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비가 보슬보슬 처량하게 내린다.
비가 오면 왠지 모를 지나간 추억이 가끔씩 다가 오는데....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시골에 있다. 인원도 얼마 되지 않고 남녀공학이라
서로 친밀한 관계 를 유지했던것 같다. 다른얘들보다 월등히 신체적,정신적으로
성숙했던 나는 사춘기가 빨리 왔었나보다. 국민학교 갓 졸업한 단발머리에
검정치마, 하얀교복입은 1학년 여자얘가 무얼 알랴마는....
1학년 담임으로 부임하신 선생님!
예술가적 기질과 카리스마 넘치는 분이셨다. 처음에는 무서워서
얼굴도 못 쳐다보았다. 하지만 우리반을 월등히 사랑하시고 공부욕심도
많으셔서 다른반에게 지지 않으려는 열의에 서서히 감동을 받았다.
미술선생님이신 우리 선생님 !
왠지 미술 시간이 기다리면서 가슴이 두근두근 쳐다보지도
못할정도로 가슴이 떨려옴을 느낀다....
필체가 약간 좋았던 나는 선생님의 부름을 받았다. 좀 남아서
성적표며 학급일지등 써라고 한다.
그러지 않아도 마음속에 이미 선생님의 멋있는 모습이
도배질하는 나에게 가슴을 콩닥콩닥 하게 한다. 좀더 잘보이려고
깔끔하게 일을 마무리해본다. 줄곧 1학년 내내 선생님의 일을 거들어주며
선생님의 예술세계와 작은 내면의 숨결까지도 그리고 잔잔한 이름모를
정에 빠져들어감을 느꼈다.
뭇친구들의 부러움반 시샘반을 느끼며 ...............
선생님의 섬세한 사랑을 느끼며 마음속에로의 동경!
사랑이란게 무엇인가 눈을 떠가며 나의 1학년 생활은 서서히 저물어 갔다.
2학년이 되어 부실장이었던 어느날이다.학교 환경 담당이셨던
미술 선생님이 우리반 커튼 을 달아주신다고 남아라 했다. 커튼을 달면서
2학년 되면 더욱 열심히 공부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1학년때의 우리반을 잊지 말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내가 너를 얼마나 예뻐하는줄 알아 ?\" 라고 물으셨다.
나는 그순간 머리가 멍하니 약간의 현기증을 느끼며 가슴이 콩칵콩칵
함을 느꼈다. 얼굴이 빨개지며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우리
선생님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하다니.....
다른 사람도 아닌 내 인생에서 제일 멋지다고 생각하는
첫사랑의 선생님에게 그런 말을 듣는 순간 도둑질하다 들킨 사람 마냥
놀라서 꿈쩍을 할수가 없었다. 그날밤은 무엇에 홀린사람 마냥 무아지경에
빠져서 잠못이루었던것 같다........
그 다음날은 부끄러운 마음에 선생님 얼굴도 못 쳐다보았다.
중학교 시절을 무언가 설레게 하고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던 선생님!
가끔씩 학교 벤치에서 선생님의 불우했던 어린시절을 이야기 해주며 중학교
시절의 자기 진로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강조한시던 마음속에로의
진정한 스승님 ! 왜 그렇게 공부와 인성을 강조하셨는지 20여년이
지난 지금 조금은 알것 같다.
첫사랑의 감흥이란?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약간의 설레임,
두근거림이 아닐까 한다. 개구쟁이 남학생보다 멋진 선생님을 첫사랑으로
간직해 온 나! 이 떨림이 언제나 또올까 싶다......
이런 멋진 첫사랑의 감흥을 갖고 사는 나! 비록 사는것이 맘대로 안되서
지치고 힘들때가 많다. 하지만 잔잔하게 다가오는 마음속에로의 떨림 !
이런것이 나를 지탱하게 해준는 디딤돌이 아닌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