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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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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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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한건 불편하다


BY Ria 2004-08-12

내가 운전을 시작한지는 14년 정도된다.
이제 어느정도 도로감각도 파악되고 운전에대한 두려움은 없다
어떤 이가 운전은 절대로 자랑하지 말고 자만심도 갖지 말라 했다.
멀리 포항에서 친분이 있는 신부님께서 남해에 신자 가족 분들과 MT를 오신다 한다.
남해는 우리 동네에서 그야말로 강하나 건너 산 너머 동네라 찾아뵙기로 했다.

몇 년 되기는 했어도 아직은 생생 잘 나가는 내 차에 기름 가득 채우고
에어컨 빵빵하게 넣고 방학 아니면 함께 다니지 못하는 친구를 드라이브 시켜주고
저녁 거하게 산다고 꼬셔서 함께 남해로 달렸다.

한참을 달려가니 남해의 푸른 물빛에도 변함없이 굳세게 버티고 서있는
남해대교의 선홍빛 난간이 정열적인 햇살아래 녹아내릴것 같다.

대교를 막 지나자 도로공사로 길이 어수선했다.
서당 개 십년이면 천자문도 쓰는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내가 운전 경력
십 사년이면 차 바퀴 네개만 들어가면 어디든 다 간다..
혹 목적지를 지나칠까봐 친구에게 조수노릇 차질 없이 잘 하라고 일침을 놓고
나 역시 표지판을 눈여겨보며 가고 있는데 갑자기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동시에
흙탕물이 앞 유리전면에 다 튀겨진 것이다.
순간 좀 불쾌했지만 뭐 도로 공사하는 분들도 이 무더위에 공공의 편리를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데 그깟 흙탕물 정도로 삐칠 너그로운 내가 아니므로
좀 거시기한 기분은 들었지만 곧 목적지의 표지판을 따라 들어갔고 얼마안가
용케도 아이들이 이 무더위에 물장난하는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옳거니 웃는 낯에 내치지는 않겠지 하며 미소 가득히

"저기요 우리차가 흙탕물이 튀겨서요. 좀 닦으면 안 될까요?"

오~우 대번에 그러라고 하는 맘씨 좋은 남해 아지매 진짜 멋쟁이......^*^;
얼른 타월 꺼내 열심히 흙탕물 닦고 유리창 닦고 대충 처리를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철썩 같이 그것이 공사하는 도로에서 날벼락 맞은
흙탕물이라 여겼다.

다 된 것 같아 시동을 걸고 다시목적지를 향해 출발
어라~~/ 왜 이~려 에어컨이 더위를 먹었나 뜨뜨 미지근한 열풍이 친구와 나의 면상에
사정없이 뿌려지니 말이다
참말 내가 아~랴! 친구가 아~랴 !
아니 이건 또 무신 소린 고
요상한 듣도 보도 못한 철판을 질질 끄는 소리가 이 말복 뙤약볕에
내 맘을 불안케 하네.
할 수 없이 차를 길가로 세웠다.
일단 시동을 끄고 요리조리 아무리 살펴봐도 낸들 아나
친구를 건너다보며 넌 아는 것 없냐? 학생들은 잘도 가르쳐주면서 알면 내게도
좀 일러주라고 눈짓을 하니 친구 왈 장농 면허란다.

그래도 목적지는 가까이 왔는데 안 갈수는 없고 소리가 나건 말건 앞으로 전진
꼬부랑 드라이브 길을 가는데 길가엔 늘어진 벚나무 터널은 잘 왔다 두 손 벌려 환영하고
눈 아래 에머랄드빛 물빛은 이니스프리의 바다가 부럽지 않게 환상적인데
이 넘의 차는 왜 이리 벨벨 그리며 투정을 부리나
아~이고 탈이 나도 단단히 난나 벼/
어디 적당한 장소를 찾다 어느 해안가 초등학교로 찾아들었다.
아까 미처 다 씻겨지지 않은 황토 물을 더 깨끗이 씻어낼 요량으로 초등학교 운동장
한 켠의 수돗가에 차를 세웠다.
트렁크를 여니 마침 피티병이 내 맘을 안다는 듯 누워있다
얼른 집어 들고 수도꼭지에다 대고 물을 한 병 받았다
타는 냄새가 진동하는 본 네트를 열고 누리끼리한 곳에 물을 들이 부우니
달을 대로 달은 엔진에서 쉬 쉬 소리를 내며 김이 솟아오른다.

내 힘으로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았다
뭘 알아야 면장을 해먹지 무식하면 불편하다더니 아무리 물을 붓고 들여다본들 알 수
없는 답답함이여
이럴 때 꼬박꼬박 보험 들어두는 것 아니 감/
서비스를 불렀다
곧 온다고 했다
에그 징그러운 햇살은 지치지도 않나 왠 종일 퍼붓고도 이글대고 있으니
그 햇살을 통째로 받으며 바비큐가 될 것 같다.

친절한 에니 카 아저씨 차를 살펴보더니 ‘라디에이터’가 나갔다네
난 라디에이터란 녀석이 나갔는지 들어왔는지 본적도 없는데
그 녀석에게 부동액을 넣어주지 않은 무식한 차주때문에 이런 소동이 생겼으니
어디 쥐구멍이 없나 그런 기초적인 오너수칙도 하나 모르면서 십년을 넘게 운전을 했다니
분명 운전면허 딸 때 교육을 받았을 텐데
오~우 불쌍한 내 차
주인을 잘못 만나 그 더운데 물 한 모금 못 얻어먹고 그렇게 목이 타도록 혹사를 시켰으니
견인차에 실려 가는 내 차 꼴이 꼭 말복 날 끌려가는 멍멍이 신세 같다.
차가 실려가는 것을 보고야 나는 아차 싶었다
지난 봄에 남편이 그랬다 부동액 좀 보충해라 했던말을 ........

이제 탈난 것은 자동차 서비스에 맡겼으니 알아서 할테고 멀리오신 손님을 뵈러 가야지
신부님께 괜한 걱정만 하시게 하고 뭔 사단인고/
친구는 이런 예기치 않은 일에 내가 동동거리며 어쩔 줄 몰라 하는 걸 즐기며 재미있어
죽겠단다. 나중에 설쩍 엉덩이 한번 살펴 봐야지 분명 뿔이 솟아나 있을꺼야/

붉게 물들어 가는 낙조를 바라보며 남해 대교의 불빛 어린 해변 가에서 멀리오신
신부님께 근사한 저녁도 대접하고 남해의 정취도 느껴보고 싶었는데 모든 게
어긋나 버렸지만 신부님을 따라 간 갯벌에서 조개를 케며 세상 평화를 다 만끽 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도 구경하고 아빠 엄마가 잡아주는 조개를 모으는 아이의 행복한 웃음이
번지는 해변에서 함께한 시간도 즐거웠다.
뻘속에서 아이들과 어울려 조개를 케는 신부님의 모습은 참 편안하고 안정적인 구도로 스케치되어
내 추억 한켠의 캔버스에 간직될 것이다.
신부님 말씀처럼 차가 고장난 덕택에 좋은 시간을 가질수 있었으니 꼭 계획한 대로만 되지않음이
반드시 나쁜것만은 아닌듯 싶다.

이번 실수를 계기로 나는 차계부란 걸 쓰려고 한다.
최소한 기본적인 오너상식은 인지를 해야겠기에~~~ 엔진오일 교환 /워셔액 보충/
부동액/베터리 교환 등 일정을 적어놓고 이번과 같은 실수는 되풀이 하지 않을 작정이다.

어디 살다보면 이런 예기치 않는 일이 한두가지 겠는가
여자라서 못 한다/ 모른다/ 라는 말은 무지를 드러내는 자기 소치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