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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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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떠난뒤.


BY 도영 2004-08-26

그렇게 무덥고 뜨거웠던 여름도

떠나야할 시간이 되니

바다 저편으로 두어발 물러서 가을을 육지로 밀어낸다.

올 가을은 오지 않을줄 알앗다.

도도한 여름 태양이 가을을 태워서 점령할거라고

그래서 가을은 그냥 여름인채로 남아 겨울 또한 아득했다.

더워서 잠못 이룬 여름밤

수면제를 네번이나 꼴깍 삼키고 잠들어야만 했던 이번 여름은

내게 있어서 최악의 여름으로 기억될것이다.

아이들이 자라 품을 떠나 

자연스레 두 부부만 오붓하니 절간처럼 살다가

아이들이 긴긴 두어달의 여름방학을 보내고자

집으로 쳐들어?왔는데 왜이리 적응이 안되던지.

풀어 헤친 보따리가 공간을 차지하고

들쑥날쑥한 끼니를 차려 줘야 하는 나로서는 감옥이 따로 없었다.

4개월 호젓함에 길들여진 탓에

두달간의 시끌법적함은 무더운 날씨와 맞물려

수면장애까지 오는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그러던 여름이  지혜로운 조상들이 만들낸 절기에 마추어

거짓말 처럼 여름은 서서히 코스모스 핀 도로가를 지나 바다 끝으로 밀려가고

여름이 떠난 그자리를 가을은 말갛고 고운 햇살을 대동 하고

여름내 활짝 열린 베란다 창문을 타고 성큼 들어와

까낄까낄한 인조이불이 차갑게만 느껴진다.

두달간의 분주함과 시끄러움에 적응이 되어

사람냄새 풀풀 나는가 싶었는데

두아이들도 여름이 떠나듯 떠나야할 시간이 온것같다.

큰아이는 열흘후에 해병대 입대를 앞두고 심경이 착잡한 표정이 역력 하고

작은 아이는오늘 대학 기숙사 들어갈 채비를 하느라

두달전 풀어헤친 보따리들을 싸며

곧 입대할 큰아이와는 대조적인 즐거운 표정이다.

또다시 두달전처럼 우리 부부만이

시끌대던 공간에 남겨져 공허속에 자유를 ..누리면서

이따금씩 지난 여름 분주함을 그리워 하겠지.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