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 난 길을 바로 돌면 흙으로 벽을 바르고
반듯하게 틀을 잡은 창이 아닌 한쪽끝이 찌그러진 네모난 창이 있고
마당엔 온통 들꽃이 흐드러진 내 집이 나온답니다.
작고 소담하고 투박하고 질박한 산골스런 집이 바로 내 미래의 집이랍니다.
개와 고양이 두마리가 양지쪽에 늘어지게 게으름을 피워도 괜찮은
10년후쯤에 꿈꾸고 있는 내 집이 숲길을 바로 돌면 보인답니다.
창가엔 작고 연한색 꽃이 피는 화분을 올려 놓고 찻상엔 들꽃 몇송이를 꽂아 둘겁니다.
벽엔 정신산란하게 너저분한 건 걸지 않고 들꽃그림 액자 두 개와
수채화 그림이 있는 달력을 한 장 걸어 둘겁니다.
창엔 광목 커텐을 내리고 나뭇가지를 커텐봉 대신 쓸겁니다.
뒤문은 열면 장독대가 보이고 장독대 뒤엔 앵두나무 두어그루가 평생을 살아온 부부같을겁니다.
봉선화꽃과 백일홍꽃이 자매처럼 서 있고 채송화와 질경이가 친구처럼 앉아 있겠지요.
혼자라도 좋습니다.
친구같은 애인이 있으면 좋겠지만...
사랑이란 짦은 단어가 내 맘처럼 오라하면 오고 가라하면 가는 숙맥은 아니더라구요.
바람을 잔뜩 집어 넣으면 터질듯 부풀고 입구를 벌리면 한없이 쪼그라드는 헛풍선이더라구요.
첫사랑은 추억으로 돌리고 세상살이엔 욕심을 채우지 않겠습니다.
가끔씩 들꽃을 보며 산문을 쓰고 옛날이 그리우면 슬픈 시를 한편씩 쓰게 되겠지요.
하늘도 내것이고 뒷산도 내 산이 되고 너른 들판도 다 내것이 되는
자연은 누구에게나 고르게 배풀어 주는 조건없는 사랑이랍니다.
좋아하는 친척이나 친구에게 계절엽서를 쓰고
우편함을 나무로 투닥투닥 만들어 들어오는 입구에 세워 놓겠지요.
우편함 여백엔 "들꽃편지"라고 크레파스로 쓸 계획입니다.
나무판에 크레파스로 글씨를 쓰고 꽃그림을 그릴 계획은
강원도에 있는 허브나라에서 보고 배운겁니다.
풀꽃이 여리게 피고 나뭇잎이 바람결에 흔들리고
냇물은 흘러가도 흘러가도 내 손과 발을 변함없이 적셔주는
구속하지 않는 사랑 바로 자연입니다.
집 옆으론 또랑이 잘잘잘 흐르고 또랑가엔 물봉선화꽃이 수줍은...내가 살고 싶은 집이랍니다.
들꽃에 관한 모든것을 준비하고 대문을 활짝 열어둘겁니다
가난한 사람이든 부자인 사람이든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이든 행복이 넘치는 사람이든
들꽃구경을 하면서 차 한 잔씩 타서 마시게 하고 마음 편하게 쉬다 가면 더 바랄것이 없겠지요.
들꽃 화분이나 들꽃에 관한 기념품을 팔겁니다 물론 비싸지 않게 준비를 할겁니다.
돈을 버는 목적이 아닌 내가 좋아 내 집을 일구며,
들꽃에 관심이 있으면 누구든 구경하러 올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조용한 가요나 산사 음악을 잔잔하게 틀어 놓겠습니다.
먼 길 온 사람들을 대접해야겠지요.
푸성귀 비빔밥이나 콩나물 국으로 간단하고 요기를 해결할겁니다.
뒤뜰 돌담밑 텃밭에 푸성귀를 길러야 겠는데...농사가 어렵다는 걸 안답니다
시골에서 살면서 배워야 할 공부겠지요.
마당 한 견엔 모닥불을 피울 수 있는 자리를 마련 할겁니다.
집안에도 난로를 들여야 겠지요. 나무를 지필 수 있는 난로가 될겁니다.
마당엔 느티나무 한 그루를 심고서 느티 그림자 밑에 평상을 놓고 싶습니다.
평상에 누워 변덕스런 하늘을 보며 남자 마음을 이해하게 될것이고
떠나는 구름을 보면 사랑은 부질없이 왔다가 가버린다는 뻔한 것을 알게 되고
별과 달을 보면서 살아온 것이 별볼일 없고 해뜩하다는 걸....
내가 살고 싶은 집은 들꽃이 흐드러진 집이랍니다
만약에 혼자라면 외롭지만 혼자가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