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밤의 공포가 시작되었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깜깜한 밤은 언제나
밝은 아침을 맞이할런지.... 순간 몇신지가 궁금했지만 덮어쓴 이불속에서
차마 나오기가 겁이났다. 무슨 바람소리가 이렇게 대단한건지......
당장이라도 창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올 것 같은 분위가 에전에 보았던
'전설의 고향'에서나 느꼈던 그 무서움이 좀처럼 가시질 않았다.
남편은 아이들이 행여나 놀라서 깰까봐 아이들 방엘 가더니 올 생각도 하지
않았다. '나도 무서운데...'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비바람소리는
예전에 한 번도 느끼지 못한 매서움이었다. 콩닥거리는 심장소리가.
이불속에서 들려왔다. 어른이 되어서도 무서운건 참을 수 없는 공포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조금전까지만 나를 진땀나게 만들었던 비바람소리가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그제서야 남편도 안심이 되는지
아이들 방에서 나왔다. 아이들을 위한 남편의 마음이 다른 그 어느 때보다도
멋져 보인다. 또한 남편의 손길이 유난히 따뜻한 것도............
어둠이 물러가고 새 아침이 밝아 왔지만 여전히 지난밤의 상황은
고스란히 거실문을 열었을 때 알 수 있었다. 곤한 잠을 이루지 못한
탓인지 몸이 오내지 개운치가 않았다. 아이들은 지난밤 어떤 있었는지도
모른체 편안한 잠을 이룬듯 기지개를 펴는 모습에 다행이란 생각을
하였다. 그 무서움을 몰랐다니 말이다. 그리 맑지만은 않은 일기였지만
남편의 출근하는 뒷모습과 등교하는 아이들의 뒷모습엔 여전히
편안함이 베어나 있음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