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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가 18개월 아이에게 생굴을 먹여 장염에 걸리게 한 이번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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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39

주말을 기다리는 여자.


BY 도영 2004-03-28

작은 아이 마져 대학으로 떠나 보내고 나자.시간이 남아 주체 할수가 없다.

나른한 봄날에 꽃이 피고 지는지 조차도 모를 정도로 은둔 하다 시피 하다

개구리 동면 하듯 어느날 봄을 헤치고 나가다 보니

도로가에 개나리는 한물 가는 중이였고.

농가 스레트집 담위로 보이는 목련만의  우아함을 잃은채 

잔인한  봄볕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틀에 한끼만 집에서 밥을 먹는 남편덕에  편하다면 편하건만  좋은것만도 아니다.

끼니 때가 되어도 밥할 필요가 없으니 장 보는 일도 자주 있는 일이 아니라.

어쩌다 장보러 오일장에 가면 도데체 무엇을 사야 할지 헤매다가

결국은 생선 두어마리 사들고 집에 오는 나날을 보내는 요즘 이였다.

그러다 보니 ...

나태함과 무기력함과 그리고 마음은 꼬일데로 꼬여

마치 청소기 전선이 꼬인듯 배배 꼬인 나를 발견 하고는  때마침 일좀 해달라는 선배의 전화에  다시 선배가 하는 학원일을 시작 했다.

그렇게 5일을 보내고 주말이 되면 비로소 네식구가 모이는 토욜일인데.

둘째아이가 2주만에 오는 주말인 어제 였다.

객지밥 먹다 오는 아이를 위해 달력을 보니 장날이라.장을 좀 보려고 

운동 을 마치고 집에 오니 작은 아이가  간발에 차이로 현관문을 두드린다.

오랫만에 아들의 힘좀 빌릴겸 모자의 정도 나눌겸 아이를 앞장 세우고 흥해장을 보러 갔다.

파하기 직전에 장은 떨이로 파는 것도 꽤있길래 그 재미도 쏠쏠 한지라.

나는 일부러 촌버스 막차인 4시가 되기 30분전에 장을 보러 가는 버릇이 있다.

집에 그동안 모아둔 봉달이를 봄나물을 사면서 할매한테 드리니

세월에 풍파에 어쩔수 없이 시든 주름진 할매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막 튀겨낸 오뎅을을 사면서 아이의 입에 오뎅을 넣어주자 넙죽 받아 먹는다.

동태 두마리를 사서 장만해달라고 하니 꽁꽁 언 동태 두마리를 5초도 안되는 사이에

토막을 내어 봉달이에 담는걸 보고 아들과 나는 탄성을 질렀다.

""와아...진짜 빠르다 엄마..""

'"응..아지매 기술 짱이다 쨩...""

단배추도  오백원 깍아 두단에 2500원 주고 사고.

떡전 앞에서 초록색 고명 무친 찹살떡을 사서 돌아보니

새쑥으로 뺀 쑥떡 파는 할매의 손길이 열심히 노란 콩가루를 묻히느라 분주 하다.

버스 시간 다되어 간다고 짐이라도 덜게 싸게 가져 가라는 할매들의 권유를 뿌리치지를 못하고  이것 저것 사다보니 아들과 내손에는 어느새 봉달이 들이 주렁주렁 메달려 있다.

촌닭이 낳은 꺼칠꺼칠한 계란을 모아  장날 들고 나온 할매에게 산 계란 다섯알을

푹신한 단배추 사이에 끼워 넣고  국산 깨와 직접 농사 지었다는 개나리 색같은 좁쌀 봉지가 행여 터질새라 장바닥에 쭈구리고 앉아 장바구니를 정리 하는데 ..

아이가 징징 대며 봄볕에 이맛살을 찡그린다.

가득히 봐온 보따리를 흰 레이스 보 덮힌 식탁위에 풀어 놓으니..알록달록 봄색깔이다.

빨간 물감 뚝뚝 베어 날것 같은 딸기를 흐르는 물에 씻어 정수기 물에 헹구어

소쿠리에 받쳐 놓고 ..

노란물감 들인듯한 좁쌀을 투명 용기에 담아 놓고

검은 콩담은 병을 그옆에 세워두니  마음이 그득 해진다.

검은콩을 불려 좁쌀을 한웅큼 꺼내 쌀을 씻어 압력솥을 돌려 놓고

향긋한 산나물을 데쳐 된장을 넣고 조물조물 묻혔다.

동태 찌게를 끓이고 시 어머니가 주신 잔파를 송송 썰어 조금전 사온 다섯개의 촌 달걀중 두개를 터트려 계란 말이를 하니 역시 양계장 계란하고는 색부터 틀리다.

닷새만에 밥다운 밥을 차린 식탁은 생기가 돌고 윤기가 돌며 활력이 넘친다.

한창 대학가의 매력을 만끽 하는 아들은 ..

강의가 없는 월요일에 가도 되는것을.

친구들이 기다린다며  오늘 저녁에 간단다.

역앞에 아이를 내려주고 신호를 받는데 아이가 미안한지 ..

역광장에서 손을 번쩍 들어준다.

창문을 열고 시치미 뚝떼고 ""몬마..방학하면 왐마..이젠 오지맘마..""눈을 홀키자.

조수석 남편이 헤어지는 연습을 미리미리 해두라나..

시댁 옆을 스쳐 지나가면서도 그냥 지나치는 나나.

친구들 기다린다며 서둘러 가려는 아들이나.

다같은 자식 입장 이 거늘  ...

요즘 나는 주말을 기다리는 여자가 되어 ..

예전에 시어머니가 왜그렇게 자주 오라고 하셨는지

출발 했다는 아들. 내외와 손주들을 동구 밖에서 기다리는 아버님을 부담 스럽고 극성 스럽다 했는데 내가 그렇게 닮아 가는 것 같아 그모습을 닮기 싫어서라도.

내가 먼저 아이들을 놓아 줘야 할것 같다.

날개를 달아서..훨..훨...

 

 

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