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혼 소송을 하고 있는 중 배우자의 동의 없이 시험관 시술로 아이를 임신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602

부부싸움


BY 아리 2004-04-22

 


나름대로 우리부부는 부부싸움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

언젠가 신혼 초 막내 새언니와 부부싸움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나는 아예 부부 싸움을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했다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시점에서 느끼는 바가 그랬기 때문이다

그때 언니는 내게 그랬다

부부싸움을 하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문제가 더 많다고

자기 부부는 더러 아니 자주 잔다툼을 하는 편이라고 ...

그때는 그 말이 괜한억지라고 까지 생각되었다

맞벌이에 둘다 너무도 바쁘고 시간적으로 부딪쳐서 싸우기 까지할 정열이 없었거나

아니면 서로에 대한 배려나 관심조차도 어쩌면 소량이었는지 아니면  정말로 사랑과 배려가 넘쳤는지는 모르지만

좌우간 시비라는 것을 포기하고 살아 온 느낌 마저 없지 않다

대부분의 신혼부부들은 살아온 문화나 먹거리가 달라서 무척 곤혹 스러워 하고

그런 문제로 부터 시작된 여러가지로 대단히 싸움을 한다는데....


그래 어쩌면 싸움을 하고 쓸떼 없는? 일에 촛점을 맞추어 싸울 수 있다는 것은

사는데 그만큼 여유가 있는 건지도 모른다

당장 먹고 살기에 급급하고

어머님의 병원비를 내야하고

급하게 뚫린 구멍을 막아야하는 생존의 자리에서 감히 싸울 수 있는 여력이 어디에 있는가

실재로 나는 고향이 서울이고 신랑은 인천이니 그다지 문화적 여건이 생소하거나 어렵지 않았고 더구나 나는 물론 우리 신랑까지 쉰둥이 막내라는 점에서 한세대 위의 부모를 모신 관계로 오히려 식성은 찹쌀 궁합이었다 

우리는 천생연분이라고 까지 생각할 지경이었다 

 

싸우더라도 ...어머님이 바로 옆방에서 주무시고 계시는데 .......

무릎을 잘 못쓰시는 관계로 반은 엉치뼈로 걸어다니시며

조그만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시며

"그래 내가 애물단지지 날 갖다버려라 ...날 ..."

하시면 현관앞에 작게! 앉아 계시며 소리를 치시는데

정말로 아무런 능력도 힘도 없으신 분이 편찮으시까지 한데

대책은 없지만 측은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 아니런가


대부분의 친구들이

결혼과 동시에 수많은 문제로 징징거릴 때

반은 귀엽게 느껴졌던 일들이

지금 참을 수 없는 봇물로 작용하는 것은 어쩌면 그 때 그 때 싸우지도 않고

그저 그러려니 ...

밖에서 일을 하다보면 온갖일을 다 겪는데 하는 나의 지나친 배려가

나의 가슴을 폭발시켜버린 지도 모른다

늘 이야기 했듯이

아직까지 우리나라 가정 구조상으로 볼때

주체적 돈벌이를 갖는 가장은 평생 사표라는 건 없다

무슨 일을 하던 간에 처자식을 부양해야 하는 의무가 따른다

바로 이점에서 내가 본의 아니게 지나치 배려를 하고 늘 그에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한 데서 더 큰 문제점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결혼을 한 직후에도

남자들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고 자기 일을 하고

자기 친구들을 만나며

훌쩍 떠나야 할 스케줄에 조금도 거리낌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여자는 어떤가 제 아무리 잘났어도 천하의 잘난 남편을 만나

가정의 모든 부수적인 일을 도맡아 해줄 사람을 쓸 정도가 아니면

아니 설령 그런 도우미를 쓸 정도의 여유가 있다고 해도

갓난 아이가 딸렸고

그외 한 가정의 안주인으로서 챙겨야 하는 대소사의 준비 인사 

마치 이것을 저버리면 며느리 잘못들어와서 .......집안 망해먹는다는 욕을 들어야 하지 않은가

 

그 우울한 밤에 갑자기

내 스스로 이제 더 이상 그를 기다리고 싶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정말로 화가 나 있었다

밤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솔직히 그 밤에 나가서 어딜 돌아다니거나

숙박할 곳을 찾는다는 건 사실 너무도 익숙하지 못한 일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머리를 정리하고

친구집에 전화를 했다

오늘은 토요일이고 두시에는 꼭 같이 가야할 결혼식이 있었다

늘 아무 일도 없었다는 그에 약속에 맞추어 방글 방글 웃으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게 행복하고 교양있는 여자라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신물이 났다

그래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내 자신의 감정이 시키는대로 ...한번쯤 나도 이 모든 옷을 벗어버리고 훌훌 날아버리겠다


늘 방이 세개 남으니 언제라도 자기 집에 오라는 친구의 자랑이

왜 이리 귀에 솔깃하게 다가오는지 ...

전화를 하면서 오늘 내가 너의 집에 가려고 했다는 나의 머뭇거림에

친구는 단 일초도 지체하지 말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오라고 소리 소리 지른다

말하자면 자기도 건수를 잡아서 나하고 놀고 싶다는 것이다

하기사 남자들이야 허구 헌날이니 ..........


늘 그래 오늘은 둘째 아들이 시험이지

아 오늘은 큰녀석이 수련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날이지

오늘은 어머님 제사지 ..

이런 부수적인 일들이 나를 발목잡고 원점으로 돌아가게 하고

나를 억눌렸었지

그래 클만큼 큰 아이 지 애비가 어련히 알아서 밥챙겨 먹일까


입던 채로 바로 나가서 유성행 차표를 끊었다

고속도로 양쪽의 산들이 몽글 몽글 봄이 가고 초여름이 오는 채비가 가득하다

나는 이 자연의 숨결도 자연의 아름다움도 젖혀두고 집안 퉁수처럼 멍청히 아무도 없는 집을

꼭 붙잡고 혼자 질질거린 것이다


친구야 고등학교 동창이니 그 세월이야 이루 말할 수 없고

그애의 남편은 그애가 그 남편을 만날 때 부터 잘 알던 우리 남편보다도 더 일찍 만난 푸근한

사람이니 나도 똥베짱을 부리고 주말에 그애를 찾아나섰다


둘이서

여성전용 찜질방에 가서 밤이 새도록 한 맺힌 이야기를 하며

훌쩍 거리다가 낄낄 거리다가 반은 실성한 듯 재미난 시간을 보냈다

그래 지금은 아무 것도 걸리적 거릴 것이 없다

"이 바보야 ..지금부터 연습해.....네가 지금 무엇이 아쉬워서 뭐하러 남편에게 기대를 하니 ..

나는 이년전에 온전히 마음을 비우고 지금은 너무도 자유로와 ..."


세모로 화가 난것은 세모로 풀어내야하고

세모가 빠진 것은 세모를 끼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자와 달리

남자는 세모 아닌 네모나 동그라미를 내어밀면

속이 다 풀리고 화가 다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여자는 그때 그 순간 절망하면서 자기 감정을 접는데

다시 다른 별모양의 아픔이 생겨났을때

과거의 세모까지 선명하게 나타나는 기억으로 더 많은 슬픔을 쌓아놓은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세모나 네모나 동그라미 그리고 별 모양이 무슨 소용인가

문제는 나 자신과의 정리 그것이 필요할 진대

아무리 부딫치고 울어대어도 남자는 세모를 가져다 줄줄 모르고

나는 너에게 동그라미며 네모를 많이 주었잖아 하는 모습이니

어차피 우리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일 수 밖에 없다 ...


이 이야기를 하자면 너무 길고

하룻밤을 자고 친구 남편의 연구소 시설까지 관람하고

며칠 더 지내다가 가라는데

남편보다는 자식이 눈에 걸려서 집으로 돌아왔다


갑자기 당당해진? 나는 남편에게 중대 선언을 했다

"나 이제 당신에게 무얼 기대하지 않겠어 당신이 늘 그렇게 당신 마음대로 했던 것 처럼

나도 내 마음대로 하겠어 내가 당신에게 기대하지 않는 것처럼 당신도 내게 아무 것도 기대하지마~~"

얼마나 무서운 발언인가 ....

순간 얼굴이 벌개지고 어쩔 줄 모르는 남편

--남편은 나름대로 휴가를 맞이해서 나의 속을 풀어주고 가슴을 뎁혀주면 나는 착한 어린이 처럼 돌아올 거라고

믿고 있었다 --


화가 나서 사건을 수습하기 보다는

자기의 역할이 없다고 궁색한 이야기를 꺼내며 화를 내는 남편

그것은 화를 낸다기 보다 가장 힘이 없는 어린 아이가 반찬 투정을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슬며시 밖으로 나가는 태도를 취하는데 나에게 아무런 반응이 없자

"다시 들어올른지 모르겠다 ..."

하면서 중얼거리는게 아닌가

헉 ~``

자기는 이 시간에 나가면 어디를 간다고

누구를 협박하는가

나에게 폐하로 보일때는 아니 어째 이런 일이 하고 현관을 막을런지 모르지만

어림도? 없지  .....................


그는 결국 20분도 못채우고 집으로 왔다

(민망도 했겠지 ...)

 

다음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둘이 양수리도 놀러가서

틀어 놓은 음악만을 들으며 강구경도 하고 꽃구경도 하고 점심을 잘 먹고 ..

저녁에는 양심적으로? 그를 위한 먹거리를 준비하고자

같이 장을 보러갔다

친구의 이야기중 걸리는 이야기가 하나 있어서

친구는 화가 나면 절대로 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날 그애의 신랑이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더란다

"내가 네게 돈은 안벌어다 주니 ..왜 밥을 안주는 거야 "

말하자면 화가 나도 각자의 역할은 해야한다는 말 아닌가

 

재래시장에서는 굳이 남에게 덤을 요구한적도 없고 오히려 야채 같은 경우에는 내게 넣어주신 양을 슬그머니 조금 빼어 놓을 때가 많은 나는

그런대로 좋은 평판을 듣는 편이다 굳이 더 많이 빼앗아 와서 작은 식구에 결국엔 냉장고에서 썩혀버릴 마음은 정말로 없었으니

주시면 주는 대로 돈을 내는 나의 성격을  오랜 단골 아줌마들이 알아주기 때문이다

생선을 꾸둑 꾸둑 딱 알맞게 말려서 파는 아줌마에게 굴비를 사는데

"이쁘니까 하나 더 줘야지 ...아저씨 아줌마가 착한 아줌마인거 아셔요 ..생전 말이 없지요

 하기는 착한 아줌마하고 사는 사람은 그 아줌마가 착한지 모르지 ...늘 착한 아줌마 한 사람하고만 사니 ..나쁜 아줌마 하고 살아봐야 그때 알지 ..."

우와 ~~~~~~~

속으로 통쾌하다

그래  이 아저씨야 이 아줌마 말들어봤지 ...

바로 이 말 내가 하고 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