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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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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밤의 복수극


BY 라메르 2004-08-03

모두들 더위를 피해 바다로 산으로 떠난 모양임네다.

정신없는 노인을 죙일 봐야 하는 내겐 피서 고거이 고저 꿈 같은
얘김네다.

너무 예의(?)바른 이웃들은 피서지 갔다 오마 하는 얄미운 보고를
하고 떠나디요.

내레 굳이 알고 싶디 않은데.... 날 약 올리는 겁네까?

내레 올 여름엔 고저 노인네덜 똥치우고, 오좀치우고, 맛난 거
만들어 드리고 쓸고 닦고 고로케 때우기로 다짐했디요.
 
티비는 그런 내맘을 알아 주는디 맨날 파도가 출렁, 폭폭수가 쏴아
쏳아지는 사진을 선물로 보내 주디요.

고맙디요. 고럼.

그렇게 하루하루 잘 넘겨 가고 있었디요.

그러던 어느날

서울서 친구들이 내려 왔다며 우리 옆지기 싱글벙글 합네다.

안하던 아부까지 떨어가메.... 그때 알아봐야 하는건데...

함께 가면 참 좋을텐데 미안해서 어쩌지? 하면설랑  무리속으로
내뺐습네다.

'애라 니 혼자 재미 많이 보라우.'

그런데 그날밤  자정무렵부터 내 배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했음네다.

배탈? 아님네다.

촘엔 오목 가슴깨가 실실 아프기 시작하더니 다음엔 배 전체가 스르르
아파오는 거야요.

다음은 말임네다 오른쪽 귀퉁이가 콕콕 쑤시며 아파오는 거야요.

내가 아는 의학 상식으로는 맹장같았습네다. 맹장.

배를 웅켜 잡고 그이 한테 전화를 했는데.....

아이 이게 뭔 소리 임네까?

"전화를 받을 수 없으니 소리 샘으로...'

"나 아파 죽갔으니 전화 빨리 하라우."

신음 소리를 함께 넣어 음성으로 메세지를 담았디요.

배가 몹시 , 조금 아파오기를 반복, 두어 시간 후  그이한테
전화가 왔시요.

"뭐시? 아파? 참말?"

"뭐? 맹장 같다구?  터지면 복막염이 될 수 도 있다구?

"알아서. 그럼 복막염되면 연락하라우."

웃기네 노래방 소음속에 술에 취해 혀가 꼬부라진 그이는 정말
웃기고 있었음 네다.

다음날 복통은 사라 지고, 대신 두껑 열린 머리통은 복수를
다짐 했습네다.

그날 저녁무렵 그이의 귀가 시간에 맞춰 곱게 분단장하고 외출
준비를 했슴네다.

"아바디 오늘 오마니 친구분들 만나게지고 내일 들어 오신다 했시오."

나의 각본데로 아이는 연기를 잘 해 주었디요.

그이의 귀가를 확인한 나는 휘리릭~ ~ 외출을 단행했디요.

'내없는 동안 혼자 땀 빼고 고생 하라우 고시디 고셔.'

그런데 막상 집을 나와 보니 이 아짐 어데로 가야 할디....
 
은숙이네는 피서 가고, 미연이는 친정가고 .... 오데로 가나?

궁리 끝에 집앞에서 멀지 않은 저수지를 택하였슴네다.

조용하면서도 드문드문 인적이 있어 무섭지 않은 곳이 어서 디요.

간간히 낚시꾼들이 던져 놓은 낚시대의 찌 만이 어둠속에서 움직
이고 있었디요.

집을 나와 있는데도 맘은 집에 가 있습네다.

그 이는 노인을 잘 돌보고 있는디, 아이는 늦은 시간인데 잠자리
에 들었는디....걱정 또 걱정이 됩니다.

그때 띠리링 전화벨이 울렸습네다.

"오마니 어데 계십네까? 빨리 빨리 오시라요."

"할마니가 아이 젖 멕이러 간다고 밖으로 뛰쳐 나가려 합네다."
 
"아 아바디요? 수원서 친구 분 오셨다고 나가셨습네다."

아이고 이 웬수를 내가...

나는 차를 돌려 집으로 빨리 와야 만 했습네다.

나의 복수 극은 그렇게 싱겁게 막을 내려야 했습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