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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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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BY 낸시 2004-03-19

"너, 참으로 세상을 잘 만났다."

"왜?"

"세상에 너 같이 어수룩한 사람이 어디 있냐? 그래도 네가 일류 여고 교복을 입고 다니니 사람들이 널 모자란다고 안하지 옛날처럼 학교가 없던 시절에 태어났으면 모두들 널 모자란다고 했을 것이다."

여고 시절 이모가 내게 했던 말이다.

"난 너에게 무슨 말이든 해도  참 좋다."
"왜?"

"너에겐 무슨 말을 해도 넌 처음 듣는 말이니 말이야."

 여고 때 단짝 친구가 했던 말이다.

"애, 너도 네 주변에 관심 좀 갖고 살아라."

대학 다닐 때 단짝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무심하게 세상을 살았다.

그리고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나이 오십에 아무런 경험도 없으면서 덜컥 커튼 가게를 하겠다고 나섰다.

그것도 생전에 커튼 만드는 것은 구경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단 한군데 커튼 가게를 보고 그것도 신문에 난 광고를 보고 찾아 간 그 날 달라는 값을 다 주고 매매 계약을 하였다.

참으로 순진하게 생각했다.

그 전 가게 주인이 계속 일하고 싶다는 조건이 마음에 들어서, 나처럼 경험 없는 사람도 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 덜컥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 댓가를 지불하는 중이다.

바보처럼 세상을 살아 온 댓가를 한꺼번에 지불하는 중이다.

하긴 여지껏 바보처럼 세상을 살았어도 후회할 만한 일보다는 바보처럼 사니 참으로 좋구나 하고 생각되는 일이 더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로 그동안 치르지 않았던 댓가를 한꺼번에 치르는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혹독한 댓가를 치르고 있다.

우선 가게를 인수한 지 한 달이 안되어 아무런 경험도 없는 내가 그 전 주인을 해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가게를 인수한 후 한 달 동안 만들어진 물건 중에 손님의 불평없이 톨과한 것은 단 한가지 뿐이었다.

그것도 그 전 주인을 믿지 못하게 된 내가 손님에게 확인 전화를 해서 그 전 주인이 하라는  것과 다른 길이로 만든 커튼만 불평없이 통과된 것이다.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하루종일 바쁘게 일했지만 나는 한 달에 천 만 원이 넘는 적자를 내고 있었다.

온 종일 일하는 것 같지만 같은 일을 가지고 뜯었다 붙였다만 하고 있었으니까...

여기는 미국이다.

가게세도 인건비도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다.

결국 그 전 주인을 해고하고 자기는 결코 뜯었다 붙였다 하는 일이 없다고 큰소리 치는 다른 사람을 고용하였다.

이 주 만에  또 해고를 하였다.

그 전 주인보다 영어도 더 못하고, 이 말은 일하는 다른 사람이나 손님하고 의사 소통이 안된다는 뜻이다, 일도 더 엉터리였다.

아무런 경험도 없이 가게를 시작한 지 두 달이 안 된 내가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가르치고 있다.

물론 나도 엉터리다.

경험이 없으니 모르는 것 투성이다.

영어가 짧아 의사소통이 안되는 것도 있다.

결국 두 달 째도 적자다.

첫 달 보다 더 많은 적자다.

바보가 인생을 공부하는 수업료라고 생각하지만 지나치게 비싸고 아까운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다지 비싼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바보는 쉽게 배우질 못하니 공부하는데 드는 돈이 많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서다.

많은 돈을 들여서 배우는 것인데 난 과연 무엇을 배우고 있는 것일까?

세상은 영악하고 약삭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결론에는 도달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램이다.

어수룩하게 살아도 그렇게 사는 것이 더 좋다는 결론에 이르길 기도해 본다.