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은 잠든 물살위에 쓰러져
슬픈 물비늘을 일으키고 있을때
친구놈은 등대불빛 출렁이는
방파제 끝 언저리에서 서서
온갖 똥폼 다 잡으며 트럼펫을 불어댄다
갈매기 울음소리 멎은
칠흑의 밤바다
투박한 통통배 엔진소리 끊어진
코딱지만한 작은포구
시멘트바닥 으깨어져
방파제 속살드러난 돌덩이 사이로
부딪혀 솟구치는 파도
해안을 따라 길게 혹은 띄엄띄엄
검붉게 얼굴 붉히는 수은등불빛 아득한
그래서 멀리 개짖는 소리 귓전에 더 구슬픈
포구의 밤바다에서 새어나오는 트럼펫 울림은
물살위로 고이 퍼져 밤바다의 심연을 깨우고
나는 으깨진 방파제 차가운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쇠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물살위에 떠있는 부표
부채살마냥 저만치 돌아갔다
다시 되돌아 퍼지는 등대불빛
20년 전 그날
방파제끝
트럼펫 소리 조각조각
내 쇠주잔에서 용트림하며
퍼즐조각 맞추듯
오래오래 머물고 있었다...
배경음악 : 밤하늘의 트럼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