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56

버르장 머리 없는 며느리


BY 오월 2004-09-13

출근을 하기위해 부산한 아침.

시아버님 상기된 목소리 전화를 하십니다.

너히 엄마랑 어제 산에갔었는데....

여기 까지 듣고 가슴이 철렁합니다.

연례 행사처럼 사고를 당하시고 폐암말기 선고를 받아두신

아버님 이 시기에 뱀에 물리신건지 아니면 낭떠러지로

구르신건지....

머리속으로 여러상상이 스쳐 지납니다.

 

이어지는 아버님 말씀이 아니 그게 아니고 엄마랑 산에가서

밤을좀 주워왔거든 근데,주소 적어둔게 없다! 하십니다.

휴!내려앉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아버님 이제 몇일있으면 추석인데요.

그때가서 가져올께요.했더니 지금 바로 먹어야하니 주소를

부르랍니다.아버님 성격을 알기에 가슴이 답답합니다.

 

부르고 부르고 또 부르고 지금도 저는 목이아프답니다.

저히 시부모님 80노인이시고 한글 겨우 아십니다.

몇일전 불러드린 주소로 오늘 야무지게 묶은 밤 한상자를

받았습니다.

 

택배 회사 직원이 화를 내며 이게 뭡니까?

하더군요.주소도 전화번호도 다 틀립니다.

하지만 저히가 하는일이 특이하다보니 작은

지방도시다 보니 찾아온듯합니다.

택배 회사 직원이 화를 내거나 말거나 저는 죄송해요.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웃음이납니다.

 

귀여우신 우리 부모님=버르장 머리 없는 며느리맞죠?

 

가끔은 상상도 못할 붉은 홍시감을 납작콩을 만들어 보내

시기도 하고 때로는 포도 한박스를 박스밑으로 줄줄 포도 쥬스를

만들어 보내시기도하고,때로는 된장을 때로는 시레기를

때로는 쑥을뜯어 보내시기도 합니다.

 

가끔은 이런건 안된다며 택배회사에서 돌려보내기도 한다는데

우리 부모님 무슨수를 써서라도 다시 보내십니다.

집에서는 다 먹지 못한 고구마가 싹이나고 우리 부모님

고구마 박스엔-우진이-오진으로-오진이-유진으로-유진이-후진으로

계속 도착합니다.

 

올때마다 바뀌는 우리집상호,전 우리 부모님 너무 귀여우신거 같아요.

하지만 매번 택배 회사 직원에게 구박받으며 받는 그것들이

제 마음을 얼마나 따뜻하게 하는지....

사실 보내오신것들은 참 보잘것 없지만 가득담긴 부모님 사랑만은

얼마나 값지던지요.

 

저는 보내오신 부모님 사랑먹고 매일 얼굴이 보름달이됩니다.

달은 차고 기우는데..오월이 얼굴이 자꾸만 둥글해지니 큰일입니다.

얼마 남지않은 추석에는 제가 좀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우리 귀여우신 부모님 용돈좀 두둑하게 드리고 올랍니다.

오래오래 사세요.두분은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