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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지는 말했지요.(꽃다지 사진 올림)


BY 개망초꽃 2004-03-25

매장으로 버스 타러 가는 길 공원에 산수유꽃이 샛노란 부채살처럼 피어납니다.
버스 정류장 도로가에 꽃다지꽃이 바람결에 고개를 흔들거립니다.
그 옆에 쑥쑥 잘도 큰다해서 이름 붙혀진 쑥이 보송보송하고
 "아~~난 봄이 정말 좋아라~~"하고 내게 꽃다지는 말하는 것 같습니다.

봄 들꽃들은 자신의 모습으로 싹을 내밀고 꽃을 피우고
자신의 성질과 자신의 여건에 맞춰 성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기 자리에서 더 매혹적인 장미나 족도리같은 목련을 닮으려 하지 않고
꽃다지는 자기 몸과 자기 키만큼의 땅과 하늘을 올려다 보고 살아 가고 있습니다.
제자리에 자신의 길로 걸어가는 모습이 더 아름다운 꽃다지 꽃...그리고 봄...
저도 그렇게 욕심내지 않고 내 몸무게만큼 땅을 차지하고
내가 감당하고 있는 키만큼 봄 바람에 흔들리고 싶습니다.

꽃다지의 잎은 선인장 같이 오동통하고 겹꽃잎처럼 잎이 겹겹입니다.
이른 봄에 빨리 피는 꽃으로
좁쌀알 같은 꽃잎이 한꺼번에 몰려 돌아다니다가 한꺼번에 피어 납니다.

밭뚝가나 밭고랑에 너무 흔해서 뒤도 안돌아 보고
나물 뜯으러 가면서 발로 사정없이 밟았던 꽃인데
오늘은 도로가에 피어 있는 두 송이의 꽃따지를 보고
그 앞에서 발길을 세우고 버스가 올때까지 내려다 보았습니다.

봄바람은 내 마음을 할키고 달아나더니 꽃다지 얼굴까지 할켜
꽃은 고개를 잔뜩 숙이고 날 쳐다보다가 말았습니다.

평행선으로 놓여있는 철길엔 꽃다지 꽃이 유난히도 많았습니다.
삼십대 중반쯤 난 이대로 가정을 버리고 서울역이나 청량리 역으로 가서는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지방 어느곳에 방 한 칸 얻어 짓눌러 살고 싶었습니다.

도시에서 벗어나 누구도 기다리지 않고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무인도를 발견하고 싶었습니다.

 밥 해먹고 잠자던 곳을 벗어나려면 버스를 타고 철길을 건너야
서울역이든 청량리역이든 출발지로 갈 수 있었고,
버스를 타고 버스가 흔들리는 방향으로 몸과 마음을 풀어헤치고 창밖을 내다보니
버스는 철길을 건너려 잠시 숨을 고르고 멈춰 있었습니다.
기차 레일 사이에 노랗게 흔들리던 꽃무리...
저게 뭔가 하고 창문에 얼굴을 바짝대고 내려다보니 그건 꽃다지 꽃이었습니다.
아....아....가슴이 벅차 오르고 얼굴이 화끈거리고 눈꼬리가 저릿거렸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저런 약하고 약한 꽃들도 자신의 삶에 애착을 가지고
척박한 땅에서 저리 희망차게 웃고 있는데...
매일 몇 번씩 기차 바퀴에 치이고 소음에 시달려도 저렇게 씩씩한데...
하물며 나라는 인간도 다시 시작 못할게 뭐가 있고 못 참을게 어디 있고...
다음 정류장에서 내렸습니다.
그리고 길을 건너 나만을 기다릴 얘들이 있는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
평생선으로 놓여진 기찻길가에 꽃다지의 도드라지지 않는 애잔한 삶을 다시 보면서
나도 척박하고 희망이 죽어가고 있는 가정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오늘 난 작게나마 희망이 움직이고 있는 매장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에서
척박하고 좁은 땅에서 봄바람에 고개 숙인 꽃다지를 보면서
그래 그때도 다시 살아냈는데
지금은 그래도 그때보단 희망이 꿈틀거리는 땅위에 서 있는데...
노랑색은 질투라 하지만 노랑색은 희망이기도 합니다.
전 오늘 희망이라고 말하는 노랑색을 내려다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