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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가 18개월 아이에게 생굴을 먹여 장염에 걸리게 한 이번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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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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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의 추억


BY 바늘 2004-03-28

3월의 마지막 휴일입니다.

 

마침 쉬는 날이라 인천에 사시는 친정 어머니를 뵈러 길을 나섰습니다.

 

미팅이다 동아리 모임이다 대학 입학한 딸아이가 얼마나 바쁜지

공부에 그만큼 열심이면 장학금은 분명 탈터인데 다 제마음 같지 않네요

 

하지만 그래도 외할머니 병환중에 병문안겸 같이 갈거냐 물으니

그럼 가야죠~~

 

선듯 대답하며 따라 나서니 그도 고마울 따름입니다.

 

어머니는 외아들 안정되게 자리잡아 반듯하게 살아가는데도 

아버님 돌아 가신뒤 관리가 어려운 주택은 정리하시고 작은 빌라로 옮기신뒤

혼자 홀가분하게 사시는게 편안하다  하시는데 지병인 당뇨가 합병증으로 와서

이제 병원 입원을 거듭하시게 되었습니다.

 

열흘간 입원뒤 다시 퇴원을 하신 어머니에게 마침 근무가 없는 날이라

나름대로 맛난 음식 장만하여 찾아뵙고 먼지 쌓인 구석 구석 쓸어내고 닦아내고

주방에 타일도 철 수세미로 박박 문지르고 딸아이는 가져간 황도 통조림을 할머니에게

떠넣어 드립니다.

 

그렇게 젊은 시절 인물 좋던 어머니 나의 친정어머니!!!

 

한복점을 운영하셨을적 양단, 공단 한복을 지어입고  상점에 계시면 어린 제가 보기에도

그리 멋지고 근사하셨는데 칠순이 넘은 어머니는 그저 기운없는 푹 꺼진 눈꺼풀에

할머니가 되계십니다.

 

주방 싱크대를 반짝 윤나게 문지르는데 딸아이가 곁으로 옵니다.

 

제가 한마디 건네었습니다.

 

너도 이엄마 더 늙어지고 병들면 이렇게 와서 해줄거지?

 

대답대신 베시시 웃습니다.

 

 

어머니의 딸과 그 딸의 딸이 함께한 오늘

 

남도의 꽃들이 화들짝 피었다는데

 

엄마~ 

 

꽃구경은 못가셨어도 그래도 행복하셨죠?

 

 병든 어머니라도 세상에 살아계셔서 제가 얼마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부디 젊은 시절 그런 고운 모습은 아니시지만 그래도

오래 오래 사세요

 

꼬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