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시간이 넘었다.그렇다고 옆자리에 끼어 앉아 나긋나긋하게 시간을 체크 한 것은 아니다.
내 인내심의 한계가 이제 더는 눈꼴시러워서 볼 수가 없었기에 괜히 방도 쓸데없이 여러번 훔치고, TV도 탱탱하게 볼륨을 세게 잡아놔 이제즘이면 한 말 건네지 않을까 싶어서 쳐다본 시계였다.
하지만, 장비를 체크하는 손길에서 폴폴 잃어나는 흥분이 영 가시지 않은 걸 보니 지독한 病이지 싶다.
결혼전, 암암리에 사람하나 붙여서 일목요원하게 정보를 입수하지 못함을 뼈져리게 후회 하면서도 연애시절 고기를 낚아채는 그 자태가 고상의 도를 넘어
'어머, 너무 멋있어'라는 콩깍지로 다가와 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 드럼 손수 물을 엎질러 당당히 결혼을 했으니 이제와서 뭐라 항변할 입장은 못 된다.
다만,'가벼운 취미생활'이라는 꼬질한 변명에 진작 벌건 눈 뜨고 횟 수를 줄이지 못한게 아쉬울 뿐이다.
낚시대의 얄팍한 무게에 숨겨진 그 질김은 그걸 매만지는 사람의 성격과도 판박이다.
호리하다 못해 빈약한 허우대가 한 번 물가에 앉아 장대를 잡았다 하면 날 밤 새우기가 예사다.
머리에 뚜껑 열리기 전 까지 기필코 아이스박스에 놈들을 가득 담아서 찜해 먹고, 고아 먹을 생각에 인정 사정없이 지렁이 몇통을 비워 내면서까지 눈을 부아린다.
엉덩이는 어찌 그리 달싹임이 헤픈지 여기가 아니다 싶으면 휘청이는 긴 장대 출렁임을 무시하고 저수지 이 쪽 저 쪽을 헤집고 다닌다.
혹 눈에 띄는 수안 좋은 꾼을 만나면 침 튀는 과장을 섞어가며 놈들의 종자에 대해 언변을 늘어 놓으며 코를 박고 구경을 한다.
곧이어,아쉬운 입 맛을 쩝 다지며 '나라고 못 잡을소냐'며 눈에 오기가 펄펄 끓어 오른채 오리 궁둥이 샐쭉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더 민망한 걸음으로 명당자리를 찾아 헤맨다.
보여지는 모습만 전해들은 남 들은 행복하겠다며 '네 신랑 너무 가정적이다'고 불난 가슴에 떼거지로 달려들어 부채질 해대지만 그네들도 한 번 겪고 나면 화딱질에 옷을 풀어 헤칠 것이다.
첨엔 주말마다 가기에 잠시 그러나 보다 했는데,갈수록 광적인 집착을 들어내기 시작했다.
아이에겐 되먹지도 않은 '현장학습논'을 운운하며 살살 꼬신 뒤,
아빠랑 신나게 놀아보자꾸나며 회심의 미소로 길을 재촉하지만,
일단 자리펴고 자세 잡히면 애가 시궁창에 빠져 허우적 거리든, 돌부리에 걸려 무릎이 까지든 상관을 않고 오로지 '찌'를 향한 이글이글 타오르는 사냥군의 매서움만 보여준다.
하여 언제나 이리저리 아이 잡으러 사방천지로 돌아 다니는 것은 내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와 그 놈의 물 좋은 경치 구경 제대로 못하고 열내며 쫒아 다니기 바쁘다. 워낙 시설이 잘 된 곳이라 그 흔한 화장실도 없는 탓에 남자들은 가뿐히 처리할 거시기를 난 늘 한 참을 등산 한 뒤에야 처리 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내가 진짜 못 참는 것은 미끼의 간수다.
낚시의 광기는 病이라 쳐도 놈들이 먹을 미끼는 왜 치닥거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몇 년 전 아침, 부시시 눈꼽 달린 눈으로 자고 일어난 자리를 이리저리 살피는데 얼핏 희뿌연 뭔가가 꿈틀하는 듯 했다.
더 가까이 다가가 확인하려 몸을 쭉 빼는 순간,
"으아~~악!"
전날 빙어 미끼로 쓰려고 구입한 구더기들이 숨 구멍을 뚫고 나와 거실 바닥에서 빠글빠글 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참고로 거실을 방 처럼 쓰던 때라 이부자리며 바닥이며 심지어 거실 신발장에도 구더기들이 소름 끼칠 정도로 꿈틀 거리고 있었다.
아침부터 멱살 잡힌 돼지 마냥 '꽥꽥'악을 쓰며 팔딱 뛰어 다녔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회사로 전화를 했다.
"참, 별 일도 아닌 걸 가지고... 이따 퇴근해서 치우면 되지"
"뭐! 퇴근? 지금 수백 마리가 온 집 안에서 꿈틀 거린다구!"
"그럼, 손으로 잡아서 통에 담든지" 딸깍!
지금 생각해도 홧병에 거품 물고 쓰러지지 않은게 신기 할 정도다.
남편의 보기좋은 방관은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그 꼴을 당항 내게 미안함이 있다면 또다시 일을 저지르지 않을거란 기대감을 보기좋게 꺾는 일이 또 생겼다.
이번엔 욕실 바닥에 지렁이 수십 마리가 벽이며 세탁기며 빨래 비누며 슬러퍼며
온갖 달라 붙을 수 있는 곳에 몸을 밀착시켜 회색빛 몸을 꿈틀 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으악!으악! 으아~~악!"
비명에 놀란 가슴을 애써 누르며 또 전화를 했다.
"그냥 나 둬!"
정말 미치고 팔딱 뛰는 사오정 답변이었다.
태풍이 몰아쳐 번개가 쳐도 고무배에서 낚시질하는 사람이고, 물난리에 차가 빠질 위기를 모면한 경력을 지녔으면서도 가뿐하게 또 가는 사람이다.
주말이면 늘 그랬듯이 비릿한 찜이나 탕을 준비하는 내 모습이 너무도 기막힐 뿐이다.
친정 엄마 왈 "술 먹고, 담배 피우는 것 보단 낫지 뭘 그러냐? 호강에 겨워 요강에 빠지는 소리 하고 있네!"
이리저리 나만 요상시런 여자로 만들어 놓구선
그 놈의 주 5일제 시행으로 '옳다구나! 그래, 바로 이거야'쾌재를 부르며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입질의 짜릿함을 느끼려 전국 산천을 누비고 다닌다.
포기하자! 포기하자!를 다짐 하면서도 막상 장비를 만지는 손길을 보면 또 화가 치민다.
금요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나오는 김밥 옆구리 터지는 당부.
"감자 삶아 놔!"
이제 더는 쫌스런 꼬락서니를 참을 수 없어 아이들을 데리고 나간다 하니 기다렸다는 듯이
"오, 그래? 그거 좋은 생각이야! 이것 다 정리하게 오~ 래 놀다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