

4. Dash!
우린 비슷한 부분이 너무 많았습니다. 각 집에 장남, 장녀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집안일에 실질적인 가장인것도 마찬가지였고, 취미생활(영화감상)도 같았고 전 스스로 미경씨도 나한테 호감이 있는게 분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생각이 굳어졌던 어느날 역시 마찬가지로 저녁에 집에와서 서로 문자메세지를 주고 받으며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전 오늘 말해야겠다 싶어 문자로 ‘요즘에 눈에 자꾸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 하니 ‘축하한다’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손가락 떨면서 ‘그게 미경씨인 것 같다’고 보내니 한참있다가 ‘갑작스런 말에 너무 놀랐다’며 그 이후로 침묵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전 아닌데요’라는 마지막 문자가 왔습니다. 이렇게 해서 첫 번째 Dash는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좀 서먹서먹 했지만 만나서 얘기를 해야겠다 싶어 영화를 보기로 약속하고 책을 하나 선물해야겠다 싶어 책을 한 권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얘기를 나눴습니다. 미경씨도 저에게 호감은 있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내가 연하라는점, 같은 직장내 직원이라 점 등 ‘이건 아닌 것 같다’면서 정중히 거절을 했고, 이후 제가 어떡해 설득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일단 만나보고 결정하자며 일단 계약연애 같은걸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헤어질 때 준비해온 책을 선물할려고 하니 미경씨도 선물하나 준비했다며 CD를 하나 주더군요.(이런점에서 우린 텔레파시라고할까 많이 통했습니다.)

5. 종교가 가져온 위기
이렇게 우린 본격적으로 누구한테도 말을 하지 않고 계약연애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미경씨는 마음을 다 열어주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던중 첫 번째 위기가 닥쳤습니다. 장녀인 그녀는 엄마 말만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동안 한번도 어머니가 하지 말라는 짓은 안했고, 시키는대로만 하면 모든게 잘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제 쪽은 가톨릭 즉 천주교고 미경씨쪽은 아주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는데, 부모님께 제 얘기를 하니 ‘넌 개신교안에서 결혼도 해야되고, 앞으로 그 안에서 생활해야 되는데 사귀는 친구가 개신교로 개종할 수 없다면 될 수 있으면 친구로만 만나’라고 했다 하던군요. 저희집 역시 마찬가지로 어머니께서 종교고 뭐고 시집오면 시댁쪽을 따라야 되는 것이 아니냐며 역시 그런 입장이셨습니다. 저 역시도 그래도 한때 신부가 될려고 했었는데 될 수 있으면 무교나 같은 종교믿는 사람 만나서 성당에서 결혼해 성가정을 이루며 그렇게 살고 싶었구요... 이렇게 상반된 생각을 하고 있는 저희의 앞날이 순탄할 리가 없겠죠. 그래서 사귀는 동안 이 부분에 대해 많은 마찰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일단 사랑이 먼저라고 생각했기에 둘다 좋아하는 마음만 변하지 않는다면 다른건 어떡해든 해결되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습니다.

6. 복병을 만나다.
종교문제, 사내커플문제, 연상연하문제 등으로 서로 힘들어하고 있을 때 생각지도 않았던 복병이 생겼습니다. 나와 입사동기지만 나이가 3살이나 많은 형(김복병,가명)이 있는데 무슨 모임이 있을때마다 여직원들이 미경씨와 연결을 시켜줄려고 같은차에 타게 만들고 둘이 한번 잘 해보라는 등 분위기를 자꾸 그렇게 만든는 거였습니다. 또한 나를 다른 여직원(김복녀,가명)이랑 자꾸 연결을 해주려고 했습니다.아직 나와 미경씨와의 관계를 공개하지 않았던 우리는 그때마다 얼마나 당황스럽고, 마음이 아팠던지... 그러던, 어느날 저녁 대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대청댐으로 드라이브를 갔는데 미경씨에게서 뜻밖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일이 좀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얼마전부터 김복병씨가 자꾸 dash를 해와 입장이 곤란하다면서 나와의 관계를 말할수 도 없고 두 사람 모두에게 상처주기 싫다면서 나와의 관계도 여기까지가 좋다면서 더 이상 안된다고 하더군요. 나는 미경씨와 헤어지고 바로 형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시간되면 내 자취방으로 올 수 있냐고? 이런 일을수록 빨리빨리 처리해야 되어야 할 것 같아 형한테 그 동안의 모든일을 얘기를 할 마음이었습니다. 전화를 받고 얼마지나지 않아 형이 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캔맥주를 하나 마시고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이래저래 해서 그 동안 둘이 만나고 있었고, 요즘 형이 계속 dash를 해와 미경씨가 힘들어하고 있다고. 나 미경씨 내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고, 결혼까지 마음에 두고 있으니 형이 좀 양보를 해 줄 수 있겠냐고, 형은 생각보다 쉽게 그랬었냐며 오히려 나한테 미안하다면서 내가 알아서 정리해 주겠다고 하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너희들이 말하기 전까지 비밀도 지켜준다면서...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고마운지...

6. 복권이 맺어준 사랑
어느 말 미경씨가 돌아오는 일요일에 금오산에 놀러가자면서 먼저 제의를 해와 기쁜 마음으로 ok하고 기차를 타고 구미에 있는 금오산에 갔습니다. 가서 케이블카도 타고, 재미있게 하루 보내고 대전역에 내려 미경씨 차로 나를 집으로 데려다 주는데 갑자기 ‘오늘 사실은 이별여행이었다’면서 그만 만나자고 하는거 였습니다. 그 동안 만나는 몇 개월 계속 생각을 해봤는데 상영씨랑 나랑은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다며 그냥 좋은 추억으로 간직했으면 한다는 거였습니다. 역시나 부모님 생각(종교관련)을 거역할 수 없다는 것이 역시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난 갑자기 화가났습니다. 그동안 몇 번이고 우리 둘 마음이 중요한거지 그건 2차적인 문제고 또 부딪히면 다 풀리게 되어있다고 나 한번 믿어줄 수 없겠냐며 그렇게 얘기를 했건만 내 말에 확신을 갖지 않은 미경씨를 보며 ‘알았다고 그만 만나자고’ 나 역시도 그렇게 말하고 차에서 내렸습니다. 그녀도 눈에 눈물이 맺했고, 나 역시도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것만 같이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난 집으로 걸어오면서 집 앞에 있는 성당으로 들어가 기도를 했습니다. ‘하느님 이제 어떻게 하죠? 여기까지가 정말 우리의 인연인가요? 저에게 길을 보여주세요’하며 속으로 한참을 기도 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이런 내 마음을 하느님께서 아셨는지 갑자기 옛날에 읽었던 책의 내용이 생각이 났습니다. ‘눈물’이라는 책이었는데 작가가 하정무라고 기억되는데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책 내용중에 친한 친구 둘이 한 여자를 좋아하고 여자 역시 둘 다 좋아하고 있어 오빠들중 아무하고나 결혼해도 좋다면서 둘이 알아서 결정하라고 해 남자 둘은 고민끝에 모든 걸 하늘에 맡기기로 하고 복권을 사 높은 금액이 당첨되는 사람이 그 여자와 결혼하기로 약속을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와 함께 성서속에서도 중요한 결정을 하기전에는 다 같이 모여 하느님께 기도후 제비뽑기를 통해 결정한다는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그건 하느님이 결정해주시는 거니까 그대로 따라야 되었고...
나는 하느님께 고맙다는 말과 함께 밖으로 나가 즉석복권을 20장을 사 미경씨 집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함께 가까운 커피숍에 들어가 차분하게 얘기를 꺼냈습니다. ‘미경씨랑 헤어지고 나서 성당에 가 하느님께 기도를 했어요, 이젠 어떡해 해야 되는지 알려달라고요 우리 서로 좋아하는건 사실이잖아요, 그렇죠? 문제는 종교가 달라 부딪혀보기도 전에 이렇게 포기한다는 건 정말 바보들이나 하는거 아닌가요 하느님께서 저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셨어요, 여기 복권이 20장 있습니다. 10장씩 나눠갔고 당첨금액이 큰 쪽의 뜻을 따르는게 어떻겠어요?’ 미경씨는 한참 내 눈을 바라보다 좋다면서 그렇게 하겠다며 동의를 했고 우리는 긴장된 손으로 복권을 긁기 시작했습니다. 결과 미경씨는 3000원 나는 8500원으로 내가 이겼고 힘들었던 우리의 방황의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후에 미경씨는 그때 내 눈에 감동을 받았다고 하던군요. 정말 나를 사랑하는 눈빛이었고, 필요로 하는 눈빛 같았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물론 그 이후 그런 눈빛은 볼 수 없었다고 핀잔을 주긴 하지만... 이때가 2000년 10월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날부터 정말 계약연애가 아닌 본격적인 연인으로서 만나기 시작했고 200일 되던날(2001년 5월) 타방송 라디오 프로지만 이소라의 음악도시에 사연을 보내 햋빛통신이라는 코너를 통해 프로포즈를 했고 미경씨로부터 ‘YES’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만난지 1년째 되던날인 2001년 10월 27일에 결혼을 했습니다. 어디서 했냐구요? 일반 예식장에 했습니다.
내 주위사람들은 대부분 성당에 다니는 사람들이라 저는 무조건 성당해서 결혼식 해야 된다고 주장했고, 처가쪽에서는 역시 주위분들이 다 교회에 다니시는 분들이어서 성당에서 하면 올 사람이 없다며 교회해서 해야 된다고 주장을 해오다가 결국에는 일반예식장에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주례선생님 섭외로 또 문제가 생겼습니다. 저는 직장상사로 얘기를 해놨는데 장모님은 교회에서 못했으니까 목사님이라도 모시고 와서 해야된다고... 말 그대로 산넘어 산이었습니다. 결국에는 제 고집대로 직장 상사를 모시고 결혼을 했습니다. 장모님이 조금 서운해 하셨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양보해 주셔서 좋게좋게 잘 되었습니다. 결혼 후 2년째인 지금 일요일에 저는 성당에, 아내와 처가쪽은 교회에 나가며 재밌게 살고 있습니다. 올 10월 27일이 결혼 2주년입니다. 혹시라도 이 글이 채택되어 드라마화가 된다면 10월 마지막째주 일요일에 방송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여기까지가 저의 사랑스런 남편의 글이였습니다. 어느덧 이글을 쓴지도 1년이 지났군요.

 

10월이면 결혼 3주년을 맞이하니까요!!

 

이때까지 서로 싸워본적도 토라져본적도 없이 오손도손 알콩달콩 서로를 위하며

 

살고 있답니다. 앞으로도 한평생 더도말고 덜도말고 초심을 잃지 말고 지금처럼만 살았음

 

좋겠어요. 모두모두 행복하고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