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17

반쪽&반야와 함께 청풍명월을 찾아서....


BY boyaa0 2004-08-18

매년 휴가때 마다

되풀이 되는 나의 결정적인 실수

 

올해도 빠지지 않고

출발부터 하였답니다.

 

저의 가족 여행기 함 읽어 주세요

 

참 재미 있는 여행이었답니다.

 

 

청풍명월을 찾아서


올 여름 휴가는 시작 전부터 이~상했다.

남비 뚜껑 나의 반쪽은 “휴가는 무신...” 하면서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했고

나의 사랑스런 아들 반야는 평소 때와는 달리 영 조르지도 않았다

원래 사찰 위주의 여행을 즐겨하는 나는 이번 휴가에도

부산을 시작으로 사천, 여수, 고흥을 차례로 순례 할 작정이었다.


그런데 말이다.

나의 반쪽께서 시큰둥하던 반응을 접고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이번 휴가 어디로 갈 건데” 하는 것이다

“부산이라 그랬잖아” “언제?” “벌써 그랬는데 사람 말 귀담아 안 들은거 표 나네”

“에이 여름휴가가 부산이면 시내 통과하다가 하루 간다. 행선지 바꾸자.”

“에 이구 저 웬수, 일찍 말하지.”

“그라면 어디가 좋은데”  “당신 환선굴 안 가봤잖아. 거기 좋은데 가보자”

이렇게 하여 갑자기 행선지가 휙 바뀌어 내가 평소 가고 싶어 하던

청풍명월의 고장이라는 제천을 시작으로 영월, 정선, 태백, 삼척으로 변경하였다.


** 그리고 해마다 휴가철이면 되풀이 되는 나의 징크스......

   달리는 차안에서 지도를 보면 반드시 한번은 삼천포로

   빠진다는 기막힌 사실

   그것 때문에 휴가 때마다 반쪽이랑 차안에서 매번 되풀이 되는 전쟁..

   아이 말을 빌리자면 “아빠 엄마 싸우지 마 아빠가 지도 보면 되잖아

   엄마 지도 보지마. 내가 볼게“ 이러는 녀석의 나이 이제 일곱 살.

   2월생이라 초등학교 일학년이다.

   작년에는 강화도 가다가 지도를 보고 길을 잘못 들게 하여 서해안 고속도로를

   반대로 달려 한번 억세게 싸우고..

   그 전해에는 통영에서 거제도가야 하는데 지도 보고 진짜로 삼천포로 빠지게 하여

   할 수 없어 아이들이랑 삼천포 남일대 해수욕장에서 놀고 오고 말았지만

   참 헤자면 수도 없지만 그때마다 내가 하는 말 “나한테 지도 보지 말라고 해. 왜

   맨 날 보게 해서 싸우냐“  **


올해는 기필코 실수 안한다고 인터넷에서 여행지별 테마와 사찰 그리고 먹 거리를

샅샅이 수집하여 아예 책을 만들었다. 지도는 물론 맨 앞에 꼽고..

그것을 준비하며 또 직장 후배들에게 얼마나 다짐을 했던고.

올해는 절대 지도 보고 실수 않는다고.

김천에서 제천을 가려면 중앙고속도로를 달리면 2~3시간 거리다.

마침내 우리의 휴가일인 7월 29일.

그날도 아주 푹푹 찌는 날이었다.

일찍 출발한다고 오전 9시 김천을 출발하여 가는 순간 남편이 상주 방향으로 뉴턴을

하는 게 아닌가?

가만히 있었으면 되었을 것을

조수석의 내가 우아하게 한 마디.

“왜 이리 루 가? 중부고속을 타야지.”

순간적으로 헷갈린 나의 반쪽

“왜? 제천은 상주 쪽으로 가야 되는데” 하다가 “맞아 중부 고속으로 가다 보면 제천이

나오지.“

고속도로를 올려 신나게 달리는데 청주가 나오는 게 아닌가?

앗뿔사 또 나의 실수.   히히

능청스럽게 “자기야 왜 단양이 안 나 오냐?”

“단양은 중앙고속도로잖아. 단양이 왜 나 오냐. 에 이구 내가 당신 말 들은 게 잘못이지

 아 이구“

“자기도 제천 나온다 그랬잖아” 사실은 진천이죠. 중부고속에선..

어찌하든 길은 잘못 들은 게 분명하고

그런데 이게 왠일

남비 뚜껑 반쪽이 올해는 철들었네.  화를 안내는걸 보니..

“화내면 뭐하냐? 내가 잘못이지 믿은 내가”

“뭐 어떠냐? 오늘이 휴가 첫날이니 놀며 가면돼지.”

“말은 잘해요” 히히 이렇게 하여 3시간 안에 도착할 제천을 음성, 충주를 거쳐 돌고

돌아가니 6시간 정도 걸렸나. 어찌하든 청풍명월에 도착하였다.

청풍 문화 단지 찾아 가는 고갯길에 있는 식당에 들러

남편이 좋아하는 도토리 묵 밥과 도토리 부침을 먹고.

참 도토리 묵 밥이 반쪽이 말을 빌린다면 아주 별미라고 하네요..

독특하고.  제천가시는 길에 한번 맛보세요. 개인적으로 저는 묵을 잘 먹지 않아

부침이 훨씬 맛있더군요.


목적지인 청풍 문화단지 안에 마애보살님께 각자의 나이순대로 돌을 돌리며 소원을 빌고

충주호로 내려와 아들 녀석 땜에 유람선을 타게 되었다.

유람선표를 끊고 있는데 “엄마 나 맛있는 거 사줘. 목말라” 자꾸 보채는 녀석 땜에

돈만 주고 표를 받지 않았다. 승선카든지 뭔가만 잔뜩 쓰고 돈만 주고..

한참 휴게실서 쥐포도 나눠 먹고 사이좋게 놀다가

지금 승선하실 손님께서는 배표를 준비하시고 하는 안내 방송 멘트를 듣는 순간

“애고 나 배표 안 받았네”  “봐 주려고 해도 못 봐 주겠네. 내가 무신 수로 당신을

말리냐?“ 반쪽이의 작은 눈이 더 작아진다.

“난 그러고 싶어 그러냐.” 궁시렁 궁시렁

이렇게 하여 나의 건망증과 총기가 여지없이 드러나고 어쨌든지 배는 잘 타고

“오늘 여기서 자자. 반야 때문에 무리 하지 말자” “좋아”

처음으로 의기투합,

“그 유명한 의림지에 가보자”

의림지 가는 길이 고즈넉한 게 참 좋았다.

더운 날씨인데도 무덥지 않고..

잔잔한 의림지를 감상하고

옆에 있는 놀이 공원에서 반야는 신나게 놀이 기구를 타고

반쪽이와 나는 사격도 하고 그렇게 제천에서의 하루가 저물어 갔다.

저녁에는 돼지갈비와 뽕잎 냉국수를 먹었다.

뽕잎 국수는 푸릇한 내음이 났다. 제천의 별미는 아닌 것 같지만

국수 좋아 하시는 분들에게는 권할 만 하였다.


이튿날 아침

영월의 사자산 법흥사로 출발하였다.

법흥사는 5대 보궁 중의 한곳이다.

자장 율사께서 중국의 오대산에서 문수보살님을 친견하고

석가모니 부처님 진신사리를 가지고 오셔서 모신 곳 이라 한다.

우리나라의 5대 보궁은 양산 통도사 금강계단, 오대산 상원사 중대 적멸보궁,

설악산 봉정암, 정선의 태백산 정암사, 그리고 사자산 법흥사라고 한다.


3번째 가는 길이지만 늘 새롭고 행복하다.

사자산의 법흥사는 아직 훼손이 되지 않은 곳이다.

절 앞 계곡을 끼고 민박집과 식당이 갈 때 마다 늘어나 걱정이다.

자연 그대로가 좋은데...


애~구 빼 먹을 뻔 했네

참 제천에는 TV촬영지로 유명하데요, 장길산과 무엇이냐

무슨 무술 드라마였는데... 영화도 많이 찍는다고 하고.

이번 여행길에서 저희는 장길산 촬영 팀을 마주 쳐  유오성씨를 만났지요.

생각 보다는 키가 조금 작았고

스님 역을 하시는 분들도 화면에서 볼 때와 똑 같아 우리 아이가

신기해하고.. 

법흥사를 참배하고 강원도 찰옥수수를 먹으며

정선의 태백산 정암사로 발길을 돌렸다.

3년 전에 와본 정선과는 너무나 변한 시가지 모습에 깜짝 놀랐다.

무척 깨끗해지고 지저분한 전당포가 정리 되어 있었다.

3년 전 정암사 가는 길에 본 정선의 모습은 죽 늘어선

전당포와 각양각색의 차들이 먼지를 뽀얗게 덮어쓴

모습이 추하다는 느낌을 넘어서 슬펐는데...

올해 본 정선은 깔끔하고 단정해서 너무 좋았다. 


언제나 봐도 멋있고 장엄한 수마노탑을 참배하고

자장 율사께서 꽂아 놓으신 지팡이가 자라나

나무가 되었다는 주목을 바라보며

이렇게 가끔씩 보궁을 참배 할 수 있는 게 행복해 졌다.


정암사 앞 계곡에서

아이랑 30분 정도 놀고 나서 삼척을 향하여 출발...


가는 길에 들른 용연굴은

굴로는 환선굴 보다 훨씬 못하지만

개조한 기차 느낌을 주는 차를 타고 굴까지 올라가는

그 재미도 쏠쏠하였다.

아이가 좋아라했고 어른들도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가 볼 수

있어 좋았다.


환선굴 간다는 것이 요번에는

통쾌하게도 우리 반쪽이의 실수로 그냥 지나쳐 버렸다.

하하하. 유쾌, 상쾌. 그래 인간인 이상 누구는 실수 안 한 당가..


구래 고래 놀리면서 삼척 시내로 들어가

잠깐 쇼핑하고 삼척 해수욕장으로 직행

올해 다시 산 수영복을 입고 모두 퐁당 풍덩

내 모습을 비춰 보니

애~궁 이젠 참말로 배 나왔네.

2년 전 까지만 해도 날씬 그 자체 44kg 였는디

그새 6~7kg 불어 작은 키에 빵빵 그자체인 나의 몸을 상상해 보시길


“그래도 올해는 해수욕장에 쭉쭉 빵 빵이 없으니 게 봐줄만하다”

반쪽이의 놀림을 들으며 그래도 아들과 파도타기는 즐거워


고무 보트위에 반야와 둘이 누워

밀어 주는 반쪽이와 히히 덕 거리 며 놀다 보니 벌써 5시가 지나있었다.

안전 요원의 호각 소리가 아쉽기만 하네.


모텔을 들려고 하니

아무리 성수기라도 세상에나 12만원 이라고 하여

우리 같은 소시민은 쫄아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에 라이 시내로 직행.

모텔을 정하고

저녁은 삼척의 냉면을 먹었는데 양념이 참 독특하였다.(상호 생각나지 않음)

꽤 유명한 집인지 많이 붐비었다.

그리고 디저트로

아들의 소원대로 롯데리아의 버거와 치킨을 겁도 없이 먹고

이러니 살이 안 찔수 있나

반쪽이와 2세인 나의 아들 반야는 얼굴이 완전히 풀빵으로

터질 듯 하다. (사실은 통통 사이즈임)

쓰리 통통 가족은 그대로 피곤에 쩔어 잠을 잤는디

반쪽이의 계속된 실수로 에어콘 가동을 냉풍이 아닌 회전만 시켜 그 더운날 찜통에서

몸을 뒤척이었다.

다음날 새벽에 눈을 뜨니

반쪽이 왈 “내가 에어컨을 냉풍으로 안 켜고 잤네”

“에 라이 그러니 께 덥지” 발로 한대 탁..

“그러는 당신은 왜 안보나” “어이 남편 담부터 나한테 암 말마”


“우리 일찍 환선굴 가자” 보채는 반쪽이의 말은 완전히 무시하고

아들과 나는 천천히 샤워하고 천천히 놀면서 준비를 끝내니

오전9시쯤 출발..


환선굴 앞에서 준비성 있는 나의 남편

컵라면으로 아침을 떼 우고

얼음 물 1병과 아이스크림 하나씩 입에 물고 환선굴을 향하였는데

애 구, 애 구 진짜로 장난이 아니 라네

왜 그리 멀고 가파른지

옆에서 아들 녀석 안 찡찡거리면 내가 찡찡거리니

반쪽이 정신없이 이제 다와 간다. 우리 조기 가서 쉬자.

격려하면 씽씽하니 앞장서 간다.

저놈의 체력은 좋기도 하지.

죄 없는 남편의 건강 체질을 맘속으로 욕하며

걷기를 30분 이상 드디어 갑자기 찬 바람이 사~ 삭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선녀 폭포라나. 다리를 건너고 조금만 더 가파른

계단 을 올라서니 환선굴 이었다.


굴 입구에는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는데

서늘한 바람이 동굴 속에서 불어 나오고 있었다.


갑자기 굴로 들어서면 안 된다는 안내원의 안내에 따라 앞에서 기념 촬영 후

동굴로 들어갔다.


와~~ 우

오기를 정말 잘 했네

안가보신 분 꼭 한번 가 보세요.

정말 볼거리 많은 아직은 오염되지 않은 동굴이니까.

하지만 환선굴이 과연 얼마나 더 견뎌줄까? 하는 의문이 생기지만......

사실 우리가 얼마나 극성인지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관람한다면

석순이 덜 오염 되는데

들어가지 말라는 안내판이 있어도 들어가서 돌 집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