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운동회를 앞두고 한창 땀방울을 흘리는 두 아이다.
해마다 달리기 선수로 뽑히는 큰아이는 올해도 어김없이
질주를 해야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골인지점을 향해
강한 눈빛을 보낼 것이다. 작은아이는 '올챙이송'으로 율동
한다면서 어젠 컴 앞에서 한참을 연습했다. 남편과 나도
함께했다. 영 어색한 남편의 모습에 한바탕 웃음으로 분위기
는 최고였다.
어떤 운동이든 좋아하는 큰아이는 작년엔 도내에서 펼치는
계주에 나가기도 했고, 수영복 입은 모습을 본 사람들은
수영선수를 하게 하는 것이 어떠냐고 아이의 잘 빠진 몸에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하긴 내가봐도 괜찮은 몸매이긴
하지만 운동선수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벌써 아는 형으로부터 "너무 빨리 뛰지 말아라?"라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 예전엔 청군,백군으로 편을 만들
었었는데 반으로 편을 만든 모양이다. 그 형은 3반이라고
한다. 아무리 아는 형이라고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큰아이다. 더 빨리 달린다는 결론이다.
작년에 도내에서 펼치는 계주에 나갔다가. 아이는 빨갛에
달아오른 살 때문에 밤새 끙끙 앓기도 했다. 따가워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걸 보면서 앞으론 선수로
절대 뽑히지 말라며 천천히 달리라고까지 했었다.
하지만 지는 것은 싫으니 빨리 달릴거라고 하더니 결국
운동회때마다 늘 선수로 뽑힌다.
총연습인 오늘은 색갈별로 마련한 티셔츠를 입고
전에 학교에서 입었던 짧은 체육복 반바지를 입었다.
달리기를 잘 뛰기 위해 싸늘한 아침이었는데도 단단한
준비를 하고 나서는 아이의 뒤모습이 참 멋져 보인다.
혹시 모르니까 비상금을 가지고 가라고 했더니 음료수
와 물만 가지고 가면 된다면서 그냥 나선다.
오늘은 아이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집에서 응원을
하고 이틀 후 본격적인 운동회 때 아껴둔 응원을
하려고 한다. '아자아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