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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산을 얕보는가


BY 동해바다 2004-08-20


 
   - 시산제와 배추밭 - 

   비는 지금도 여전히 하늘에서 쏟아붓고 있다. 

   어제 일을 생각하면 끔찍하기도 하고 무리한 산행이긴 했지만 회원들의 
   툴툴거림이 산 타는 기본을 잃어버린 몰지각한 푸념인 것인줄 왜 몰랐는지 
   새삼 두렵기까지 했다. 

   누가 산을 얕보는가. 
   산을 오르며 백두대간의 능선 타는 날렵함에 스스로 자화자찬하며 뿌듯했던 
   산행전반은 후반에 있을 악몽과도 같은 고생길을 모르고 희희낙락 다시 뭉친 
   어제의 용사처럼 8월의 숲속 길을 씩씩하게 헤쳐 나갔다. 일정이 잡혀져 있는 
   산행일지라도 우천시 당연히 취소될 것이라는 예측을 뒤엎고 무조건 산행을 
   감행하였다. 

   나 역시 무척이나 기다렸던 산행인지라 모두를 믿고 따라 나섰다. 
   처음 이 산악회에 가입하면서 내 사전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 
   하며 긴시간의 산행이라 하여 며칠 전부터 체력 단련 한답시고 시간 반씩 운동을 
   한 것이다.                

   평소 건강을 위한 꾸준한 운동이 최고이건만 잘못된 나의 대비책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여름내내 밀려오는 손님과 먹고 마시며 살만 찌웠으니 후회한들 
   무슨 소용있으랴. 

   호우경보까지 내려진 영동지방에 전날 내렸던 장대비는 웬일인지 이른아침 
   말끔하게 개어 있었다. 무사히 잘 다녀오라는 계시였을까.       

   석달째 똑같은 출발지에서 다른 코스로 산을 타는 백두대간행... 
   오히려 안개에 쌓여 하차즉시 잠바를 껴 입을 정도의 날씨였던 출발지 싸리재가 
   그날따라 맑은하늘 지붕삼아 연보랗빛 꽃천지로 산초입에 모인 우리들을 
   충분히 안심시켜 놓았던 것이다.    

   우리들의 발은 분쇄기가 되어 낙엽과 나무껍질 등을 잘게 부숴 버리며 몇천원 
   씩 주고 사야 하는 부엽토로 변화시킨다. 건강하고 고운 색깔의 낙엽길이 발을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여성산악회가 생기면서 네번째의 산행지에서 시산제를 지내며 떡과 과일 
   그리고 술로써 산신께 예를 올리고 무사산행을 기원하였다. 산이 좋아 산을 
   찾는 산악인들의 가장 큰 바람은 무사고 안전산행이다.    

   대장의 제문낭독에 이어 삼배로 예를 올림으로써 간단하게 시산제를 마치며 
   아울러 개인의 소망과 경건한 마음으로 올해 있을 집안의 대소사에 행운이 
   깃들기를 빌어본다. 
   떡과 과일 한쪽 씩 먹고는 선두 대장의 꼬리를 한 명씩 밟으며 뒤따른다.    

   산에 오른다 하면 우뚝 솟은 산정상까지 땀 뻘뻘 흘리며 정상을 정복했다는 
   희열감에 이구동성 '야호'를 외쳐댄다. 그리고 출발지와 같은 곳으로 다시 
   하산하거나 아니면 다른 코스를 택하여 하산한다. 

   하지만 두번의 백두대간 줄기를 타면서 그 아름다움과 매력에 반해 개개인이 
   아니면 절대 가지 못할 백두대간의 구간을 능수능란하게 다니는 대장에 의해 
   더불어 경험한다는 것이 특혜받은 산악회원이라는 것을 인지하며 힘들어도 
   묵묵히 산따라 길따라 몸을 맡긴다. 

   도데체 이런 길을 어떻게 알고 가는 것인지 한명한명 지나간 흔적들로 만들어진 
   길에 감사함을 느낀다. 백두대간의 묘미중 하나는 산 속에서 구름과 산, 나무들만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산 오르내림을 수십번씩 하며 양옆 아름다운 꽃이 줄 서있는 
   정비된 도로, 망망대해처럼 펼쳐진 고랭지 배추밭이 눈에 들어오고 밭에서 
   일하는 일꾼들은 우리를 희한한 눈으로 일손놓고 바라보고 또한 우리들은 
   그런 눈을 감지하며 웃음으로 맞대응해본다. 

   기온이 높지 않아서인지 늦게서야 핀 민들레가 지천이였고 지금은 이곳에도 
   지저분하게 남아있는 개망초꽃이 색을 선명히 두르며 배추밭 가를 보호하여 
   주고 있었다. 
   산 전체가 배추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푸른 초원과도 같은 대단위의 
   밭이였다. 우리들의 환호성에 대장은 배추 밟지 말라며 밭주인 의 마음까지도 
   넉넉히 헤아려 준다. 

   지쳐갈 때쯤 숲속길로 다시 들어가면 폭신한 산길이 그 피로를 풀어주고 빽빽히 
   들어차 있는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8월의 땡볕은 빽빽한 나무틈 사이 한뼘 정도의 
   자리를 발견하고는 빛을 내리 쪼이고 있다. 그 사이로 불쑥 얼굴내민 이름모를 
   꽃이 해의 사랑을 듬뿍받고 시샘 던지는 주변의 꽃들에게 잘난 척 꼿꼿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점점 허기짐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빗물가족의 운명 - 
     
솜처럼 폭신한 길은 아무리 한참 걷더라도 쉬이 피로함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숲길 속을 빠져나와 끝없는 포장된 도로 위에 발을 내딛다 보면 
무릎까지 아파오는 통증이 느껴진다. 땡볕 아래 이어지는 도로는 피로감
을 빨리 불러오고 언제쯤 쉬려나 하는 마음으로 맨 뒷편에서 여유있게 
회원들의 뒷모습과 처음보는 꽃들을 디지털 카메라에 담으면서 걸어 내려
갔다.

세 갈래 길이 나오면서 이정표가 보인다. 

태백의 용연동굴과 삼척 덕항산을 가르는 분수령이다.
지명상 태백시 삼수동인 피재 정상에 굽이치는 산자락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팔각정이 쉼터로 알맞는 곳에 위치하며 세워져 있다. 그곳에서 점심
을 먹으려나 했지만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자 한다는 대장의 말에 배고픔이 
더 밀려온다.

머물렀던 그곳에서 기념비 하나를 발견한다.

태백의 굽은 산자락들을 한눈에 보이는 곳에 위치한 삼수령비..                               

'하늘이 열리고 옥황상제의 명으로 빗물 한가족이 대지로 내려와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겠노라고 굳게 약속을 하고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이 빗물 한가족은 한반도의 등마루인 이곳 삼수령으로 내려오면서 아빠는 
낙동강으로, 엄마는 한강으로, 아들은 오십천강으로 헤어지는 운명이 되었다.'
 
이렇게 삼수령 정상에 빗물이 떨어져 북쪽으로 흐르면 한강, 동쪽으로 
흐르면 오십천, 남쪽으로 흐르면 낙동강이 된다고 한다. 

어디를 가든 그 지역의 전설이나 일화를 듣거나 읽게 되면 쌓였던 피로를 
풀수 있는 피로회복제 역할을 하게 된다. 하늘에서 내려온 빗물가족이 바다
에서 만날 운명을 받아 들이며 각각 헤어져야 하는 이곳 삼수령...
그래도 우리는 가장 젊고 맑은 물을 식수원으로 먹고 있다는 입담좋은 어느
분의 말에 전설 속의 가슴아픈 이별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바탕 웃고 만다.

사진기 속에 회원 모두를 몇 차례 담고 재출발을 했다.

아침 8시반에 출발하여 서너 시간 강행하다보니 어느덧 중간 지점에 다달아 
배를 채우는 시간이 되었다. 여늬 때와 달리 더욱 출출했던 점심 시간 아직 
반도 오지 않았다는 대장님의 말이 내심 걱정이 되면서도 먹을 때는 아무도 
못말린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열심히 입 안으로 밀어 넣는다. 

드러누워 편히 자고 싶었다. 

과장하여 총 12시간 산행을 해야 한다는 믿지못할 말에 한시간 남짓 쉼을 
그만하고 모두들 툴툴 털고 다시금 산행이 시작된다.  



- 구사일생 우리를 살려낸 빗물 - 


우리 회원들의 가장 큰 실수가 어떤 일을 초래하는지 깨우치게 되는 일이 
산행 후반부에 벌어진다.  
비가 아니였으면 30 여명의 회원들이 무사히 산을 내려올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물부족으로 일어난 일들...

백행일각(百行一覺)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백번 행해야 한번 깨닫는다는 말이 회원들에게 
일침을 가하며 다시는 절대 잊지 못할 계기를 만든 일은 우리들 스스로가 
자초한 결과였다.

물...
사람이 물없이는 살수 없다는 말을 빈번히 하면서도 체감하지 않고서는 절대 
알 수가 없다.

지난 달의 산행에 물이 남아 태반이 그냥 가져간 경험으로 이번에는 거의가 
물 한통만 준비해 간 실수였다.
이번의 산행이 장시간임을 간파하면서도 미처 대비하지 못한 무지함이 큰코 
다치게 한 것이다. 자기가 준비해 간 물은 남에게 주지말라는 대장의 말에 
반감이 들면서 목축이고자 하는 이들에게 물을 건내준다. 하지만 점점 지쳐
갈수록 몇 모금 남지않은 물이 아까와 입술만 적시는 정도 밖에 할 수가 없었다.

먹구름이 몰려오면서 천둥이 그칠줄 모르고 몸서리 쳐 댄다.
빨리 가라고 재촉하는 듯 우리들의 마음은 다급해지고 몸은 말을 듣지 않아 
점점 처지면서 탈진하는 회원들이 생기게 된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숲길, 
후미를 놓치게 되면 길을 잃어 버리는 불상사가 나기에 가끔은 뒤돌아 보면서 
거듭 확인하는 상황의 연속이다. 하지만 자꾸 가는 발길 멈추게끔 일은 벌어
지고 만다. 비가 한 두방울 떨어지면서 갈증은 나고 물 한방울 남지 않은 모
든 회원들은 이것은 산행이 아니라는 투덜거림이 나오기 시작한다. 산행초보
에서 이렇게 장시간의 산행에 합류할수 있는 회원으로까지 향상된 것을 흡족해 
하던 나 역시 지옥훈련인것만 같아 대장에 대한 원성이 절로 나오게 된다.

결국 환자 발생에 대장이 업고 올라가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빗줄기는 설상가상 
폭우로 변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야말로 필요한 단비였다. 내가 
살면서 이런 경험을 하리라곤 어찌 생각했을까.

하늘 향해 입벌리지 않나, 챙모자에서 뚝뚝 떨어지는 빗줄기를 물통에 받질 
않나, 나뭇잎에서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에 혀를 대지 않나 어디 상상이나 할 
수 있는 내 생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목 마른 자들에게 힘이 되어 준 비가 그리 고마울 수가 없었다.

입넓은 물통을 고목나무에 가져다 댄다.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나무에서는 껍질 사이로 골 패인 곳을 따라 빗물이 줄줄 
흐르고  물통을 갖다 대니 그 속으로 금방 모아진다. 껍질사이가 넓을수록 
물줄기는 굵고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물통의 물이 고여 얼른 원없이 목을 
축이고 난 다음 갈증난 회원들에게 건내주니 모두가 물 한모금이 시금치 먹은 
뽀빠이마냥 걷는 발에 가속이 붙기 시작하면서 힘을 내기 시작했다.

비록 먹지 못할 물일지라도 먹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였던 것이다.
탈진한 환자발생에 다급해진 상황이 우리모두를 긴장시켰던 큰 원인이였고 
목을 축이게 된 빗물 또한 우리들을 살렸던 고마운 생명수였던 것이다.

아직도 하산 길은 멀었는지 빗속에서도 오름길은 계속되었고 온몸은 우비를 
입고도 발 속까지 젖어드는 힘든 산행과 흐르는 물이 불어나 혹시 휩쓸려 가
진 않을까 두려움에 휩싸이기도 했다. 뉴스에서 접한 조난자들을 보면서 태풍
이나 호우주의보를 알고도 산행이나 여행 떠나는 사람들 모두 무식함으로 
치부하며 편안한 쇼파에서 퍼질러 누워 한마디 툭 던진 것이 내 일이 되고 
만 것이다.

다만 조난자가 아닐 뿐이였지...
상황은 비슷했기에 말이다.


 
- 누가 산을 얕보는가 - 
 
오르막길은 이제 없는 듯 했다.

어둠의 숲속을 빠져 나오니 반가운 하늘이 보인다.
제법 빗줄기도 가늘어져 이제 살았구나 하는 안도감과 삼삼오오 어울려 
내려가며 이번 산행의 이모저모를 이야기한다. 두다리 멀쩡하게 아니 
씩씩하게 걸어 내려갈 수 있음이 산이 베푼 큰 축복이라 여기면서 물 
한통으로 10시간 정도의 산행을 하려는 몰지각함에 깊은 반성 해 본다.

나뿐만 아니라 몇년 째 산을 타 온 회원들도 처음 당한 큰 경험이었다.
내려오는 냇물에 물 한통 받으며 귀하디 귀한 물의 중요함을 새삼 느낀다.
타는 갈증을 잎새 끝에 달린 물방울 하나가 목마름 가시게 할 줄 누가 
알았으랴..

경험을 함으로써 깨달음이 크다 하지만 너무 무모했던 산행같았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예정대로 했더라면 한시간 정도 더 가야 했던 
산행..

목표지점까지 가는 시간이나 하산하는 시간이나 같다는 대장의 말에 
모두들 지쳐 그냥 하산하자는 말들이 튀어 나온다. 거기에서 더 오르고 
내려야 할 산행이라 생각하니 더이상 걷는다는 것 자체가 죽음같았다..

호흡이 잘 되지 않아 입을 크게 벌리고 하하 후후 크게 산소를 들이 
마시고 내뱉었던 나였는데 쓰러진 회원 한 명이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나
보다.

어찌 되었든 무사히 내려온 산행에 감사함을 거듭거듭 느껴본다.
다행스럽게 탈진되어 업혀 온 회원이 대장과 그외 사람들과 함께 걸어 
내려온다. 고마움과 안도감 그리고 반가움이 물밀듯 밀려 오면서 기겁했을 
대장이 못내 안스럽기도 했다.

남자 한 명으로 40명 가까운 여자회원들을 이끌고 온다는 것이 얼마나 
큰 짐이겠는가. 혼자 배낭 짊어메고 모든시름 잊으며 산이 좋아 늘 산을 
탄다는 60살 넘은 초로의 대장..
간암이라는 병명을 산행으로 떨쳐버리고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산의 기를 
모두 받아 30대 못지 않은 정열과 탄탄한 몸을 갖고 있는 분이다. 

해보지도 않고 지레짐작 두려워 포기하는 주저함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듯 
안되는 일도 되게 하라는 구호처럼 밀고 나가는 산사나이...
적어도 산에 대해서는 두려움없이 다가서는 사람이었다.

아마 힘이 들더라도 물만 충분했다면  그나마 조금 참을수 있었을텐데 
누누히 충분한 물을 준비하라는 대장의 말을 우이독경식으로 흘려 들었던 
우리네의 잘못이 더 컸기에 무모한 산행이다 어떻다 말할 당당함은 없다고 
본다.

우리 여성산악회를 장시간 이끌고 오르 내리느라 고생한 대장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대장 역시 경험 또 하나를 추가했으리라..

털레털레 내려오니 그 와중에도 아름다운 정경이 한 눈에 쏘옥 박힌다.
수련원 같기도 한 그곳에 젊은이들이 모여있고 외국인 모습도 눈에 띈다.
선교원일까 궁금해하며 내려가니 기가 막히다는 듯 우리들을 쳐다본다.
나중에 알고 보니 기독교인들의 안식처인 예수원이라고 한다. 
공기맑고 자리좋은 곳에 위치한 예수원이니 마음을 치유하기엔 적정한 
장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장이 하나씩 먹으라며 주는 과자 하나가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우리들을 태워 집으로 옮길 버스가 역시 저만치서 기다리고 있다.
산행할 때마다 만나는 기사분이 하산 말미까지 마중 나와 고생했다며 
한마디씩 건내준다.

여기저기 고마움 투성이다.
고맙고 감사하고 우린 늘 살면서 이런 마음으로 살아들 갔으면 하는 
마음이 앞선다.

우리 모두 무사히 버스에 오르니 누적되어 쌓인 발의 피로가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아파 쑤시기 시작한다. 온몸이 젖어있는 회원들은 
덜덜 떨기 시작하고 사탕이며 과자등 남아있는 먹거리로 서로서로 
주거니 받거니하며 버스는 출발한다.

대장의 무사산행에 대한 고마움을 모두 받아 들이면서 서로들에게 박수 
보낸다. 박수의 의미가 무엇일까...
어느 누구도 아닌 자기자신에게 가장 큰 박수를 보내야 할 것이다.

사는 과정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기고 지는 승패의 맛을 보면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살면서 겪는 크고 작은 경험은 나를 살찌우고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일생의 기록중에 큰 페이지 차지할 산행이 내게 준 깨우침을 깊이깊이 새기며 
내가 아닌 동행했던 회원들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대장과 기사 그리고 버스 
마지막으로 우리들을 살려 주었던 빗물에게 아주 힘찬 박수를 친다.


- 후  기 - 


천근같은 몸을 집 안에 들여놓기 바쁘게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보니 
나무가지에 긁힌 자욱이 여기저기 선명히 남아 있다.

굵은 나무에 부딪쳐 시퍼런 멍을 만들고 돌뿌리에 몇번을 걸려 발가락은 
욱신거리며 산행 자세가 잘못 되었는지 허리까지 아파 샤워하고 난 후의 
몸은 개운한 듯 하지만 다음 날이면 일어나지 못할 것 처럼 옴싹달싹 할수 
없을 것만 같았다.

기우였을까...

지금 이시간 가벼워 진듯한 몸으로 이렇게 아주 편안하게 그 힘든 산을 다시 
한번 오르고 있다.

산속에서 만난 고마운 비가 지금도 계속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