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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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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성묘길에


BY 라니 2004-04-06

 

 

이제는 아무도 살지않아 폐허가 다 된 시골의 빈 농가.

농가의 황량한 뜰을 지나 대청마루에 오르니 대청마루엔  뽀오얀 먼지만 가득했다.

방 두어개 쓸고닦고  분주히 사람의 온기와 숨결을 불어넣으니  고요속에 방치되었던  빈 농가는  다시금 꿈틀꿈틀 활기를 되찾고 있었다.

뽀오얀 긴 대청마루 닦을새도 없이  시장기에 겨워 코펠에 라면을 끓여 도시락으로 싸간 유뷰초밥에

풋고추랑 오이를  쌈장에 찍어 아삭아삭  뜨근한 라면과 함께 곁들여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였다.

사방천지가 온통 캄캄한 밤,

보름달이 휘영청 하늘 한가운데에 꼭 박혀 환히 빛나고 있었다.

어찌나  선명하고  맑은지 파리하기 조차해 넋을 놓고 한참 보름달을 올려다보노라니  남편이 곁에 다가와

" 후우읍~~ "

" 후우읍~~ "

드라마 대장금을 흉내내며 어서 달의 정기를 빨아 들이라며  재촉을 하는 바람에  깊은밤 빈공기를 가르며 한바탕 웃었다.

밤사이 허름한 농가를 다 집어삼킬듯 어찌나 바람이 세차게 불던지 문풍지밖  빈 마당이  괜스리 무서워 선잠을 자다

환한 아침햇살이 반가워  얼른 일어나 서둘러 몇군데 산소를 둘러보고 들판으로  미나리를 찾아 나섰다.

땅에 납작 엎드린채 옆으로 퍼진  향이진한 돌미나리는 발디딜틈도 없이 빼곡이 지천이였다.

따사로운 햇살아래 살랑살랑 봄바람을 맞으며  들판 한가운데에 한점이 된채 손만 바삐 움직이며

오래도록  키작은 돌미나리를 뜯다보니  어느사이 무념무상 내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허리펴고 숨고르기 하며 산천초목 빙둘러보니 저만치서 남편도 혼자 덩그러니 손만 바삐 움직이는채 무념무상에 빠져있는듯 보였다.

한아름 미나리를 뜯은후 이번엔 향이 좋은 쑥과 머위도 뜯었다.

찰진 쑥개떡과  머위나물을 무쳐 냠냠 먹는 상상을하며 입맛을 다시다 보니  갑자기 따끈한 커피생각이 간절했다.

살랑살랑 봄바람과 따스한 햇살을 벗삼아  들판에서 마시는 따끈한 커피 한잔은 그야말로 나른한 행복감을 안겨주었다.

서둘러 지천으로 널린 봄나물을 이것저것 캐어 귀향길의 차에 오르니 차안이 온통 봄향기로 가득했다.

한식성묘길에 조상님께 인사도 드리고  봄나물도 한아름 뜯다보니 한식 성묘길이  겸사겸사 나들이길이 되었다.

이번 한식 성묘길에 뜯은 봄나물로 몇날며칠 밥상에 봄향기가 가득할테니 밥맛이 꿀맛일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