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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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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된 여행


BY 27kaksi 2004-04-06


큰아이 결혼 준비로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올봄은 여행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윤달 들은 해에 해야 한다는

조상님의 이장 관계로 주말 여행을 하게 되었다.

오래된 조상님을 화장을 하는 일이었다. 거의 장례식처럼 한다고 했다.

친정 어른들이 결정하신 날이라서, 날은 정해져 있고, 연휴 첫날이라서

차편이 걱정이었다. 다시 돌아와야 하는애들 때문에 버스로 가기로 했다

두딸과 사위와 고속버스로 가기로 한 결정은 아주 현명한 선택이었다.

황금연휴 인데다 날씨는 말할 수없이 화창해서 온통 길마다 차들이

넘쳐나고... 모든이에게 기쁨을 주는 꽃들은 곳곳에 피어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나는 이제 꽃을 진짜로 아름답게 느끼는 중늙은이가

되어 있다. 예전에도 이렇게 꽃이 간절하게 아름답다고 느꼈을까?

나이드신분들이 내가 젊은때는 '그때가 좋은때다' 고 말해주면그뜻을

깊이 이해 하지 못했었는데......이젠 내가 그런말을 하는 사람이

되어 있다.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는데, 그집이 꽉차도록 식구가 많았다.

가족이 모두 다 모이지는 않았지만 우리 새 사위감을 소개하고,

그애들은 은진 관촉사를 관광하고 바로 상경을 하고 -큰애는 저녁에

학원강의를 해야하고, 사위는 다음날 근무고, 작은애는 친구랑 여의도로

폭소클럽 방청을 간댔다- 그저 모두 바쁘다가 입에 붙었다.

나만 가족들과 산에 갔다. 절차에 따라 제사도 지내고....

인부들이 묘를 파고 유골을 태워 준비해주고 일을 끝내는 시간은

2시간이 채 않되었다. 언니랑 큰며느리랑은 기다리는 동안 쑥을

뜯었다. 아주 깨끗하고 많았는데, 난 꼭 막내티를내며 문제를 일으킨다.

구두를 신은데다 언덕배기에서 쑥을 뜯다가 미끄러져서 바지 엉덩이

부분이 쭉 미어져 버렸다.

다행이 춥다고 긴 버버리를 입고 갔기 때문에 종일을 벗지도 못하고

다녔지만 다른사람이 모르게 할 수는 있었다.

속옷이 다보이는 바지를 입은 아줌마를 생각하면 웃으운게 아니라

부끄럽고 짜증이 난다. 그냥 올라갈려고 여벌옷도 없는형편에.....

다끝나고 큰조카가 회도 먹을겸 유골을 바다에 뿌리자는 의견을 냈고

어른들은 모두 찬성을 했다.

바쁜 가족은 먼저 가고 차 두대에 나누어 타고 서천으로 향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산과 들에는 봄들이 자리잡고 있어서 모락모락

아지랑이가 피고, 산속에는 진달래가 수를 놓은듯 무늬를 만들듯 피어

있어서 봄을 바라보며 생각없이 실려가는 드라이브가 요즘 잔뜩

신경을 쓰며 사는 내게는 커다란 위로가 되었다.

멀게 느껴지는 홍원항에 도착해서 유골은 바다에 뿌려졌다. 얼굴도

모르는 조상님은 흔적이 없어졌다.물론 우리 부모님은 선산에 계시지만.

지난 가을에 그와 아들과 전어 축제에 왔었는데, 축제가 열렸던 터는

뼈다귀만 서있는공룡처럼 그렇게 철골만 서있고 황량했다.

바다바람도 많이 추웠고,.....

사람이 잠깐 세상에서 살다 가는게 참으로 덧없고 허무한일인데.....

그런데도 아웅다웅 그렇게 살고 있으니....

우리 부부는 화장을 해달라고 아이들에게 유언을 했다. 살아있을때가

중요하지 죽은후에는 묘를 써놓으면 바쁜 현대인이 챙기기만 힘이들고

귀찮아지기 때문이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섭섭하다고

말했지만 좁은 나라에서 우리라도 산소 쓰는 땅을 차지할 필요 없고

이제까지의 경우로보면 산소에 대한 절실한 필요를 느끼고 있지 않기

때문에...

쭈꾸미 샤브샤브랑 우럭회로 포만한 식사를 하고,

내일 올라가라는 언니의 만류를 뿌리치지 못해서 다시 언니네로 갔다.

새벽이 될때까지 언니와 얘기를하고,..... 엉덩이가 다보이는바지 때문에

종일바바리를 벗지도 못하고 다니던 나는 언니네 둘째며느리 바지를

하나 빌려 입고 바지는버렸다. 벗어보니 가관이었다. 다시 입을 수 없게

미어져 있었다. 바지가 오래 입기도 했지만 요즘 부쩍늘은 체중탓이겠지.

난 주책바가지 아줌마....ㅋㅋ

다음날.

늦은 아침 후에 언니 내외와 수락산 계곡에 있는 온천에 갔었다.

뜨거운물에 몸을 담그니,

스트레스로 어깨가 아픈게 약간은 풀리는듯 했다.

친구가 하는 버섯 공장에 들러 한자루가 됨직한 버섯을 가지고, 곧출발

하는 버스에 인사도 제대로 못한채 정신없이 올라서는 정신없이 잤다.

잠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이 잘도 잔다. 난 이제 매력없고.푼수 같은

진짜 아줌마이다.

마중 나온 그의 모습이 보이자 정신이 좀 드는듯 했다.

내가 작정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봄여행을 아주 잘한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