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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BY 명자나무 2004-05-18

서울 시립 교항악단이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을 연주 하는걸 듣다보니 옛날 숙제 생각이 납니다.

중학교 2학년 무용 시간 이었습니다.
"에샵 뿌뻬, 뿌뻬 텬~" 이 무슨 소리인지 지금도 알수 없지만 아마도 "하나아 ,둘 돌고~ " 하는 소리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 소리에 맞추어서 발 끝을 앞으로 내밀었다가 뒤로 빼서 돌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맞추었던 구령 소리는 희미하지만 동작은 아직도 녹슬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은 몇 번 발레에 대해서 기초 시간을 가진 뒤에 숙제를 내셨습니다.
자기가 상상하는 발레를 A4 용지에다가 그림을 그리든지 아니면 글이라도 써서 안무를 짜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날이면 날마다 밤이면 밤마다 머리 속은 발레 안무를 짜느라고 보통 바쁜게 아니었습니다. 발레를 본 적이 있어야 흉내라도 내 볼텐데 고민 참 많았더랬습니다."백조의 호수" 라고 들어본 적은 있지만 본 적이 없으니 마음만 더 답답할 뿐 입니다.


숙제를 제출해야할 날은 꼬박꼬박 다가오는데 도무지 앞이 깜깜 합니다.
하는수 없이 한쪽 귀퉁이에서 두 팔을 벌리고 발 끝을 앞으로 뽀족하게 들고 쫑쫑종 걸어나와서 한 두어 바퀴 돌고 왔다 갔다 하다가 왼 발을 뒤로 빼고 두 팔은 벌려서 허리를 깊이 숙이는 발레리나의 전통 적인 인사를 하는것으로 숙제를 끝냈습니다.


가끔 클래식 음악을 들을때면 나도 모르게 그 때 이 음악을 깔았으면 어땠을까? 어떤 동작을 할수 있을까? 의상은 길게 입는게 어울릴까? 아니면 짧게 "샤"를 많이 넣어서 팍 퍼지게 입는것이 어울릴까? 머리에는 깃털을 꽃는게 나을까? 아니면 길고 헐렁하게 땋아 내리고 들꽃 화환을 얹는게 나을까?


주인공 뒤에는 많은 무용수들을 등장 시켜서 군무를 만들기도 하고 근육이 탱탱한 남자 무용수의 손에 가볍게 올라가 날개를 활짝 펴서 빙글빙글 돌기도 합니다.


선생님 이름이나 얼굴은 기억도 안 나는데 구령을 부르는 목소리는 생생하게 살아 있어서 가끔씩 " 에샵 뿌뻬"가 마음속에서 울리곤 합니다.

오늘처럼 흐린날 장중하고 힘 있는 음악을 들으면서 가벼운 발레리나가 되어 무대를 누비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자신이 내준 숙제를 평생 하고 있는 제자가 있는줄 아마도 모르고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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