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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10

내 친구 봉희.


BY momojaang 2004-09-05

 

내 친구 봉희는 우리반 班長이다.

내 친구 봉희는 일등만 한다.

엄마는 내 친구 봉희보다 꼭 공부를 잘 하라고 한다.

일등인 내 친구 봉희보다 공부를 잘 할순 없었다.

그런데도 엄마는 항상 내 친구 봉희보다 공부를 못하면

안되다고 강조하신다.

이상한 일이다.

 

어느날 내친구 봉희가 내게 便紙를 보냈다.

'우리 친하게 지내자. 일요일에 너희 집에 놀러 가도

되니.'

이상한 일이다.

집으로 놀러 올만큼 아직 가깝지 않을 때였으니까...

마침 집에서는 대문 페인트 칠을 하느라고 아버지는

페인트 붓을 들고 계셨고 엄마는 페인트 깡통을 들고 계셨다.

'너희 집은 참 행복해 보여.'

 

내 친구 봉희의 엄마가 學校에 나타나셨다.

복도가 훤해질 정도로 그애 엄마는 미인이고 멋쟁이였다.

키가 큰데도 높은 하이일에 권색 투피스가 너무나 잘

어울렸다.

남자 선생님들이 흘깃거렸다.

나도 봉희의 집에 초대 되어 갔다.

우리집과는 달리 으리으리했다.

마당엔 잔디가 깔려있고 긴 의자에 누워서  일광욕을 하고

있던 그애 엄마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애 엄마는 수영복 차림이었다.

식모는 잔디를 깍고 있었다.

'엄마 얘가 그 애야.'

이렇게 나를 소개했다.

그애라니...

봉희 엄마는 나를 유심히 보았다.

'넌 아버지 닮았구나.'

아버지를 아시느냐는 말을 물어 볼수는 없는 분위기였다.

내 친구 봉희는 엄마 등에 올리브 기름을 발랐다.

그리고도 나하고 놀 시간을 그애 엄마는 주지 않았다.

그애는 엄마 심부름 하느라고 나와 놀아주지 못했다.

 

하루는 고모가 집에 놀러오셨다.

음대에서 피아노 교수인 고모는 엄마에게 은근히 시누이

노릇을 한다.

'경희 딸이 쟤랑 한반이라며? 이름이 봉희라고

하던데...이름도 촌스럽게 지었네. 경희는 아직도 처녀같애.'

'고모. 경희가 누구예요?'

'너네반에 봉희라고 있지? 걔 엄마야. 몰랐니. 너네 아버지와 봉희엄마가

옛날에 약혼했던 사이야. 걔네 엄마한테 딴 애인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너희 아버지가 파혼해 버린거지.우리 대학에서 유명했던 이야기야.

고모랑 동창이거든. 봉희 엄마가 우리집안 돈보고 정약적으로 결혼하려고

나한테 접근해서 너희 아버지를 나한테 소개 받았던것 같애.

허긴 너희 아버지가 엄청 좋아하긴 했지.'

'좋아하긴 누가 좋아했다고 그래요. 그냥 사기당한거라고 그러던데.

그리고 고모는 애한테 뭐하러 그런 얘길해요.'

엄마도 지지 않는다.

'조선호텔에서 장안이 떠들석하게 약혼식을 했으니까...'

고모는 엄마의 말을 무시한다.

나는 그제서야 엄마가 내게 봉희보다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하신

이유를 알았다.

'그 여자는 시집을 세번이나 갔어.지금 남편은 봉희 친아버지가 아니야.'

고모는 덧붙였다.

 

봉희는 대학 일학년에 부모를 따라서 영국으로 갔다.

새 아버지가 외교관이었다.

거기서 그애는 대학을 다니지 못하고 온갖 파티의 엄마 비서 노릇만 하고

오년후에 돌아왔다.

내 친구 봉희의 전화를 받고 나갔다.

'난 너희집이 너무 부러웠단다. 너희 아버지같은 아버지를 늘 꿈꾸곤

했었는데...'

내 친구 봉희는 중매결혼을 했다.

한옥집에 층층시하 시집살이를 하는 내친구 봉희는 내게

말했다.

'엄마처럼 살지는 않을테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