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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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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면...


BY 솔뜰 2004-07-02

두두둑 비 오시는 소리 첫비가 내릴때 비와 흙이 섞이는 냄새는 소시적 추억을 되살려 준다 어릴때 비가 오는날이면 디딤돌을 딛고 서면 토방이 나오고 그 위에 댓돌위에서 신을 벗어야 올라가는 높다란 마루에 흙마당을 파먹으며 내리는 비가 시작하면 엎드리어 턱을 고이고 마당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흙위에서 떡고물을 묻히듯이 뒹구는 빗방울이 어느새 또래를 이루면 어깨동무하고 이리저리 노닐다가 딴 또래 애들과 무리를 지어서 하수구쪽으로 노래하며 흐르는 모습을 보다가 빗노래에 맞추어 장단을 치면서 발을 동동 튕기면서 그간 배운 동요를 관중이 없어도 비 그치기전에 부른다고 목청껏 불렀던 기억들... 그러면 울 엄마 마루에 걸터 앉으셔서 빗소리의 화음에 맞추어 가곡을 아주 구슬피게 불러주셨다 중2전까지 울엄마는 처음부터 중년의 엄마로만 생각했는데였는데 중2 비오는 여름날에 비만 오면 소설속의 슬픈여인이 되고 싶다는 엄마의 충격적인 고백에 어린 나는 그때부터 내 눈에 비친 엄마는 감수성 예민한 여리딘 여자였었다 대학교육 마친 인텔리 남편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모든일 끝내고 늦은 저녁까지 젖물리는 애들 품에 안고 신문을 읽으시고 아버지 읽고 놓으신 사상계를 독파하셨다는 글자 읽기 좋아하신 너르디 너른 지성을 풍기셨던 분 여인이셨다 지금 내 나이가 그때의 울엄마 나이보다 훨씬 넘어서도 감성이 죽지 않고 더 팔팔하게 살아서 움직이는데 어릴때 전기불 끄라는 외할아버지의 성화에 몰래 이불속에서 책을 읽다가 이불을 태우셨다는 35을 갖 넘은 울 엄마의 감성은 얼마나 끓어 넘쳤을까? 울엄마는 비가 많이 오는 여름날을 잡아서 넓은 뒷마당(원래는 옆마당인데 우리집은 그렇게 불렀다)의 전체에서 샘물에서 물솟듯이 생수가 터져서 냇가를 이루어서 흐르는 물을 퍼다가 마루에 물을 붓고 물청소를 했다 비누를 듬뿍 묻혀서 수세미로 빡빡 문지르시면서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정열을 누르셨던거다 그때처럼 지금도 비가 온다 비가 온다 활활 타는 내면의 불꽃을 그대로 놓아두고 겉면의 불꽃만 사그라지게 하는 비가 내린다 울엄마 무덤가에도 비가 내리고 있을건데 지금도 울엄마 구슬픈 가곡을 부르고 계실까? 빗물 마시고 수염이 덥수룩한 풀무덤 쥐어 뜯고 계실까? 나란히 계신 울 아버지 장단 맞추어 주실까? 뜯어놓은 풀더미 치우고 계실까? PS)왜 내 블로그가 안 열릴까? 그래서 여기에 올려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