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연례행사처럼 고향산천으로 엄니랑 밥싸들고
고사리 꺾을 겸 소풍을 갑니다.
이번엔 진매울이란 아름다운 이름을 지닌 산골마을을 지나
학교 다닐때 한 시간을 걸어 넘던 그토록 지겹던 마당바위 고개로 갔습니다.
어디쯤에 외솔나무가 서있고
좀 더 내려가면 진달래가 만발하고
좁다란 비탈길로 꺽어들면 머루가 주렁주렁 매달려
간식거리가 되었고
시엉이며 찔레며 지천이던 마당마루 고개길.
그런데
산골마을의 외지로 통하는 유일한 길이였던 마당바위고개는
예전의 그 모습이 아니었어요.
다른 곳으로 차길이 생기면서
마당바위 고개는 사람의 발길이 뚝 끊긴지 30년.
수풀로 우거져 길 형체도 없어지고
남학생을 피해 숨던 우리집 마당처럼 넓었던 바위는 벼락에 맞아
두 동강이 나서 덤불에 덮히고
산마루에 오르며 온 세상이 다보일것같던
고개는 빼곡이 들어서 울창한 숲사이로 손바닥만한 하늘만 보이고.
좀 내려다 보이는
저~~아래 골짜기 녹음짙은 신록사이에 돋보이는 때늦은 벚꽃인듯
만발한 하얀꽃나무.
햐~ 그 꽃나무를 멀리에서 바라보며 내 맴은 콩당콩당 뛰었습니다.
예기치 않았던 옛 첫사랑을 만난 것처럼 보너스를 얻은 기분이었어요.
나도 모르게 그 나무곁으로...
어머 아름드리 아그배나무였어요.
와하~~아그배나무꽃이 이리도 아름다운지 첨 알았습니다.
지가 무시기 소녀라꼬
탄성을 지르며 손에 닿는 가지를 잡고 마구마구 흔들고.
꽃비가 쏟아졌어요, 어느 소녀의 머리에 하얀 꽃비가.
산바람 새소리 물소리 꽃비... 햐~ 신선이 따로 없더이다.
아그배나무아래에서 싸간 밥을 묵는데
그 맛은 아무도 몰러유. 옆에 함께 있던 엄니두 몰러유.
내년 봄엔 소녀 같으신 님들과
아그배나무 아래로 소풍가고 시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