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 처지는 약자일 수 밖에 없었다.
일을 모르는 주인을 종업원들은 얕보기 마련이다.
이 년 동안 일해주는 조건으로 가게를 판 전 주인이 가게를 인수한 지 한 달이 안되어 이런 저런 핑게로 가게를 비우기 시작한 것을 시작으로 내가 물건 값에 대해 물어보는 것조차 신경질을 내기 시작했다.
핑게는 자기 일하는데 방해된다는 것이었다.
내 처지가 약자임을 잘 아는 내가 살살 눈치보며 물어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전 주인이 없으면 일하는 사람들은 일손을 놓고 있기 일쑤고 손님이 와도 그냥 돌아갔다.
그걸 뻔히 아는 전 주인은 자기 멋대로였다.
자기 남편 사업 상 만나는 거래처 사람도 자기가 만나야 한다고 자기 마음대로 일을 못나오겠다고 일방적으로 통고하는가 하면 자기 사업할 때는 수술한 다음 날도 일하러 나왔다는 사람이 특별히 아픈데는 없지만 건강 검진을 받아야겠다고 내가 가게를 인수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결근을 했다.
주문 받기 위해 손님 집에 가서 노닥거리고 빨리 오지 않아 내 애태우는 일은 불평할 거리도 되지 못했다.
결국 그녀를 해고하고 말았다.
아무리 내가 일에 대해 모른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끌려다닐 수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전 주인을 해고하고나서 일을 모르는 나는 멕시칸 여자인 힐다를 많이 의지했다.
내가 자기에게 많이 의지하고 일을 하는 것을 알게 된 힐다의 태도는 조금씩 바뀌어갔다.
서서히 고개가 뻣뻣해지더니 나중에는 내가 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 이렇게 말했다.
"말하기는 쉬워도 일하기는 쉬운게 아니다. 그렇게 잔소리 하려면 네가 직접해라."
힐다가 이렇게 말하면 나는 방법이 없다. 그냥 힐다가 하는 방법대로 하라고 하면서 달래는 수 밖에...
그러더니 힐다도 결근하는 날과 조퇴하는 날이 잦아졌다.
결국 그녀도 해고하고 말았다.
나를 얕보는 사람들은 종업원들만이 아니다.
손님 중에 주인이 바뀐 것을 알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 중에는 내 영어가 서툴다고 무시하는 것도 있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영어가 서툴면 지능이 낮은 사람 취급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난 영어가 서툴긴 해도 남에게 무시 당하고 사는 일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다.
내 유익을 위해 참기도 하지만 참을성이 그다지 많은 사람도 아니다.
드디어 반격에 나섰다.
그 여자들 코를 납작하게 해주기로 했다.
싸우는 것을 즐기는 것은 아니나 일단 싸움을 피할 길이 없다고 생각되면 싸움을 두려워하는 사람도 아니다.
자기를 거짓말쟁이라고 했다고 날 고소하겠다며 팔팔 뛰던 제니퍼가 오늘은 솜사탕처럼 변했다.
커튼 값도 순순히 지불했다.
전 주인을 협박해서 제니퍼 집에 가서 제니퍼가 거짓말을 한 것을 밝히라고 했고 제니퍼는 거짓말 한 것이 들통나자 고개를 숙인 것이다.
전 주인도 잘못한 것이 없다고 펄펄 뛰더니 오늘은 자기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 일부는 변상을 하겠다고 나왔다.
물론 내가 그녀로 인해 손해 본 것에 비하면 새 발에 피가 되겠지만 일단 그녀가 뻣뻣한 고개를 숙이고 잘못을 인정한 것은 내가 거둔 작은 성과 중의 하나다.
힐다도 오늘은 고개를 숙였다.
가게에 있는 물건중의 어떤 것이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가지러 오겠다고 하더니 전 주인과의 통화로 그 물건이 힐다 것이 아니고 가게 물건임이 밝혀진 것이다.
내가 가게 사정에 어두운 것을 이용해서 가게 물건을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고 가져가려 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결국 오늘 하루는 세 여자가 고개를 숙인 셈이다.
그런데 기분이 씁쓸하다.
나이 오십이 되어도 악발이 노릇을 하는 내가 씁쓸하다.
나는 언제나 너그러움과 용서를 배울 수 있을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