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나의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
행복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알수있을것 같았다.
조금은 뒤늦은 신혼이었지만 누구의 신혼보다 아름답게 빛났다.
알콩달콩한 신혼방을 아주 오래된 17년된 낡은 아파트에 꾸몄다.
빗물이 새는 작은 아파트 였지만 오래된 우리의 추억들과 사랑 그리고 자취생활때 사용하던 자잘한 물건까지 우린 새것보다 우리의 만남보다 더 오랜 정이 있는 신혼을 꾸몄다.
사랑보다 더 오랜 추억..
그리고 그것들의 편린들을 하나둘 기억해 낼수있게 사람내음나는 신혼집을 꾸렸다.
드디어 예쁜 신혼방이 오래되고 낡은 옥탑방 고양이 처럼 조금은 초라해 보일지 몰라도 우리의 꿈과 사랑을 키워갈수있는 공간이기에 조금 빈듯한 모자람을 채울수있는 가능성에 참으로 행복했었다.
그렇게 즐거운 신혼 설레임으로 우린 짐을 꾸렸다.
남들보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우리의 여유가 우리의 여행을 가까운 곳으로 데려간 이유도 있었지만 우리의 꿈과 추억의 무대가 되었던 그리고 어린시절 동심의 자욱으로 우리를 남아있게 해준 우리둘의 고향 강원도 내설악과 외설악을 둘러보는것으로 우리의 첫 출발을 기억해 내기로 했다.
결혼식이 마악 끝나고 약간 추위가 옷깃속으로 스미기 시작하는 즈음 우린 친숙한 그곳에 우리의 설레임을 풀었다.
짧고 시나브로한 여정이었지만 우리의 설레임과 꿈을 묻어둘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흘러도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는 신혼을 만들기 위해 우린 차를 돌렸다.
남편이 직접 운전하는 차에 타고 내가 자란 고향을 더듬어보는 신혼여행...
처음가본 여행지가 아닌 낯익은 그곳을 이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신혼의 꽃을 맑은 가을 하늘 만큼이나 짙푸르게 내 가슴에 물들이고 있었다.
10월로 접어든 스산한 날씨..
하나둘 낙엽들이 차가 스칠때마다 우수수 내려앉는 그 느낌보다 신혼의 뜨거움으로 익숙한 그곳을 여행하는 그 느낌과 기분은 나를 거의 황홀경에 데려가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어린시절 나의 독무대가 되어준 설악산..
그곳을 스치는 중간에 친정 부모님이 살고계신 고향이 지나쳐갔다.
눈물이 날것처럼 아려오는 추위가 가슴속으로 스며들었다,
함께 강원도에서 자라고 꿈과 사랑을 키워온 그곳에 혼자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과의 첫 출발을 위한 신혼여행, 한참을 달려갔을까?.
차는 한계령 정상을 드디어 밟고 있었다.
물빛 노을이 짙게 내려앉은 한계령 정상아래서 내려보는 속초 바닷가의 풍광이 우리의 신혼처럼 아름답게 빨려들 듯 가까워지고 있었다.
차를 한곳에 정차시킨뒤 우린 그간 달려온 피로와 고단함을 잊기 위해 따스한 커피로 차가워진 목젖을 달랬다.
멀리 내려다 보이는 신선한 정취와 저녁노을의 싸늘함을 안주삼아 마시는 커피의 진한 분위기가 좋았다.
그렇게 귀한 시간들을 흘려보낸뒤 우린 다시 차를 돌려 다시 새로운 여정을 찿아 떠났다.
즐비한 차량에 밀려 미끄럼을 타고 내려가는 우리의 차량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한줄이 유난히 따스한 느낌으로 스치며 지나갔고, 얼마후 우리를 환상으로 안내할 멋진 경치 설악산의 모습과 웅비한 자태가 빛나고 있었다.
설악산의 인근 낙산사의 바닷가 주변에 여정을 풀고 묵고갈 숙소를 정했다.
넓게 펼쳐진 바닷가 백사장 모래밭이 낙산사의 떨어지는 낙조를 배경삼아 더욱 영롱하고 아름답게 빛났다.
마치 우리의 신혼처럼, 그리고 그 신혼을 맞이하는 첫 설레임처럼...
설레임과 사랑가득한 기억으로 잠이들고 이틑날 바닷물이 밀려오는 작은 소리에 눈을 떴다.
뿌옇게 시린 물보라가 아침공기와 엉켜 더욱 차가운 느낌들을 토해내고 있지만 유난히 맑고 청명한 아침이었다.
해가 오르기전 일찍 일어나서 낙산사의 일출을 보기위해 우린 옷을 대충입고 바닷가로 나갔다.
바닷가 작은 소리들과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바닷가 주변의 사람들 그리고 바다를 만나서 작은 휴식을 챙기는 사람들로 아침은 고요했지만 조금은 바빴다.
고기비닐처럼 번뜩이는 아침의 일출을 낚아서 우린 카메라에 담았다.
그렇게 여유롭게 맞이하는 신혼의 첫 아침,
그리고 일상속으로 우리의 신혼여행은 더욱더 행복하고 작은 설레임으로 우리의 마음을 두드렸다.
결혼식을 올리고 부랴부랴 떠난 여행길의 고단한여정이 조금은 힘들었지만 그 힘든 어깨의 무거움보다 더 설레이는 사랑과 신혼이 있었기에 마음은 새털처럼 가볍게 하늘을날고 있었다.
그렇게 신비한 일출과 따스한 아침을 맞고 우린 오늘 보다 힘겨운 산행길에 올랐다.
아침이슬이 제법 차갑게 내려앉은 설악산의 단내나는 풀입을 툭툭 치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 틈에 우리부부는 손을 나라히 포개얹고 함께 산을 올랐다.
다정한 부부와 연인 그리고 친구..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산의 조화속에 우리부부도 함께 즐기고 만끽할 수 있는 그 시간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얼마를 가파른 산을 올랐을까?.
힘겹고 어려운 산행길. 약간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싸늘한 등골사이에 땀이 홍건이 베일정도의 산행은 고단함속에 새로운 삶에 대한 희열과 사랑을 우리들에게 주었다.
바람이 불때 마다 출렁이는 풀잎과 흔들리는 나무들. 푸른 물을 토해내듯 일렁이는 나무,하지만 조금씩 퇴색되어가는 자연빛깔들이 산의 빛깔도 우리의 신혼의 추억으로 조금씩 담아올 수 있는 기쁨도 가졌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 그리고 그 속에서의 더할나위없는 시간 행복한 기억들이 더 오래도록 머물기를 기도했다.
설악산의 멋진 경치와 풍경에 도취된 우리들은 한없이 산자락의 가파름속에 오른 정상위에서 내려올 생각조차 하지 못한채 맞은편 큰 거목처럼 우뚝 솟은 울산바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희고 위엄있는 차태는 손으로 잡으면 잡힐 듯 아주 가까이에서 우리의 정상을 축하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설레임 가득한 우리의 신혼의 꿈을 위해 기도해 주듯 조용히 그렇게 한 자리를 위엄있게 지키고 있었다.
오래된 노 부부의 근엄함과 존경심처럼 그렇게 큰 모습으로 서있는 울산바위의 모습은 우리 부부의 미래의 모습일거라 생각해보며 카메라를 줌으로 당겨 사진기에 한폭의 영상을 담아냈다.
그렇게 멋진 삶의 추억을 찍어두는 동안 우리가 미리 마련한 김밥과 여러 가지 과일들을 산행에 동행한 한 신혼부부 한쌍과 나눠 먹으로 그들의 신혼이야기도 엿듯고 참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산을 오르는 힘겨움과 고행을 한꺼번에 털어내듯 한순간의 고통을 털어내듯 멋진 경관을 우리에게 선물해준 설악에서의 감동 그리고 정상의 감회는 아마 우리의 신혼여행에서 평생 잊지 못할 큰 기억인 것 같았다.
산을 닮은 행복하고 여유로운 사람들과의 차한잔,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서 멋진 경관을 배경으로 나눈 기억 모두 잊지 못할 행복이었다.
오후 늦게 드디어 다시 산행을 뒤로하고 돌아와 속초 앞 바닷가로 향했다.
푸른 바다가 넘실대는 속초의 멋진 바닷가에서 다시 추억의 모래성을 쌓고 있었다.
밀물과 썰물 그리고 포구 사람들의 시원한 바닷내음과 삶의 질박한 웃음이 베어있는 짭조름한 바닷가에서 먹는 회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25000원 정도면 둘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산지에서의 저렴한 회는 그 값의 몇배의 보상을 주고도 남음이 있는 진미였다.
달콤 쌉싸름한 초장에 시원하고 칼칼한 오징어 한접시를 먹으며 남편과 함께 술잔에 건배했다.
방파제를 배경으로 수없이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그때 만큼은 멋진 배우 혹은 모델이 되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추억과 신부가 되었다.
바다의 주인인양 맘껏 바다위를 노닐수있게 되었고 바닷가 위를 떠도는 배의 선장이 되기도했다.
남편과의 연애 기간 2년간의 길고도 짧은 순간들이 영화속 한 장면처럼 조용히 훑고 지나갔다.
뒤늦게 만나면서 다른 연인들처럼 티격태격 싸우기도 했고 또 화도 내며 냉전기간도 가졌었지만 서로 예쁜 사랑의 결실을 맺어 이렇게 행복한 결실로 함께 추억을 만들어 갈수있는 것이 그지없이 기쁘고 행복하게 했다.
경제적으로 조금은 어렵고 힘든 출발이었지만 마음은 어느 부부보다 행복한 우리의 신혼,
어느 멋진배경과 값비싼 댓가를 치른 신혼여행보다 소박한 우리의 신혼이 먼훗날 더 빛나고 아름다울 거라 생각했다.
가난한 신혼이지만 넘치는 바다보다 넓은 여유와 사랑 그리고 기쁨으로 충만한 우리의 신혼은 가을 바다보다 빛나고 있었다.
2박 3일의 짧은 신혼여행을 마치고 우린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일상의 외도와 신혼여행 속에서 가져온 것은 단순히 바다와 설악산의 아름다운 자태뿐이 아니었다.
바다보다 더 강한 사랑과 설레임 그리고 그 추억을 바탕으로 서로 평생 사랑하면서 어려움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많은 여유로움과 행복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기준을 달리해준 여행은 가장 소박한 신혼여행이었지만 가장 화려했다.
평범한 일상의 행복을 진심으로 깨닫게해준 여행,
소박한 신혼이 오랜 사랑보다 더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