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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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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내 고향


BY 이쁜꽃향 2004-08-12

    중1 겨울에 고향을 떠나 온 후론 잊을만하면 고향집 꿈을 꾸곤 했다. 초가집이 대부분이었던 마을에서 일본식 기와집이었던 우리집은 동네와는 조금 떨어져 있었고 너른 마당과 토담 대신 도로와 마당의 경계를 지웠던 빽빽이 에워싸 밖에서 안이 보이질 않았던 울창한 탱자나무숲과 측면의 대나무, 밤나무, 감나무,무화과 나무 등의 갖가지 과일나무들... 어느 날인가는 학교가 끝나자 마자 개구쟁이 친구녀석들 대여섯이서 내 뒤를 쫓아 우리집까지 따라와 허겁지겁 한달음에 치달았던 멀기만 했던 황톳길... 숨이 턱에 차서야 도착한 집에서 잽싸게 안방으로 숨어 버리면 집안엔 들어오지도 못한 수줍은 친구녀석들은 뒷산 묏등 뒤에 숨어 두런거리며 우리집 마당을 기웃거렸었지... 다음 날 무슨 무용담처럼 날 짖궂게 놀려 대던 녀석들... ㄱ아무개,ㅇ아무개,ㅂ아무개,ㅎ아무개... 느그들 이젠 다...죽었어!!!!!!!!! 사시사철 아무리 가뭄이 심해도 마른 적이 없던 두레박으로 물을 퍼 올리던 저 아래 끝이 보이지 않던 깊디깊은 부엌 한 켠의 우물은 꿈 속에서도 늘 차고 넘쳐 바가지로 물을 퍼내곤 해야 했다.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주던 아름드리 단풍나무엔 '혹시 길 잃거든 이걸 보고 찾아 와'라며 오빠가 내 이름을 깊게 새겨 두었는데 아직도 그 나무에 내 이름이 남아 있을까... 친구와 물놀이하다 미끄러 져 빠져 죽을 뻔 했던 집 앞의 방죽은 아직 남아 있을까... 물 속에서 허우적대다 지쳐 축 늘어진 채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나를 일꾼들 먼저 보내시고 한바퀴 둘러보시던 엄마가 살려내셨지... 그 후로 내겐 '물가 출입 금지령'이 내려 그 흔한 멱 한 번 못 감아 봤지... 당연히 맥주병 실력이고... '마누라 없인 살아도 장화 없인 못 산다'는 내 고향 일로땅... 지척에 고향을 두고도 향수병 아닌 병을 앓던 내게 보고 싶다며 삼십여 년 만에 찾아 온 서울 친구... 덕분에 짬을 내어 달려 갔다. 세월 따라 켜켜이 앉은 나이테... 하지만 여전히 아직도 남아 있는 어릴 적 그 미소와 소박함... 내친 김에 한 바퀴 돌아 볼 생각으로 달려 간 고향집... 세상에... 학교 앞에서부터 차로 5분도 채 안되는 거리라니... 그 옛날엔 지겹게도 멀기만 하더니... 꼬맹이들과 땅 따먹기 하던 뒷 동산은 언제 저렇듯 야트막해졌더란 말인가... 황톳길은 오간데 없이 아스팔트가 시원스레 깔리고 내가 빠져 죽을 뻔한 방죽은 조그만 웅덩이일 뿐이로세... 인의산을 지나 길이 나 있는 끝간데까지 달려가 보건만... 옛 시조가 절로 새어 나온다... 산천은 의구한데...인걸은 간 데 없고... 어즈버 태평년월은 꿈이련가 하노라... 짙푸른 녹색향 짙은 울창한 숲길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건만... 그 때의 친구들은 모두들 어디서들 사는지... 그 후로 꾸지 않는 고향집 꿈은 내 가슴에 그저... 그리운 유년 시절 추억으로만 남아 있나 보다... 한낮의 무더위를 식혀 주는 어디선가 들려 오는 요란한 매미소리는 그 옛날 고향집 단풍나무에서 울어 대던 그 소리나 비슷하건만 내 가슴 속 고향집 모습은 이젠 아스라한 추억 속으로 넘어가버렸나 ... 무더운 여름날 오후 난 아직도 고향집 꿈을 꾸고 있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