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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빨리 흘렀으면.....


BY 라메르 2004-08-16

이 안에 한때 네가 있었었지.
그렇게 희미해진 존재로 그녀를 회상하고 싶다.

그러나 아직 그녀의 존재는 일상속에 불쑥불쑥 나타나 마음의 평온을 휘젖는다.
아니 마음이 아릴만큼 고통을 준다.

시간이 빨리 지나길 바란다.
시간이 지나서 망각이라는 약이 기억을 지워버려 주기전까지는 난 그녀와 강산이 변한다는
십년하고도 우수리있는 이년동안의 빼곡한 일들을 퍼즐 맞추 듯 맞춰가며 울다가 웃다가
괴로워 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희미해지면 퍼즐 맞추기를 멈추게 되리라.

 

퍼즐의 첫 번째 조각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12년전 우리 아이를 영아반에  맡길때 그때 동갑나기인 그녀의 아이도 같은 곳에 맡겨져서로 알게 되었고 그후 시민단체 써클에서 종교모임에서.....여러 모임에서 자주 만나게
되었고 코드가 비슷한 부류임을 알게 되었다.

그후 우린 내것 네것의 경계선을 허물었고 살붙이 하나없는 타향에서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그렇게 우리의 우정위로 12년의 세월이 흐르고.......
그 시간동안  한 번도 별탈없이 잘 지냈었는데.......

그러나 그녀가 변해 있었다. 아니
그녀의 다른 모습이 보여 졌다.

지난 봄  그녀는 전에 토지매입을 하느라 은행에 근저당 설정을 했다 은행으로부터 빛 독촉에 시달려 온 모양이었다.
나를 미끼로 해결을 강구하려 했던 걸 알게 되었고 방법이 치졸해 기술 할 수는 없고 사람에게 실망을 했지만 어린 자식하고 살려니 저렇게 했나보다 한편 측은지심으로 이해하고 예전처럼 관계를 지속했다.

그런데.......왜 또 나한테 이러는 건지 아직 알 수 없다.
그 새 심박동이 빨라 진다.
아직 평온을 얻으려면 시간이 많이....많이 흘러야 하나 보다.

지금 살고 있는 우리 집은 길이 맹지이다.
통행료도 필요없고 길 임자는 노인 모시는 사람과 한 마을에 사는 것이 불쾌하다는 이유로
어떤 타협도 없이 길을 막겠다 한다.

집을 구하는데로 비워 주기로 하고 이 친구와 5월부터 땡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까지
집을 구하러 다녔다.
골목골목 발에 물집 잡히도록 걷고 또 걸어도 마땅한 집이 없어 고민을 하던 중 이 친구에게
소개를 받은 중개인에게 연락을 받았다.

집은 넓고 마을과는 동떨어지지 않으면서 독립된 공간이고 큰 길 옆이라 내가 찾는 조건과
맞아 떨어 졌다.
헌데 계약기간의 조정이 필요했다. 우린 3년후에 집을 지을 예정이어서 계약기간을 3년으로
원했고 집주인은 매각을 염두해 두고 있어 다시 조정해 보기로 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다음날 중개인으로 부터 연락을 받게 되었는데.....너무 어이가 없어 할말을 잊었다.
그 친구가 계약기간을 줄여 본인이 계약을 해 버렸다.
나와는 한 마디 얘기도 없이 자신의 동생에게 세를 얻어 주었다.

기간이 맞지않은 것 같아 동생한테 넘겼다는 어이없는 변명, 다시 집 찿아 보자는 어이없는
제안.

집을 얻으러 가자는 제안 동생집을 미리 염두해 둔 건지....

아니면 집을 보고 맘에 들어 마음이 바뀐 건지 그날 저녁 늦은 시각 기습으로 계약을 해 버렸다.

 내가 집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걸 누구보다 잘알고 있는 그녀가 ,집을 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누구보다 잘아는 그녀가 취한 행동을 어떻게 이해를 해줘야 하는가?

늘 입에 침이 마르도록 내 걱정을 하던 그녀이기에.....심한 배신감에 몸이 떨렸다.

달력을 보니 아픔위로 3주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처음 보다는  견딜만하다.
시간이 약이라더니 아픔의 농도가 약해지는 느낌이다.
아직은 그녀가 바쁜 일상으로 짬짬히 다가와 나와 그녀가 함께했던 시간위에 여러가지 모양의 추억의 퍼즐을 짜 맞추게 한다.
다 맞춰진 그림은 일순간 손만 삐끗하여도 모양이 일그러 지거나 형체를 알 수 없게 하는
데도 난 그걸 포기하지 않는다.

아직은 마음이 그렇게 시키고 있다.
시간에 맡기리라.
시간은 천천히 천천히 그녀를 잊게해 줄 테니까.

 

어제보다 많이 씩씩해진 라메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