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겨울 대학입시를 마치고 졸업만 남겨둔 난 방학을 맞이하여
머리털 나고 첨으로 친구들에게 이끌려 디스코텍이란 곳을 가보았다
입장식 이었는데 지금 기억으론 한 사람당 입장료가 천원정도로 기억된다
감기로 인하여 얼굴엔 하얀마스크를 쓰고 화려한 조명과
희뿌연 담배연기가 자욱한 그곳에 들어선 순간 낯설고 신기했다
어지러울 정도의 화려한조명과 고막이 터질 정도의 요란한 음악소리
서로 엉켜 움직이지도 못할 공간에서도 미친 듯이 몸을 흔들어 대는 많은 군상들...
운동선수들이라 다들 덩치가 큰 친구 놈들은 두개의 테이블을 차지한 후
스테이지에서 아주 능숙하게 멋진 춤을 추며 놀았고 난 젤 구석자리에 앉아서
스테이지를 응시한 채 흔들어 대는 군상들을 신기한듯 쳐다만 보고있었다.
그때 미모의 두 여학생이 지나가는걸 친구들이 합석을 하자며 끌어 당겼고
그 학생들은 덩치만 컸지 아직 어린 티가 나는 우릴 뿌리치고 다른 빈 테이블을
찾으러 가는것 같았으나 그 날은 주말이라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붐볐다.
그 여학생들이 자릴 잡지 못하고 다시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는걸
또 한번 합석 제의를 했고 결국 그 여학생들은 마지못해 합석을 하게 되었는데...
(요즘 흔히 말하는 부킹에 성공)
한참의 시간이 흘러 새벽4시 영업을 마치는 멘트가 나오면서 한 사람씩 디스코 클럽을
빠져나가기 시작했을 무렵 친구넘이 날 불렀다.
그러더니 대뜸 "야!...저 딸아(경상도 사투리로 여자를 칭함)가 니좀 보잔다"
난 순간 덜컥 겁이 났고 떨려서 대답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그때까진 단 한번도 이성과 대화를 해본 경험이 없던 나로선
설레임 보다 두려움이 더 앞섰다
친구들이 억지로 그 여학생에게 끌고가서 날 남겨두고 홀연히 사라진 후
난 그냥 멍하니 고개만 떨구고 앉아있는데 그 여학생이 어깨를 툭 치면서 "얘! 따라와봐"
그 한마디에 아무 소리도 못하고 따라간 곳이 서면 뒷골목 포장마차 였다.
포장마차로 날 데리고 간 그녀의 첫마디가 "너 몇살이니?" ...어디살어??
그리고 "얼굴좀 보자 마스크 좀 벗어봐!"
난 그녀가 시킨 대로 나이를 말하고 마지못해 마스크를 벗었다
술을 한잔 권하길래 감기가 걸려 마시지 못한다고 하니 그녀가 한마디 쏘아붙인다..
"얘는 감기에는 쐬주가 최고야 마셔봐"
난 아무대꾸 없이 또 그녀가 시키는 대로 정신없이 한잔을 마시면서
머리속으론 불편하고 어색한 이 자리를 빨리 빠져나가야 겠다는 생각뿐이였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그녀가 한참동안 무슨 말을 하였는지 기억이 없다.
어느정도 시간이 흘러 난 그녀에게 "화장실좀 갖다 올게요" 라고 말한 뒤
포장마차를 빠져나와 집으로 도망 가버렸다. (등신..^^*)
그 후 고교졸업을 하고 서울로 올라와 대학 새내기가 된 나는 그때 기억을
까맣게 잊어버린 채 방학을 맞이하여 친구들과 그 장소에 다시 가게되었고
한참 친구넘들과 떠들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어깨를 툭치며 말을걸었다
"얘 너 그날 왜 도망갔니?"
난 그 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니 그 겨울날 포장마차로 날 끌고갔던
그녀가 생긋 웃으면서 서있는게 아닌가
한참동안 친구들 앞에서 남자가 쪼잔하게 어떻구 저떻구 하면서 날 망신시킨 그녀는
나의 손목을 잡고 커피숍으로 끌고 갔다
그때서 알았다 나보다 2살 많은 연상의 모여대 3학년 미대생이었다는 사실을....
그녀 또한 서울에서 방학을 맞이하여 부산에 내려와 우연히 나와 운명적인 만남이
이루어졌구 나의 첫사랑 은 이렇게 시작되었음돠(2탄은 담에 계속)
배경음악 : Anna Vissi의 Paramithi Hehasmeno(전설같은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