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먹은 이파리 떨어진 자리에 스물스물 기어드는 내 그리움의 조각들이
오늘따라 유난히 슬퍼 보인다. 몇 해 전 세상을 버린 내 아버지의 노랗던 얼굴이
흡사 유령처럼 달라 붙어 떨어질 줄을 모른다. 이젠 그만 놓아 줄 때도 되었건만.
뜨거운 커피가 목젖을 타고 흐르다 데인 듯 내 볼도 뜨거운 눈물에 그리, 그리 데었건만
아들의 고사리 손이 뜨거운지도 모르고 내 눈물을 훔치다 지레 놀라고 겁먹어 나를
뜨겁게 안아준다. 마치 내 아버지가 살아 생전에 나를 그렇게 안아주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