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집에 들어왔습니다..
씻지도 않고..요 기분 희석 될까봐...바로 컴앞에 앉아 두들깁니다.
안암동서 오후까지 있다가...
주말이니 집에 가고 싶다고 해서 외출증 끊어서 올케랑 집으로 보냈습니다.
각자 갈 길로 돌아서면서 손 흔드는데...
와락~ 또 눈물이 났습니다.
이놈의 눈물은 시도때도 없이 잘도 쏟아집니다.
그 건강하고 힘넘치던 40대 청년의 모습은 어디가고
쓸쓸한 한 남자의 모습만 눈에 밟혔습니다.
아픔의 고통이 이리도 사람을 못쓰게 만드네요.
울 동생...잘 이겨낼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마음이 울적하여...마냥 걸어오다가..
남대문시장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내 맘 가장 잘 위로해 주는곳...
삶의 용기를 북돋워 주는곳...
우리 서민들의 가장 편안한 안방같은곳... 남대문 시장
저는...남대문 시장을 아주 잘 갑니다.
기쁘면 기뻐서 친구들과 헤집고 다니고...
슬프면 울적한 맘 달래려...혼자서 온 시장안을 구석구석 쏘다니곤 합니다.
제게...시장 만큼 좋은 친구는 없네요.
천원짜리 악세사리 천국..
삼천원, 오천원 짜리 티셔츠들...
덤으로 립스틱하나 얹어주는 화장품들...
셋트에 천원...이쁜 양말들..
형형색색 멋진 신발들...
여기저기 구경할게 너무 많아서...
이것저것 ..걸쳐도 보구...만져도 보면서...
기분이 나아지고....
시간 가는줄 모르고..돌아댕겼습니다.
길 거리 자판을 좋아하는 저는...
매장안에서 삼만원은 줘야 할 셔츠를 만원에 한장 사고...
만원짜리 니트도 삼천원에 한장 건지고...
이만원짜리 냉장고 바지... 너무 이뻐서 사고 싶었는데
거리에서 입어볼수가 엄써서 그냥 왔네요
( 그동안 살이 불어서 사이즈를 장담 못한답니다요...흑흑 )
이쁜 샌들도 너무 많고
야시시 속옷들도 싸고 넘치고...
빨강 립스틱도 로숀과 함께 유혹하는데...
사지 않고 그저 눈요기만 해도 내가 다 가진 양 기분 좋았습니다.
모~ 비싸고 좋은 물건도 많겠지만..
저는 싸고 이뿌고 맘에 들면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니
보는 물건마다 다 소중하게 보였습니다.
4시간 이상을 혼자서 잘도 돌아댕기다...
허기진 곱창좀 채워볼까... 식당을 찾는 중에
바로 앞...자판에서 호떡을 굽고 있습니다
씽씽한 총각 둘이서 열심히 장사하는데 얼마나 기특하고 이쁜지...
갱상도 구수한 사투리로 호떡을 참 잘 팔고 있었습니다.
저렇게 열심히 장사하는데... 분명히 맛도 좋을거야~
이천원 어치 싸달라고 했지요.
아~ 이 총각들...두개를 더 얹어주더라구요...
미안해서 아니라고 했지만... 아무나 덤으로 주는게 아니라고..의미있는 미소를...ㅎㅎ
제가 참으로 불쌍해 보였나 봅니다...
배도 고프고 ... 힘도 빠지고 지쳐보이니...
얼마나 처량해보였으면..비싼 호떡을 두개나 더 싸주었겠어요..
( 아 참~ 호떡 먹어야 하는데... 가방에서 개떡 됫겠넹...ㅋㅋ)
후둑후둑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난...빗방울의 시원한 감촉이 좋아 그냥 맞고 다닙니다.
비닐을 준비해서 채양을 치는 아저씨들..
오늘 장사 망쳤다고... 속상해하며 짐정리하는 아줌마들...
작은 파라솔로 자판을 겨우 가리고 야채파는 할머니들...
모두다 내일처럼 속상했습니다.
비야~ 그냥 이대로 멈추어 다오~~
이따~ 깜깜한 밤중에 맘껏 쏟아지거라~~
처마밑에 앉은 할머니가 뽑아온 호박 두 덩어리랑 꽈리고추 사고...
그 옆 할머니가 파시는 인절미...삼천원 어치 사고...
시원한 물 한컵 얻어 마시고는..
비오는날의 시장 여행을 접었습니다.
사람사는 모습은 다 제각각이지만..
그 안에 보여지는 인간의 정이란건...다들 같을겁니다.
도시적인 쇼핑몰보다는
어눌하지만 토속적이고 사람냄새나는 재래시장의 모습..
잊혀져가는 사람 사이의 정을 읽을수 있어서
저는...재래시장이 참 좋습니다.
그 중에도 남대문 시장을 많이 좋아합니다.
골라♪~골라♬~
마넌에~ 두~자~앙~♪~~
박수쳐가며 외치는 아저씨들의 삶의 메아리들이
아직도 귀에 쟁쟁 하네요...
아줌마~ 아저씨들~
모두모두~
장사 잘되서...
부~우~자~ 되세요오~~~ ........ 고래고래 꽥^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