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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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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안개에 휩싸인 카를교...(프라하)


BY Dream 2004-06-09

혼자 석달째 여행을 하고 있다는
그래서 한국말을 해보고 싶었다는 여대생과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기차시간이 되어 뮌헨역으로 돌아왔답니다.
가녀리고 예쁘장한 아가씨가
작은 베낭을 걸치고  뭔가 담겨져 축 늘어진 비닐봉투를 들고
총총총 왁자지껄한 사람들속으로 사라지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군요...

 

뮌헨에서 밤 11시쯤
프라하로 가는 기차를 탔습니다.
피곤에 지쳐 잠이 들었는가 싶었는데
누군가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눈을 떴더니
기차는 벌써 체코 국경을 통과하고 있었고
체코경찰이 여권검사를 하는거였습니다.
내가 베고자던 베낭을 열어 여권 다섯개를 건네주니
그는 후래쉬불빛을 들이대며 꼼꼼히 살펴보더군요.

키가 작고 콧수염을 나비넥타이모양 기른
눈동자가 노란 체코 경찰의 위협적이고 불친절한 느낌은
아!! 맞아, 여기가 얼마전까지 공산국가였지!
하는 생각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다음다음날 들렸던 프라하경찰서의 그 으시시한 풍경도 마찬가지구요.

 

날이 밝으며 창밖으로 보이는 체코의 농촌 풍경..
같은 유럽이면서도  후줄근해 보이는 모습이
독일이나 영국,벨기에 오스트리아와 확연히 구분되어 보였습니다.

 

프라하역에서 내려
유로를 쓰지 않는 이나라 화폐 코로나를 환전하고
밖으로 나와 역앞의 간이 중국식당으로 갔습니다.
남편과 아이들은 국수와 탕수육 비슷한걸 시켰는데
저는 볶음밥을 시켰습니다.
밥을 먹어야 기운이 나는 체질이니
밥이되는곳에선 꼭 밥을 챙겨먹었지요.

볶음밥에 베낭에 넣고 다니던 고추장을 넣어 비벼 먹으니
아, 참 그맛이 꿀맛이었습니다.

 

뿌듯해진 배를 안고 지하철 타고 버스타고 예약해둔 숙소로 갔지요.
햇빛은 깨끗하고
바람은 시원하고
공기는 뽀송뽀송하고
창문을 있는대로 활짝활짝 열어놓고
빨래를 빨아 죽 널어놓고
모두 누워 낮잠을  자고 일어났습니다.

지친몸이 충전되고
기분도 좋아졌지요.

라면을 끌여 점심으로 먹고 프라하 시내로 나갔습니다.
박물관 옆 지하철역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는데 계단옆에
꼬질꼬질 때묻은 옷을 입은 노인이 퀭하니 들어간 눈을 껌벅이며
빵 몇덩이를 소쿠리에 담아 놓고 팔고있었습니다.
사는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노인은 우리가 숙소로 돌아가려 그역으로 돌아왔을때도
여전히 그자리에 우두커니 앉아있더군요.
먹고 사는일은 어디나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닌것 같았습니다.

 

여행준비를 하면서 상상했었지요.
영화 '미션임파서블'에서 본
푸른안개에 휩쌓인 카를교.
어두컴컴한 골목을 돌아서면
누군가 주머니속에서 잭나이프를 꺼내 들이밀며
흔적도 안남기고 끌고가버릴듯 으스스한 분위기의 프라하를...

 

그러나

프라하!!

프라하는 정말 예쁘고 아름다운 도시더군요.


프라하성, 니콜라스성당, 비타성당, 바츨라프 광장, 구시청사 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