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할매한테서 된장 가져온 야그 까정 했지유?
할매가 주신 된장을 뚝배기에 풀어 보글보글 끓였다.
배추 시래기를 삶아 조물조물 양념한 것과 파,양파,
마늘등의 기본 양념외에 푸성귀를 넣어 팔팔 끓여
식탁에 올렸는데....
맛이 어째? 좀...
그렇다고 맛이 아주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정확히는 할매 맛이 나지 않는 거였다.
장염으로 입원했다는 할매는 다리가 아파 누워있는
나보다 더 늘 식욕이 왕성하셨었다.
병원 밥이 대체로 맛이 없는 건 사실이다.
많은 밥상을 몇 명이서 준비해선지 밥은 늘 미지근
하고 국도 사돈 이맛박 씻은 물처럼 늘 닝닝하였다.
밥이 입 천정을 델 정도로 뜨거운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병원 밥을 매일 먹어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
해서 할매는 며느리가 면회를 오면 할매집 장항아리
서 누런 된장을 퍼오도록 하였고 그걸로 병실서
맛난 된장찌게를 끓여 주셨다.
아이고 요놈의 냄새 항의하던 창가에 침상을 둔 권
을임이라는 이름을 가진 할매의 별난 남편을 어찌
구워 삶았는지 식사때면 그 할배도 그릇을 내밀어
된장찌게를 얻어 가곤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웃지 못할 된장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입원 한 지 한달 보름이 되어 갈 무렵이다.
한밤중 자고 있는데 할매는 낮은 소리로 날 깨우셨다.
"야 얼른 일어나 봐라. 저 할배 미칬나. 지 할매 엉덩
짝에다... 아이구 망측해라. 빨리, 빨리..." 한다.
어스름한 조명등 아래의 풍경은 가관이었다.
그 무렵 창가쪽 권 할매는 의식이 들어 왔다 갔다 하였고
의료팀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욕창은 점점 심해져 엉덩이
에서 나는 악취는 더 하였다.
그 날 낮에도 할배는 의료팀의 치료에 항의를 하며
본인 맘데로 바디 파우더를 욕창에 발라 주치의로 부터
주의를 받았었다.
의식이 없어 보이는 권 할매는 엎드려져 있었고 엉덩이
에 걸쳐진 환의는 아래로 내려져 엉덩이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는데 욕창부위에는 누런 것이 발라져 있었고
할배는 그 주변에 엎드려 냄새를 맡고 있는 듯 했다.
그때 왜 하필 코 끝으로 된장 냄새가 스쳤는지...
내 머릿속에서는 된장에 대한 기억 하나가 무의식의 벽을
뚫고 올라왔다.
정신과 병동에서 근무할때 였다.
17세의 정신분열증을 가진 아이가 이상행동을 보이자 화가
난 그의 아버지가 연탄 집게로 머리통을 내리쳐 머리가
갈라져 온 적이 있었다.
그때 염증이 두려웠던 그의 아버지는 아이의 갈라 진 머리에
된장을 한 사발 발라서 온 적이 있었다.
된장!!
난 반사적으로 침상에서 몸을 일으켜 권 할매에게 다가갔다.
"할배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하는데 할배는 얼굴이
발갛게 달아 올랐다.
가까이에서 본 풍경은 침상에서의 것과 달랐다.
누런 액체는 소독약인 베타딘이 묻은 거즈였고 할배는 아픈
할매가 안스러워 엉덩이에다 뽀뽀를 해 주었다 한다.
그일이 있은 후 할매는 가짜 환자로 탄로가 나 집으로 가게
되었고 내가 퇴원 할 무렵 권 할매는 엉덩이에 뽀뽀를 해 주던
지극 정성인 남편을 두고 세상을 떠났다.
이번 할매와의 재회때 권 할매 소식을 전해드렸더니
"야 나 궁금한게 있는디 그 니가 더 이쁘냐? 내가 더 이쁘냐?"
하는 거다.
할매는 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고 떠난 권 할매가 아직도
부러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